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하늘 별자리 여행 5

황금양털 -양자리

by 박필우입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겠지만, 세상에는 ‘장화홍련전’이나 ‘신데렐라’처럼 계모에게 구박과 홀대를 받는 불쌍한 아이들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아테네 북쪽에 아타마스 왕이 다스리는 보이오티아라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나라의 왕비인 네펠레(구름의 정령)가 왕자 프릭소스와 공주 헬레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아카타스 왕이 이노라는 여인 여인에게 눈이 멀어 본처인 네펠레를 쫒아버리고 이노를 새로운 왕비로 맞이했습니다. 이노가 처음에는 네펠레가 낳은 아이들을 맡아 키웠으나, 자기가 낳은 아이들이 생기자 그때부터 두 남매를 구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엔 도를 넘어선 나머지 왕자와 공주를 죽이기 위한 음모를 꾸미기에 이르렀습니다.


양자리수정.jpg 양자리



이노는 한 여인을 매수해 다음해에 논밭에 뿌릴 곡물을 불로 익혀 못쓰게 해놓았습니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사람들은 봄이 되어 씨앗을 뿌렸습니다. 하지만 이미 익은 종자에서 싹이 돋아날 리가 없었습니다. 당연히 보이오티아 나라 전체가 난리가 났습니다. 당황한 아마타스 왕이 델포이 신전에서 신탁을 청했더니, 왕자와 공주 두 아이를 신전의 제물로 희생시키면 땅이 다시 기름지게 되면서 싹이 돋을 것이라는 답이 나왔습니다. 이는 계모 이노가 미리 신전의 사제에게 돈을 주고 꾸민 거짓이었습니다.


아무리 신탁이라고 해도 자신의 아들딸을 희생시킬 부모는 없었습니다. 왕이 움직이지 않자 계모 이노는 신탁의 내용을 나라에 퍼트렸습니다. 그러자 굶어죽게 된 사람들이 빨리 신탁의 내용대로 실행에 옮기라며 왕에게 성화를 부렸습니다. 왕은 어쩔 수 없이 두 아이를 희생해서라도 나라를 안정시켜야 했습니다.


이노. 세인트루스티스 모자이크(위키메디아). 1833년, IVè ou Vè siècle, Musée Saint-Raymon

결국 제단에 바쳐진 프릭소스와 헬레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 신전을 에워싸기 시작했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나 구름이 걷히고 보니 신전 제단에 묶여 있던 왕자와 공주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이 일으킨 기적이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두 남매를 지켜보던 어머니 네펠레는 아이들이 위험에 처하자 제우스신에게 부디 남매를 도울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제우스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에게 부탁해 하늘을 달리는 황금양을 얻어 네펠레에게 주었습니다. 구름의 요정이었던 네펠레는 그 덕에 신전으로 달려가 운무를 일으켜 두 아이를 숨긴 채 하늘로 끌어올린 것입니다.


헬레스폰토스 해협


헤르메스에게 받은 황금숫양의 등에 남매를 태워, 당시 세상의 끝이라 여겼던 동쪽 끝 아득히 먼 콜키스로 날아가게 했습니다. 그러려면 바다를 건너야 했습니다. 하지만 바다를 건너던 중에, 높은 곳에서 넓게 펼쳐진 바다를 내려다보던 여동생 헬레가 갑자기 현기증을 일으켜 그만 바다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동생은 까마득한 점이 되어 포말을 일으켰고, 결국 파도의 먹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훗날 사람들은 동생 헬레가 떨어진 바다를 헬레스폰토스 해협이라 이름붙이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렇게 혼자가 된 프릭소스는 흑해를 건너 콜키스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의 왕 아이에테스가 반갑고 따뜻하게 맞아주었습니다. 프릭소스는 신의 계시를 받아 황금숫양을 제우스 제단에 바쳤고, 자신을 환대해준 아이에테스에게는 황금 가죽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왕이 매우 기뻐하여 황금 가죽을 떡갈나무에 걸어놓고 밤에도 잠을 자지 않는 독룡에게 지키도록 했습니다.


프릭소스는 콜키스의 공주 카리오페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지만, 그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늘 고향 그리스를 그리워하다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뜨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제우스는 자신에게 받쳐진 황금숫양을 가상히 여겨 모든 사람들이 오래도록 기억하게끔 별자리로 만들어주었습니다.


프릭소스.jpg 헬레와 프릭소스(위키백과) 폼페이의 원본 프레스코화가 나폴리에 있다



양자리와 관련된 신화는 여기까지이지만, ‘이아손과 아르고호의 대모험’은 바로 이 황금 가죽을 얻기 위해 떠나는 영웅들의 모험담을 담고 있습니다. 이아손은 여신 헤라의 도움에 힘입어 노가 50여 개로 된 아주 큰 배를 건조하고 이름을 ‘아르고호’라고 붙였습니다. 그리고 이 배를 타고 황금 가죽을 찾아 떠난 원정대 중에는 당사자 이아손은 물론, 시인 오르페우스(거문고자리), 헤라클레스(헤라클레스자리), 당시 세상에서 가장 뛰어났던 의사 아스클레피오스(뱀주인자리), 카스토르와 폴룩스 형제(쌍둥이자리), 펠레우스(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의 아버지), 천리안의 눈을 가진 린케우스 등을 비롯해 뛰어난 전사 50명이 있었습니다.

여왕 이노는 어떻게 되었을까? 여신 헤라의 미움을 받아 미쳐서 자신의 자식을 죽이는 악의 주인공이 되고 맙니다.


가을날 남쪽하늘에 나타나는 이 양자리는 황도12궁 중에서 제1자리 백양궁白羊宮이라고 합니다. 양자리는 페르세우스자리, 물고기자리, 황소자리에 둘러싸여 있는데, 태양이 이 별자리에 들어가면 봄을 알린다 하여 여러 가지 행사를 벌였습니다. 물론 춘분점이 이 별자리에 있던, 지금으로부터 무려 2,000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의 춘분점은 지구의 자전축 운동에 의해 물고기자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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