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하늘 별자리 여행 1

그리스 영웅 페르세우스 자리

by 박필우입니다

작가 wirestock</a> 출처 Freepik <a href="https://kr.freepik.com/free-photo/vertical-shot-of-a-beautiful-starry-sky_16936867.htm#query=%EB%B0%A4%ED%95%98%EB%8A%98&position=1&from_view=keyword&track=sph">




일등성 별자리가 많지 않은 가을밤은 사계절 중에서 별자리를 찾기가 가장 어려운 계절입니다. 하지만 별을 사랑하는 밤지기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가을 밤하늘에서 찾을 수 있는 별자리는 페가수스자리를 비롯해 안드로메다자리와 그리스의 영웅 페르세우스자리가 있으며, 양자리, 물고기자리, 물병자리, 염소자리, 고래자리 등도 있습니다. 이제부터 가을하늘 별자리에 어떠한 사연들이 담겨 있는지 함께 여행을 떠나보겠습니다.


별자리_가을별자리.jpg


그리스 영웅 - 페르세우스자리


미래를 미리 안다는 것은 불행을 피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일면 다행이지만, 어떻게 보면 더한 불행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본능처럼 내일을 걱정하고, 미래에 대해 하나라도 알고 싶어 하기 마련입니다.


그리스 티린스의 왕 아크리시우스에게는 다나에라는 외동딸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들을 원했습니다. 아크리시우스는 세상의 중심이라 생각했던 델포이신전으로 찾아가 신탁을 청했습니다. 그러나 신탁의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페르세우스자리.jpg 페르세우스자리(일러스트 서경덕)


“너는 아들을 얻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딸 다나에가 사내아이 하나를 낳을 터인데, 그 아들이 할아버지인 왕을 죽이게 될 것이다.”


외손자가 자신을 죽인다니! 차라리 듣지 않는 것이 나았을 신탁이었습니다.


아크리시우스는 불안했습니다. 미래를 안 이상은 그냥 그렇게 버려둘 수 없었습니다. 아크리시우스는 운명을 바꾸기 위해 외동딸 다나에를 청동으로 꼭꼭 둘러싼 탑 꼭대기에 은밀히 가두었습니다. 그리고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문제는 바람둥이 제우스였습니다. 때마침 아크리시우스가 다나에를 탑 속에 가두었으니, 이를 안 제우스는 황금비로 변신해 지붕에 벌어진 틈을 타 탑 속으로 흘러들어가 다나에에게 접근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나에는 임신을 하게 되었고, 얼마 후 건강한 아들을 낳았습니다. 이 아이가 바로 페르세우스입니다.


아크리시우스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결국 고민 끝에 커다란 나무상자 속에 딸 다나에와 젖먹이 아들 페르세우스를 넣어 바다에 던져버립니다.


“나는 딸과 손자를 죽인 것이 아니다. 다만 그들의 운명을 바다에 맡겼을 뿐. 그러니 만약 저들이 죽는다면, 그것은 바다와 파도 때문일 것이다.”


이 모습을 내려다보던 제우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두 모자를 안전한 항해를 부탁했습니다. 파도에 이리저리 휩쓸려 흘러가면서 다나에는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그렇게 길고 긴 표류 끝에 이들을 실은 나무상자가 세리포스라는 섬에 닿았습니다. 그곳에서 딕투스라는 친절한 사람의 눈에 띄어 되어 간신히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한동안 두 모자는 행복하게 살 수 있었고, 페르세우스도 어느덧 늠름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다나에의 미모에 있었습니다. 딕투스의 형이자 왕인 폴리데크테스가 아름다운 다나에에게 흑심을 품고 접근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곁에는 항상 페르세우스가 있었기 때문에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왕은 계획을 하나 세웠습니다.


폴리테크테스는 나라의 젊은이들을 초대하는 잔치를 벌였습니다. 초대받은 젊은이들 전부가 선물을 하나씩 들고 온 것은 물론입니다. 하지만 가난했던 페르세우스는 아무것도 준비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왕이 페르세우스에게 명했습니다. 연회의 선물로 괴물 고르곤의 머리를 가져오라고 말입니다. 모자를 서로 떼어놓기 위한 계략이었습니다.


고르곤은 헤라클레스자리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머리카락이 수백 개의 뱀으로 이루어진 세 자매를 통칭해 부르는 이름입니다. 강한여자란 뜻의 스텐노, 멀리 나는 여자 에우리알레, 지배를 의미하는 메두사를 말합니다. 가장 무서운 것은 그들의 눈이었습니다. 그들의 눈과 마주는 순간 돌로 변해버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세 자매 중에서 막내인 메두사를 제외한 스텐노와 에우리알레는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신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왕으로부터 명령을 들은 페르세우스는 자신 있게 그러겠노라 장담했습니다.


