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하늘 별자리 여행 2

제우스와 에우로페 -황소자리

by 박필우입니다

* 유로파의 강간 / 노엘-니콜라스 코이펠




추운 겨울밤, 시리도록 반짝이는 별들이 각각의 개성을 뽐내며 더욱 빛을 발합니다. 오리온자리 중에서 나란히 반짝이는 별 셋, 즉 삼태성을 중심으로 서북쪽으로 이어보면 ‘V’자형의 별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 별들이 바로 제우스가 변한 황소자리입니다. 황도12궁 중 제2자리에 해당하며, 이에 얽힌 신화에는 시대별로 두 명의 아리따운 여인이 등장합니다.


그리스 펠레폰네소스 반도에 아르고스라는 고장이 있었습니다. 에게해 미케네문명이 생겨난 곳으로, 이곳을 흐르는 강의 신 이나코스와 멜리아 사이에는 매우 빼어난 미모를 가진 이오라는 딸이 있었습니다. 이오는 헤라 여신의 사제였는데, 그의 미모에 반해 남성들뿐만 아니라 신들까지도 이오에게 침을 흘리곤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제우스가 아내 헤라의 눈을 피하기 위해 먹장구름으로 세상을 덮게 하고는 이오에게 접근했습니다. 하지만 헤라는 먹구름이 세상을 뒤덮자 이는 필시 남편 제우스가 자신 몰래 바람피우기 위한 것이란 것을 눈치 챘습니다. 헤라가 구름을 헤치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남편 제우스가 소와 노닥거리며 놀고 있었습니다. 헤라가 눈치 챈 것을 안 제우스가 재빨리 이오를 암소로 변신시켰던 것입니다.



황소자리수정.jpg 황소자리


그러나 이를 안 헤라는 모른 척, 암소를 자기에게 달라고 졸랐습니다. 의심을 살까 끝까지 거절하지 못한 제우스가 결국 헤라에게 암소를 내주자, 헤라는 암소로 변한 이오에게 눈이 백 개가 달린 아르고스를 보내 감시하게 했습니다. 이오는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백 개의 눈이 교대로 잠을 자기 때문에 그로부터 벗어나는 것 또한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이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제우스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에게 부탁해 이오를 구하게 했습니다.


날개달린 모자와 날개달린 샌들을 신고 종횡무진 다니던 헤르메스는 제우스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아르고스에게 다가가 자신의 장기인 피리를 나른한 음률로 불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아르고스의 눈 백 개 모두가 잠들자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의 목을 칼로 내리쳐 죽인 것입니다.


헤르메스에 의해 아르고스가 죽자 그의 충성심을 안타깝게 여긴 헤라는 그의 눈을 모두 공작새의 꼬리에 붙여주었습니다. 그래서 공작새의 화려한 꼬리를 일러 아르고스의 눈이라고 합니다.



제우스와 이오 - 안토니오 코레지오 작.



아르고스가 죽은 뒤에도 헤라의 질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작은 쇠파리(등애)로 하여금 암소가 된 이오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도록 했습니다. 쇠파리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을 다니던 이오는 결국 바다를 건너 이집트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이때 이오가 건넌 바다 이름을 이오니아해라고 하며, 소가 건너간 바다라 하여 ‘보스포로스해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우스는 이집트까지 따라가 암소가 된 이오를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둘 사이에서 아들 에파포스가 태어났습니다. 이에 너무나 분개한 헤라가 쿠레테스에게 사주하여 아들 에파포스를 납치하도록 했는데, 시리아로 가는 도중에 그만 제우스가 벼락을 날려 죽입니다.


훗날 이오는 이집트의 왕 레고노스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으며, 이집트 사람들은 이오를 여신 이시스와 동일하게 생각했습니다.







참고로,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을 로마식 이름으로 ‘주피터’라고 하는데, 이는 제우스를 뜻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목성의 달 중에 제1위성 이름이 ‘이오’입니다. 이오는 그렇게 제우스의 주위를 늘 돌고 있는 셈입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 이오의 손자 아게노르(Agenor)가 지중해 동해안 페니키아의 왕이 되었습니다. 그에게는 아들 셋과 에우로페라는 아리따운 공주가 있었습니다. 그녀 또한 빼어나게 아름다워 바람둥이 제우스의 눈에 띄게 되었습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제우스는 에우로페가 들판에서 노니는 모습을 보고 흰 황소로 변해 에우로페에게 다가갔습니다. 황소를 본 에우로페는 처음에는 놀라했지만, 하얀색의 털은 매우 부드럽고, 눈은 아름답게 빛났습니다.


마음을 연 에우로페는 소를 어루만지는가 하면, 꽃을 꺾어 귀에 꽂아주기도 했습니다. 호기심이 생긴 에우로페가 황소의 등을 어루만졌습니다. 그랬더니 황소가 마치 등에 타라는 듯 허리를 낮춰 몸을 비비는 것이었습니다. 에우로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황소의 등에 올라탔습니다. 그러자 황소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고, 깜짝 놀란 에우로페는 황소의 뿔을 잡고 버텨야 했습니다. 그렇게 바다를 건너 또 다른 땅을 지나 크레타 섬에 도착한 황소는 제우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제우스는 놀란 에우로페를 진정시키고 사랑을 고백했습니다. 에우로페도 제우스를 받아들여 그곳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미노스와 사르페돈, 라다만투스 등 세 명의 아들을 낳았습니다.


한편 딸을 잃어버린 아버지 아게노르는 세 아들들에게 동생을 찾아오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들은 각각 흩어져 여동생을 찾았으나 도저히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형제 중에서 카드모스가 그리스까지 건너가게 되었습니다. 그가 델포이신전으로 가서 신탁을 청했습니다.


그러면 에우로페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와 영원히 살 수는 없었습니다. 에우로페는 제우스가 떠난 후 크레타의 왕 아스테리온과 결혼을 하게 되었고,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세 아들 중 미노스가 왕위를 이어받게 됩니다.


Enlèvement_d'Europe_by_Nöel-Nicolas_Coypel_(detail).jpg 소로 변한 제우스와 에우로페 / 노엘-니콜라스 코이펠 (1690~1734)


앞서 말한 것처럼 현재 유럽이란 이름은 에우로페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또한 ‘에우로페의 유괴’는 미술의 매우 중요한 소재가 되어 조각이나, 부조, 회화 등에 아주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동서고금을 비롯해 농경사회는 물론 페르시아와 바빌로니아에 살았던 사람들 역시 소를 매우 신성한 동물로 여겼습니다. 4,000년 전에는 춘분春分점이 이 황소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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