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필우입니다 Oct 06. 2023

로마제국 침탈의 기록

천년 제국 로마의 비애

  카를 브률로프 - Karl Bryullov 작. 반달족의 로마 침탈 / 반달족도 게르만족 일파다. 그런데 이 그림을 보면 다분히 의도적으로 괴물처럼 표현했다. 당시 로마 사람들보다 피부다 더 밝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 견해다. 반달족이 역사에서 사라졌기에 망정이다.           




서기 83년 로마가 스코틀랜드를 침략했을 때다. 현지 종족 칼레도니아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다. 로마는 거침없이 이 지역을 초토화하는 작전을 세웠다. 칼가쿠스 칼레도니아 족장은 로마인을 ‘세상의 악당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들은 약탈과 학살을 하면서 가소롭게도 제국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세상을 사막으로 만들어 놓은 후 평화라고 거품을 문다”     


칼레도니아, 멋진 조상을 둔 민족이다.     


각설, 이랬던 로마였지만, 뼈아픈 침탈의 역사도 있다. 영토의 무한 확장에 따라 무한침략의 대상이 되는 제국, 넓어서 늘 약탈에 노출되어 전전긍긍해야만 했던 나라 로마였다. 제국이 관리해야할 땅이 비대해질수록 이민족 침략은 기승을 부렸다. 바늘구멍이 댐을 무너트린다. 제국의 땅을 통제하고 다스리는 데 기력이 달리면서 이민족은 살금살금 간 보기로부터 시작해 점점 노골화된다.     


기원전 390년 켈트족에 의해 7개월 동안 쓰나미를 맞이한 것을 시작으로, 서기 384년 훈족의 침략으로 서로마 멸망, 뒤이어 406년 동고트족, 반달족, 알란족 등 이민족의 침략, 410년 서고트족 로마 침탈, 이후 반달왕국의 알라리크에 의한 로마 완전정복, 반달왕국에 의해 439년 지중해의 코르시카, 시칠리아, 사르데냐섬 침탈, 특히 455년 로마는 반달족에 의해 보름간 탈탈 털리기도 했다. ‘반달리즘’이란 이때를 두고 한 말이다. 이때 전해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교황이 약탈을 허용하면서 보물을 찾아내기 위해 고문하지 말고, 붙태우지 말고, 죽이지 말라 약속했다. 반달왕국 알라리크는 약속을 지켰다. 단 약탈 기간에 대해 정해놓지 않았던 탓에 무려 보름간 교회 지붕까지 띁어갔다. 로마에 남은 것이라곤 없었다. 황녀까지 잡혀갔으니 말이다.


교회에서 십자가를 내려 장검으로 사용했던 약탈의 끝판왕 제4차 십자군이 저지른 비잔티움에 대한 악행 역시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왔다. 비잔티움 제국이 식물상태로 놓이면서 이로 인해 동로마가 본격적으로 기울기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도미노 게임처럼 일어난 민족의 대이동에 따른 약탈, 콘스탄티노플의 마지막 날에 이어진 술탄 메메트 군대의 약탈도 기억해야 한다. 그는 3일간 약탈을 허락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중지 시켰다. 더 털 곳도 남아 있지 않았고, 죽이고, 강간하고, 노예로 끌고간 후 남은 것이 없었던 까닭이다. 나중에 자세하게 다루겠다.



   

1204년 동로마 콘스탄티노폴을 함락시키는 제4차 십자군.




이뿐 만이 아니다. 한참 뒤에 서구인에 의해 파괴의 아픔도 겪는다. 1527년 합스부르크 왕가 신성로마제국의 카를 5세가 메디치 가문 출신의 교황 클레맨스 7세의 변신(프랑스 프랑수아 1세와 결탁)에 격분해 2만이 넘는 군사를 보내 로마를 무참하게 짓밟았다. 야만족은 약탈에 만족했지만, 이들은 살인 방화 강간은 물론 도시를 파괴하고, 오랜 서류를 불사르는 만행을 저지르고서야 멈춘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침략당하면서 비대해지는 제국도 있다. 자칭 세상의 중심이라 여기는 중국이다. 상나라(은나라)에서부터 황허 문명, 양쯔강 문명을 자랑하는 민족이다. 속내는 이민족 침략에 시달리다 대항하고, 정벌을 꾀하다 결국엔 먹히면서 비대해지는 중화사상, 즉 문화의 자존감을 지켜온 것이 원인이다. 선진 문화가 이민족을 정화시키며 한족으로 변신을 꾀하게 만드는 자양분이었기 때문이다.   

  

한족을 위시해 56개 민족이 섞여 살아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가까이는 만주족에 의해 침략당하면서 청나라가 태어났고, 더 멀리는 원나라, 거란, 말갈, 서융 북적, 동호 여진도 중국에 땅을 확장하는 데 한몫했다.          




https://brunch.co.kr/magazine/ppw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