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하늘 별자리 여행 3

아프로디테와 에로스가 변한 물고기자리

by 박필우입니다

* 작가 wirestock</a> 출처 Freepik <a href="https://kr.freepik.com/free-photo/beautiful-silhouette-shot-of-trees-under-a-starry-night-sky_12304863.htm#query=%EB%B0%A4%ED%95%98%EB%8A%98&position=36&from_view=keyword&track=sph">



이 별자리는 황도12궁 중 마지막 성좌인 제12자리 쌍어궁雙魚宮, 즉 물고기자리입니다. 물고기자리 역시 염소자리와 마찬가지로 티폰의 공격 때 아프로디테와 그의 아들 에로스가 나일강으로 도망을 치면서 물고기로 변신한 것입니다. 이 모자는 서로 떨어지지 않도록 리본으로 몸을 묶어 연결했다고 합니다.


물고기자리는 전체가 아주 큰 ‘V’자 형태를 하고 있지만, 오른쪽이 조금 길어 보이며 그리 선명하지도 않습니다. 가을의 별자리로 구분해 놓긴 했으나, 11월 말쯤에 가장 잘 보인다고 합니다.


에로스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랑의 신입니다. 오로지 활과 화살 하나로 신들조차도 사랑의 포로로 만들어버렸다는 무척 매력적인 신입니다. 그러나 본인 의사에 상관없이 소나 괴물을 사랑하게 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일들도 벌이곤 했습니다. 심지어 스스로에게 당한 적도 있습니다. 자기 화살에 엄지손가락이 상처를 입는 바람에 엉뚱한 여인을 사랑하게 됐던 상황도 벌어집니다.



물고기자리수정.jpg 물고기자리 / 아프로디테와 에로스가 티폰의 공격으로 나일강에 뛰어들면서 변한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제우스에 버금가는 스캔들 자판기나 다름없습니다. 그리스인 미의 집합체인 여신 아프로디테는 사랑이라는 매혹적인 방식으로 저주를 걸어 인간을 죽음으로 몰아가기도 하혔습니다. 하등 상관없는 관계와의 사랑이라니? 특히 연인관계를 파탄시키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습니다.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스》에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던져준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쓰여 있는 황금사과를 차지하면서 전쟁의 원인 중 하나가 되기도 하죠.


올림포스 신들도 두 편으로 나눠 인간의 전쟁에 깊숙하게 개입하기도 한다는 것은 이들 신들도 신성과 동시에 인성을 지녔다는 뜻입니다. 여타 다른 지역에서 전승되는 감히 절대적인, 범접할 수 없는 신들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특히 아프로디테가 더더욱 그렇습니다. 남편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를 두고 아레스와 사랑을 나눕니다. 불륜이란 말이었죠. 결국 아폴론에게 들켜 신들 세계 희대의 간통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물론 남편 헤파이스토스는 절름발이에 추남으로 소문이 났습니다. 아프로디테가 신들 세계에 등장했을 때 제우스가 헤파이스토스로부터 뇌물(?)의 성격이 다분한 선물을 받고 결혼을 성사시켰다고 합니다.


이 둘의 극적인 결혼으로 마치 우리가 알고 있는 ‘미녀와 야수’를 떠올리게 하지만, 여성성의 상징 자유연애를 추구하였던 아프로디테와 대장간에 틀어박혀 물건 만들기에만 열중인 헤파이스토스와는 애초에 맞지 않은 커플이었습니다. 남편의 상태로 보아하니 아름다운 아프로디테를 그냥 둘 남신들이 아니었습니다. 아프로디테가 처음으로 곁눈질을 한 대상이 전쟁의 신 아레스였습니다.



