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우애가 만들어 낸 별자리 -쌍둥이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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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하늘 한 가운데 빛나는 별자리로, 황도12궁 중 가장 북쪽에 자리한 제3성좌가 바로 쌍둥이자리입니다. 왼쪽에 1등성 폴룩스, 오른쪽에 2등성 카스토르 별이 밝게 빛을 내며 나란히 있는데, 마치 커다란 두 사람이 사이좋게 손을 맞잡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쌍둥이자리에는 남다른 형제애가 담겨 있습니다. 앞의 ‘백조자리’에서, 백조로 변한 바람둥이 제우스가 마치 독수리에게 쫒기는 듯 날아가 스파르타 왕비 레다의 품에 안겨 사랑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것에 조금만 덧붙이자면, 레다는 그날 남편과 동침해서 낳은 알 두 개와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생긴 알 두 개, 합해서 모두 네 개의 알을 낳았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네 명의 아이들 중 앞서 밝힌 것처럼 헬레네라는 여인이 있습니다. 그녀는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이아스’의 무대 트로이전쟁의 원인 제공자입니다. 그녀가 남편이 있는 몸임에도 불구하고 트로이 왕자 파리스를 따라간 바람에 아가멤논이 '바라던 바였다’ 하면서 전쟁을 일으킨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여인은 당시 그리스 연합군 사령관 아가멤논의 아내로, 정부情婦와 짜고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남편을 살해한 클리타임네스트라입니다. 그리고 쌍둥이 아들 카스토르와 폴룩스가 있습니다. 이 두 쌍둥이 아들은 이아손이 아르고호를 타고 황금양모를 찾아 모험을 떠날 때 헤라클레스 등 영웅들과 함께한 인물들입니다.
콜키스로 황금양모를 찾아 원정 도중이었습니다. 거친 풍랑을 만난 배가 심하게 요동을 치자 바닷물이 배 안으로 들어오면서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하프의 명수였던 음유시인 오르페우스가 하프를 켜서 신들의 노여움을 가라앉혀 풍랑을 멈추게 했습니다. 이때 마치 바닷길을 안내하듯 쌍둥이의 머리 위로 각각 별 하나씩이 나타나 반짝였습니다. 그래서 이 둘은 훗날 바다를 안전하게 항해하려는 뱃사람들에 의해 신으로 모셔졌습니다.
이 둘은 각각 아버지가 달랐습니다. 형 카스토르는 레다와 스파르타 왕 틴다레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보통 인간이었으나, 동생 폴룩스는 제우스의 피를 이어받아 죽지 않는 불사의 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우애는 무척 깊었습니다. 둘은 힘도 무척이나 세서, 동생 폴룩스는 권투에 능했으며 형 카스토르는 말을 매우 잘 다루었고 무엇보다 칼솜씨가 일품이었습니다.
반면에 과격한 성격도 지니고 있었던 둘은 사촌 누이들을 납치해 아내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이를 그냥 지켜보기만 할 숙부 레위키포스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아들들을 시켜 이 쌍둥이 형제들로부터 여동생들을 구해오라 명했습니다. 이에 이다스와 린케우스가 군사를 데리고 달려갔습니다. 사촌 사이에 싸움이 벌어진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무서워할 쌍둥이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형 카스토르가 상대가 쏜 화살에 목숨을 잃자, 동생 폴룩스가 적진으로 달려가 사촌 린케우스를 창으로 찔러 죽였습니다. 형의 죽음으로 광기에 사로잡힌 폴룩스를 상대할 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는 아무리 화살에 맞고 창에 찔려도 죽지 않는 불사의 몸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자 겁에 질린 이다스가 도망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제우스가 이 모습을 보고 벼락을 날렸고, 이다스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해도, 인간들의 싸움에 빈번하게 신들이 개입하는 것은 신의 특권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억울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이는 시작도 하기 전에 저울추가 한쪽으로 기울어버린,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폴룩스는 비록 승리하기는 했어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형 카스토르가 죽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형이 없는 세상에서 살 이유가 없다고 느낀 폴룩스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자 했지만 아무리 별 짓을 다 해보아도 죽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 제우스에게 죽게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죽어서라도 형과 함께 있고 싶었던 것입니다. 제우스는 두 형제의 우애에 감동해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동생 폴룩스는 1등성이고, 형 카스토르는 2등성입니다. 동양에서는 이 쌍둥이별을 북쪽의 강이란 뜻에서 ‘북하北河’라고 불렀습니다. 특히 이 쌍둥이자리는 그리스뿐만 아니라 바빌로니아와 이집트, 페니키아 지방에서도 형제로 보았으며, 우리나라 역시 ‘형제별’이라고 불렀습니다.
또한 고대 지중해 연안에서는 쌍둥이자리를 항해의 수호신으로서 숭상해서, 그곳을 오가던 모든 배들은 뱃머리에 두 형제의 조각상을 붙여 바닷길 항해의 안녕을 빌었습니다.
우리의 건국 신화에도 알에서 태어나는 난생설화卵生說話가 많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인간과는 다른, 신기하고 기이한 존재이자, 신성성을 부여하기 위함입니다. 즉 고귀한 혈통과 존귀한 존재와 영웅적인 색을 입힌 후세 사람들의 작품이라고 봐야 합니다.
고구려를 세운 추모鄒牟, 혹은 주몽 역시 알에서 태어났습니다. 신라 건국신화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알을 깨고 태어난 이가 바로 신라를 건국한 박혁거세입니다. 가야 여섯 왕 역시 여섯 개의 알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중 가장 먼저 알을 깨고 나온 이가 금관가야 김수로왕입니다. 그리고 고령의 대가야, 아라가야, 고령가야, 성산가야, 소가야가 있습니다.
알을 깨고 태어나 나라를 세운 난생건국신화는 하늘과 관련지을 수 있습니다. 새는 하늘과 땅을 오가는 존재입니다. 우리 사람들은 새를 하늘에 우리의 희망을 전하는 매개체, 즉 메신저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알을 깨고 나온다는 것은 현재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움을 창조하는 건국설화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