달래의 자서전(7)

-미안! 너의 16년을 내가 쓰는 거.

by 화수분

셋이 함께 떠나는 미니 캠핑!

엄마차에 큰 바구니를 두 개 싣고 엄마가 운전을 하고 오빠가 나를 안고, 셋이서 떠났다.

경치 좋은 곳에서 점심을 먹고 거기서 모닥불도 피우고 나랑 놀아 준다고 엄마와 오빠가 준비한 이벤트다.


평소에는 엄마와 나, 둘이서 살고 있지만 주말에 오빠가 오는 날이면 엄마는 미리 시장을 보고 오빠가 좋아하는 갈비찜이나 닭매운탕을 준비해 놓는다. 그러면 나도 내 꺼 간식 말고 오빠 꺼 맛있는 걸 조금 먹을 수 있다. 살코기만 잘라서 씻어서 주니까 덜 맵고 덜 짜고 나한테는 간이 딱이다.


오빠는 야외에서 식사하는 걸 좋아해서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오빠와 엄마가 약속을 하고 손잡이가 있는 큰 바구니에 이것저것 챙기고,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모자란 걸 사 갖고 쌩쌩 달려가 점심을 먹고 올 때가 가끔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어제가 크리스마스였는데 날씨가 많이 춥지는 않다.

여기는 차들이 잘 안 다니는 옛날 도로가에 있는 공원이고, 큰 길이 새로 났기 때문에 버려진 것처럼 쓸쓸하고 조용한 곳이다.


오빠가 장작에 불을 붙이려고 작은 나무토막을 주워 오라고 했다.

나랑 엄마는 어슬렁거리며 땅만 보면서 마른 나뭇가지를 한 주먹 주워다가 오빠 앞에 놓았다.

오빠는 장작에 불 붙이는 솜씨가 너무 안 좋아서 불소시개만 태우고 실패 실패!


몇 번이나 실패를 하고 겨우 불을 살려서, 지친 우리는 저절로 불멍을 때리고 앉아있다가 배가 고파졌다.

엄마가 준비한 반찬과 밥, 고기, 채소로 점심을 먹었다. 엄마가 내 꺼 사료와 간식도 챙겨줬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 걸 먹기는 정말 싫었다. 고기를 뚫어지게 쳐다보면 내 입으로 들어온다. 맛이 없으면 안 쳐다보면 된다.


우리가 놀았던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짐을 모두 차에 실어놓고 셋이서 산책을 했다.

저기는 무슨 산, 저 뒤에는 무슨 저수지, 저 길로 가면 들국화 축제하는 곳, 저 동네는 소고기로 유명한 동네. 엄마는 먼 곳으로 손가락을 뻗쳐 가리키며 여기저기 오빠에게 소개했다.


오빠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안아서 먼 산을 보여줬다.

우리 동네도 아닌데 엄마는 어떻게 잘 알고 있지?

나는 먼 산이 궁금하지 않고 오빠 옷에서 나는 불냄새가 더 좋았다.









예수병원 앞집

엄마는 여전히 새벽출근을 하고 나는 엄마를 기다린다.

지금은 봄이지만 가을이 오면 엄마가 지은 새 집으로 우리는 또 이사를 갈 건데, 이젠 절대로 이사 가지 않고 그 집에서 오래오래 살 거라고 엄마가 얘기했다.


집을 짓는 동안 이웃집에 고약한 아저씨가 엄마를 힘들게 하고, 돈을 많이 쓰게 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게 하고, 새 집을 지어서 자기에게 싸게 팔라고 했다고 엄마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대문이 12개 달린 4층집을 다 짓고 우리도 이사를 가고 함께 살게 될 여러 사람들도 이사를 왔다.


여기는 예수병원 앞집이다!

밤에는 병원 건물에 반짝이는 별빛이 가득 빛났다.

건물 꼭대기마다 조명을 꼼꼼하게 매달아서 천사들이 날아오를 것처럼 환해지는 불빛이 신비롭다.


옆집에는 오래된 레스토랑이 있다.

그 집 마당에 태산목이라는 큰 나무가 서있고 하얀 꽃이 탐스럽게 피는데 꽃향기가 우리 집까지 퍼져 나왔다.

역사가 깊은 그 레스토랑에, 엄마가 처녀였을 때에도, 언니오빠가 아기였을 때에도, 식사를 하러 왔었다고 한다.


이 동네에서 우리들의 산책길은, 병원 앞을 지나 병원 맞은편에 있는 평평한 산길에서 시작된다.

화분을 많이 키우는 집을 몇 개 지나고 어린이집도 지나고 선교사 산소도 지나고, 숲길을 천천히 걸어서 돌아 나오면 우리 집 뒷길로 연결이 돼서 엄마랑 나랑 기분 좋을 만큼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엄마가 시간이 많지 않을 때는 우리 집 아래쪽에 있는 아파트 공원으로 가는데 거기는 아이들이 많고, 그 애들이 나를 붙잡으려고 하기 때문에 멀리 울타리 쪽으로 피해 다녀야 한다.

이 동네는 차도 많고 사람도 많고 건물도 많고 소리도 많다.

여기서 엄마랑 이사 안 가고 오래오래 살려면, 뭐든지 많은 이곳에 내가 적응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엄마는 이곳에도 마당보다 높고 긴 꽃밭을 만들었고 가지가지 꽃과 나무를 가득 심었다.

매일 모기와 싸우면서도 엄마가 꽃밭에서 일할 때에는 제일 신나고 재미가 있나 보다.

일을 마치면 장갑을 벗고 꼭, 꽃밭사진을 찍어서 얼마나 예쁜지 오빠에게도 친구에게도 보여주고 자랑을 하고 기분이 좋아져서 나를 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간다.


우리 집 창가에서 밖을 내다보면 차들이 지나다니는 길이 보이고 옆집 레스토랑의 마당이 보이고 그 마당과 연결된 건물에 병원이 새로 생겼다. 병원입구에 꽃장식이 겹겹이 많이 세워져 있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도 화분이 가득 놓였다. 우리 엄마가 한 달 후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잠이 안 와서 2층에 있는 저 병원에 가게 되는데 그 일이 엄마에게는 정말로 무서운 병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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