아프로디테는 시간만 나면 아레스가 살고 있는 트라케로 달려가 사랑을 나누곤 하였습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태양의 신 헬리오스, 즉 아폴론에게 들켜버리고 맙니다. 아폴론은 그길로 헤파이스토스에게 달려가 고자질해버립니다. 광분한 헤파이스토스는 자신의 장기를 발휘해 눈에 보이지 않은 정도의 촘촘한 청동그물을 만들어 아프로디테 침대 주위에 쳐놓고 잠시 바쁜 일이 있어 코린토스에 다녀오겠다고 집을 비웁니다. 이때를 그냥 둘 아프로디테가 아니었죠. 그 즉시 아레스를 침대로 불러들여 사랑을 나눕니다. 그러나 헤파이스토스가 쳐놓은 그물은 그 둘의 몸을 칭칭 감고 말았습니다. 이때 커턴 뒤에서 제우스를 비롯한 아폴론 등 올림포스의 신들이 나타나 이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제우스 첫 마디가 걸작입니다.


아레스.jpg 아프로디테와 아레스



“잘들 논다.”


정작 당사자들은 부끄러움에 몸을 숨기려 할수록 청동거물이 이 둘의 몸을 더욱 옥죄었습니다. 이 모습을 넋 놓고 보고 있던 헤르메스에게 아폴론이 옆구리를 찌르며 말합니다.


“어때? 보기 좋아?”

그런데 헤르메스 대답이 걸작입니다.

“이보다 더 심한 거물이라도 그녀와 칭칭 감겨보았으면 원이 없겠소.”


이 소리를 들은 다른 신들이 낄낄 거리며 웃었습니다. 그러나 제우스만큼은 그러지 않았답니다. 부부 싸움에 개입하고 싶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신의 아들이 저처럼 사적인 일을 공개적으로 사건화 한 것에 심사가 뒤틀렸던 것입니다. 헤파이스토스는 일전에 아버지 제우스에게 준 선물을 되돌려 주지 않으면 아프로디테를 풀어주지 않을 것이라 소리칩니다. 그러나 제우스는 혀를 차며 등을 돌립니다.


이때 야릇한 눈으로 벌거벗은 아프로디테를 바라보는 신이 있었습니다. 바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짐짓 점잔을 피우며 이렇게 말합니다.


“아레스가 헤파이스토스에게 위자료를 물어야 합니다.”


이때 헤파이스토스를 비롯해 모두가 찬성하자 사건은 대충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어찌어찌하여 두 신은 거물에서 풀려나 도망치다시피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아프로디테는 바다로 달려가 몸을 씻어 처녀성을 회복하였고, 조금 전에 공개적으로 자신을 원한다는 헤르메스에게 몸을 허락합니다. 또한 사슬에서 풀려나게 해준 포세이돈과도 사랑을 나눠 로도스와 헤로필로스 두 아들을 낳습니다.


아레스가 위자료를 헤파이스토스에게 주었을까? 천만의 말씀입니다. 위자료는커녕 그는 그 뒤로도 아프로디테와 사랑을 나눠 슬하에 사랑의 신 에로스, 복수의 신 안테로스, 갈망의 신 히메로스, 욕망의 신 포토스 등 여덟 명의 자식을 두었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아프로디테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와의 사이에서 풍요와 생산의 신 프리아포스(Priapus)를 낳습니다. 공개적으로 사랑을 고백한 헤르메스와는 자식이 없었을까? 당연하게도 있습니다. 이 둘 사이에 결합의 신 헤르마프로디토스(Hermaphroditus)가 태어납니다.


강력한 여성성의 아프로디테는 인간의 사랑도 뿌리치지 않았습니다. 아도니스 사이에 딸 베로에(Beroe)를 낳았으며, 트로이 왕족 안키세스 사이에서 아들 아이네아스(Aeneas)을 생산해 왕성한 생산능력을 보여줍니다.


혹자들은 자유연애와 남성 우위의 사회에서 여성성을 강조한 페미니즘의 원조라고 하는 까닭이 아닐까 합니다.



* 아도니스 : 아도니스는 열광적으로 사냥을 좋아하다 멧돼지에 물려 죽는다. 아도니스의 죽음을 슬퍼한 아프로디테는 그를 기념하기 위해 그가 피 흘려 죽은 곳에 꽃이 피어나게 한다. 이 꽃이 핏빛색의 아네모네이다.



어제 여행을 다녀오다 기찻간에서 브런치스토리를 만지다 휙 하고 하나가 날라갔다. '가을하늘 별자리 여행 3' 해서 다시 올립니다. 내 어둔한 손꾸락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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