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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런두런 Sep 25. 2023

모호함의 확실성

마음 조율하기 편

모호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까?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을까?   

  

모호함의 사전적 정의는 ‘말이나 태도가 흐리터분하여 분명하지 않다 ’이며, 유의어로 ‘희미하다’, ‘알쏭달쏭하다’ 등이다. 

또 대화에서 ‘잘 모르겠어.’, ‘그저 그래’, ‘둘 다 좋아’ 등등의 표현들도 모호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분명하고, 확실하게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더 좋다고 다수가 지지하지만, 모호함의 숨겨진 장점에 대하여 몇 가지 옹호해보려 한다.   

  

첫째, ‘왜 모호하게 되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결정을 지연시켰거나, 판단의 자료가 충분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렇다면 최종 결정까지는 아직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기도 하고, 알아보는 과정에서 지식과 지혜의 풍성함을 체득할 수 있으며, 더욱 현명한 결론을 낼 수도 있다.      


둘째, 모호함은 그 특성이 겸손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나중에 사실이 뒤집히더라고 이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말투는 종종 공격적이지만, 모호한 말투는 완충적인 태도가 담겨있다.


모호하지 않은 태도 말투 :        " 내 말이 맞다니까! 틀림없어!"
모호한 태도 말투 :                  " 글쎄..., 좀 더 고려해 봐야겠는데"


모호함이 가지고 있는 겸손함이란, 잘 모르기 때문에 자신감이 없는 모습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적인 분석과 견해를 가지고 있더라도 혹시 보지 못한 결정적 자료가 있을 수 있다는 것까지 생각하는 사려 깊은 태도이다.  

    

셋째, 확실한 결론을 유보하고 모호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용력, 인내심, 응집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요즘 시대는 빠른 결정, 즉각적 피드백, 확실한 결론을 강요당하는 면이 많다. 조금이라도 고민하려고 하며 채근당하기 쉽다. 하루에도 몇 번씩 “빨리빨리 대답해 줘”라는 요청을 말로써, 카카오톡 메신저로 독촉받는다. 필자는 이러한 태도가 의사소통에서 매우 거친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답변을 독촉하며 강요하여 상대방에게 불안을 조장하는 부당행위라고도 느낀다.      


그래서 모호함을 유지하면서 확실한 답변을 할 수 있는 것은 불안한 상황을 견디어 내는 수용력,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끝까지 지켜 내는 인내심, 숙성된 답변을 만들어 내는 응집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모호함에게 이렇게나 확실한 장점들이 많이 있었다니!


우리 삶이 그렇게 똑 부러지게 설명되는 날은 많지 않다.

이런 걸까 저런 걸까 모호하지만 곰곰이 생각하고 되돌아보며 조금이라도 나아가는 여정이다.

그러다 보면 분명한 빛깔로 드러나는 나의 삶의 색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모호하게 어정쩡하다고 너무 구박하지 말고 서로 더 깊이, 천천히 이해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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