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래의 자서전(8)

- 미안! 너의 16년을 내가 쓰는 거.

by 화수분

엄마가 이상해!

엄마는 무표정하게 내 눈을 들여다본다.

금방 울 것 같기도 하고, 할 말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슬픔이 가득 찬 것 같기도 하다.


달래야!

달래야!

길게 두 번 나를 불러보고 엄마는 나를 꼭 안아준다.


엄마가 잠을 자려고 누웠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거실로, 주방으로, 비어 있는 오빠방으로 계속 걸어 다닌다.

소파에 앉았다가, 식탁에 앉았다가, 창가에 앉았다가 또 일어나서 걷는다.

한숨을 쉬면서 두 손을 모아 쥐고 가슴에 갖다 대고 깜깜한 창밖을 또 본다.


분명 엄마에게 안 좋은 문제가 생긴 것 같다.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얼굴 표정도 안 좋다.

해야 할 일을 하고는 있지만 기운 없이 껍데기만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불안해 보인다.


엄마얼굴이 핼쑥해졌다.

병원에 가야 한다.

엄마가 이상한 걸 나만 알고 아무도 모른다.

위층에 삼촌네가 이사 와서 함께 살고 있지만 엄마는 내색하지 않고 자기 할 일만 하고 있다.


엄마가 병원에 다녀왔다.

엄마도 엄마에게 문제가 생긴 걸 알았나 보다.

한 달 전 우리 집 앞에 새로 생긴 2층 병원에서 약을 타온 엄마는 잠자기 전에 약을 먹고 몇 시간 푹 자고 일어났다. 그런데 잠이 깨면 여전히 불안하고 기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하필이면 이때 여행?

큰 여행가방에 짐을 챙기는 엄마.

이번에는 긴 여행을 간다고 했다.

우리 엄마가 아픈데 어떻게 여행을 갈까?


또 병원에 가서 약도 많이 받아 왔다.

엄마는 어쩔 수없이 짐을 싸는 것처럼 조금도 신나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친한 이모가 함께 가니까 우리 엄마를 잘 돌봐 주겠지.

그 이모가 우리 엄마 아픈 걸 알까?


큰 여행가방을 밀고 엄마가 내려가고 나는 위층 삼촌 집으로 올라왔다.

엄마가 여행 가있는 동안 난 삼촌네 집에서 지내게 됐다.

예전에 엄마가 여행 갈 때면 나는 호텔에서 지냈다.

거기 사장님이 나를 잘 돌봐 줬지만 모르는 애들이 종일 시끄럽게 떠들고 냄새 맡으러 오고 그래서 나는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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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은 나를 좋아한다.

삼촌네 집에 함께 사는 외숙모와 언니 오빠도 좋다.

틈만 나면 산책을 가고 나랑 놀아주고 간식도 잘 챙겨준다.

그렇지만 나는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

이번 여행은 큰 배를 타고 다닌다는데 우리 엄마가 큰 배에서 잘 지내는지 걱정이 된다.


우리 집 1층에는 카페가 있다.

엄마가 이 집을 지으면서 만든 커피집이다.

엄마랑 외숙모랑 함께 카페 일을 했는데 삼촌이 나를 데리고 카페에 내려가도 엄마가 없어서 많이 허전하다.

엄마가 카페에 있으면 커피향기도 좋고 손님 구경하기도 좋았는데 지금은 재미가 없다.


우리 엄마는 왜 잠을 잘 못 자고 밥을 잘 못 먹는 병에 걸렸을까?

엄마가 항상 혼자 있어서 생긴 병일까?

내가 엄마에게 도움을 못돼서 생긴 병일까?


우리 언니는 미국에 살고 있다.

우리 오빠는 서울에 살고 있다.

우리 엄마는 분명 아픈 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을 것 같다.

아무도 모르는 병!


엄마가 여행을 잘 마치고 병이 싹 나아서 돌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쯤 엄마가 돌아올 때가 됐을까?

엄마가 활짝 웃으며 "달래야!"하고 나를 부르고 나를 안고 펄쩍 뛴다면 그건 병이 다 나았다는 뜻이겠지?




돌아온 엄마

해가 질 때쯤 엄마가 돌아왔다.

아무 말 없이 나를 꼭 안기만 했다.

나는 눈물이 나려고 했지만 너무 반가워서 몸부림치고 엄마를 반겼다.


엄마에게는 슬픔이 묻어서 함께 돌아왔다.

엄마의 병이 낫지 않은 거다.

여전히 핼쑥한 얼굴에 기운 없는 걸음에 우두커니 먼 곳을 자꾸 본다.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엄마의 마음속에서 무엇이 엄마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걸까?

엄마는 이제 어쩌려고 그러는 걸까?

누가 우리 엄마를 무엇으로 도울 수 있을지 나는 답답하기만 하다.

내가 아무리 궁리를 한다 해도 엄마의 병이 나을 방법은 못 찾겠다.


외숙모가 엄마에게 뜨거운 국물과 밥을 차려줬다.

엄마는 맛있게 먹었다.

긴 여행동안 입맛이 없었나 보다.

나는 엄마가 따뜻한 밥을 많이 먹고, 잠을 많이 자고 나서 활짝 웃고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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