그 모습을 하늘에서 지켜보던 제우스가 아들 페르세우스를 돕게 했습니다. 아테나로 허여금 페르세우스에게 어떤 무기로도 뚫리지 않는 방패를 주면서 고르곤을 직접 바라보지 말고 자신이 건넨 방패를 거울삼아 뒤로 비춰서 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헤르메스는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 달린 신발과 머리에 쓰면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는 하데스의 투구, 그리고 메두사의 머리를 넣을 주머니 키비시스를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이아데스는 고르곤의 머리를 벨 수 있는 멋진 칼을 주었습니다.


메두사의 머리 / 피터 폴 루벤스(1577–1640) 作. 빈 미술사 박물관

페르세우스는 바다를 건너서 고르곤이 산다는 북쪽 하늘로 날아갔습니다. 페르세우스는 칼로 머리를 잘라도 죽지 않는 불사의 스텐노와 에우리알레는 버려두고, 오로지 메두사만 노렸습니다. 즉 그들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아테네 여신이 준 방패를 거울삼아 살금살금 다가가서는 헤르메스에게 받은 칼로 메두사의 머리를 베어버린 것입니다.





소란에 놀란 두 자매가 눈을 뜨는 순간 황금투구를 써서 모습을 감춘 페르세우스는 떨어진 메두사의 머리를 키비시스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잘린 메두사의 목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피가 굵은 줄기를 이루며 인근의 큰 바위까지 흘려 내렸습니다. 순간 메두사의 피에 젖은 바위가 요동을 치면서 ‘쩍’ 하는 소리와 함께 두 동강이 나더니 그곳에서 눈이 부시도록 하얗고 날개가 달린 천마天馬가 큰 울음소리를 내며 뛰쳐나왔습니다.


페르세우스는 천마를 잽싸게 잡아타고 그곳을 빠져나갔습니다. 이 천마가 바로 페가수스였습니다. 페가수스는 메두사를 사랑했던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그녀의 죽음을 슬퍼한 나머지 그녀의 피와 바다의 포말로 만들었다 합니다.


하늘을 날아가던 페르세우스는 에티오피아에 들렀다가 그곳의 공주 안드로메다를 구해주고 그녀와 결혼까지 하게 되는데, 그 이야기는 ‘안드로메다자리’에서 풀겠습니다.


그렇게 돌아온 페르세우스는 폭정을 일삼던 폴리데크테스를 찾아 궁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죽었음에도 여전히 마력이 통하는 메두사의 머리를 왕 앞에 던졌습니다. 그러자 폴리데크테스는 물론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까지 모두 돌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페르세우스는 돌로 변한 폴리데크테스 대신에 동생 딕투스를 왕위에 앉혔습니다. 또 메두사를 잡는 데 도움을 주었던 세 신들에게 받은 것들을 돌려주고는 아내 안드로메다와 함께 고향 티린스로 향했습니다.


다나에와 황금비 /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



고향을 향해 가던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 부부는 우연히 북쪽지방 테살리아의 라릿사 지방을 들리게 되었습니다. 마침 그곳에서는 원반던지기 경기가 열리고 있었고, 페르세우스도 경기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힘차게 원반을 던지던 순간 태풍이 몰아치는 바람에 원반이 구경하고 있던 관중 속으로 날아가서는 어떤 노인의 머리를 명중시켜버렸습니다. 원반을 맞은 노인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한편 자신이 버린 손자 페르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은 티린스의 왕 아크리시우스의 귀에까지 들렸습니다. 그는 두려운 나머지 테살리아의 라릿사로 도망쳐 몸을 숨겼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원반던지기가 열린다는 소문을 듣고는 구경꾼 속에 섞여 들어갔습니다. 그러다가 페르세우스가 던진 원반에 머리를 맞고 숨을 거둔 것입니다. 결국 신탁의 예언대로 비극적인 결말이 이루어지고 말았습니다.


나중에서야 자기가 던진 원반에 목숨을 잃은 사람이 자신의 할아버지임을 안 페르세우스는 절망했습니다. 페르세우스는 할아버지의 장례를 극진하게 모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5촌 조카인 메가펜테스에게 왕의 자리를 내어준 후, 아내 안드로메다와 함께 티린스 땅에서 조용하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훗날 죽은 후에는 안드로메다와 함께 하늘로 올라가 별자리가 되었습니다. 페르세우스 손녀가 바로 테베의 왕비 알크메네입니다. 알크메네와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헤라클레스가 태어났다는 이야기는 앞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내일이 불안한 나머지 전전긍긍하다보면 오늘이 헛되이 지나가버릴 것입니다. 우리네 인생은 단 한 번만 주어진 나만의 것입니다. 거부할 수 없는 죽음이란 거대한 자석에 끌려가더라도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오늘을 살아야 하는 까닭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