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하늘 별자리 여행 5
슬픈 연인의 신화 -거문고자리
* 작가 rawpixel.com</a> 출처 Freepik<a href="https://kr.freepik.com/free-photo/beautiful-night-sky-background-with-half-moon-and-stars_15670162.htm#query=%EB%B0%A4%ED%95%98%EB%8A%98&position=11&from_view=keyword&track=sph">
아주 먼 옛날에 하프를 아주 잘 켜는 음유시인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오르페우스는 이아손, 헤라클레스 등과 더불어 아르고호를 타고 콜키스로 가서 용이 지키는 보물 황금양모를 가져오는 모험을 마치고 돌아온 영웅 중 한명입니다. 그리고 그의 아내 에우리디케는 트라키아 물의 님프였습니다. 그러나 이 둘의 행복한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에우리디케가 홀로 산책을 즐기고 있을 때였습니다. 태양의 신 아폴론의 아들이자 양봉과 포도와 올리브 재배의 창시자라고 알려진 아리스타이오스가 에우리디케의 미모에 반해 뒤를 따라갔습니다. 이를 눈치 챈 에우리디케가 무서워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숲까지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곳에 숨어있던 독사에게 물려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페데리코 체르벨리 作.한편 오르페우스는 돌아오지 않는 에우리디케를 찾으러 나섰다가 숲속에서 싸늘하게 죽어 있는 아내를 발견하게 됩니다. 오르페우스는 슬픔을 주체하지 못해 그날 이후로 다시는 하프를 켤 수 없었습니다. 그는 결국 용기를 내 지하세계를 찾아가 무서운 신 하데스를 만나 아내를 데려오기로 결심합니다.
다음날 오르페우스는 하프를 손에 쥔 채 지하세계를 향해 물어물어 길을 떠났습니다. 그러다가 타이나로스 곶에 도착한 오르페우스는 지하세계로 통하는 깊게 패인 구멍을 발견합니다. 오르페우스는 사랑하는 아내를 생각하며 용기를 내어 그 구멍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어두컴컴한 동굴에서는 퀴퀴한 냄새와 함께 음침한 울음소리까지 들려왔습니다. 때론 괴기한 웃음소리도 힘겹게 하였습니다. 힘들고 어렵게 지하세계 문 앞에 이르렀더니, 지옥의 문지기들과 문지기 개 케르베로스가 무서운 표정으로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하지만 오르페우스는 영웅답게 들고 간 하프를 켜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아름다운 하프선율에 마음이 가라앉은 문지기들과 개 케르베로스가 조용히 눈을 감고는 그가 문을 통과하도록 내버려두었습니다.
그렇게 무사히 지하세계에 도착한 오르페우스는 그곳의 왕 하데스에게 끌려갔습니다. 오르페우스는 하프를 연주하면서 자신의 아내 에우리디케를 다시 돌려달라며 애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요구에 화가 났던 하데스의 마음도 하프소리에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자료에는 하데스에게 납치당해 일 년 중 석 달을 지하세계에서 살던 페르세포네가 옆에서 도와주라고 종용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무시무시한 하데스는 오르페우스가 켜는 하프 선율에 반해 그의 소원을 들어주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하세계에도 정해진 규칙과 질서가 있는 법이었습니다. 하데스는 오르페우스에게 한 가지 조건을 걸었습니다.
“ 아내를 데려가도 좋다. 그러나 너를 따라가고 안 따라가고는 순전히 그녀 의사에 달려있다. 아내가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면 반드시 너의 뒤를 따를 것이다. 그러면 내 역시 모른 척 하겠노라. 그렇게 된다면 지하세계의 규율을 어기는 것이 아니니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땅위에 도착하기까지 말을 해서도 안 되고 절대로 뒤를 돌아보아서도 안 된다. 만약 네가 그 약속을 어긴다면 다시는 아내를 만나지 못할 것이다.”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돌려준다는 말에 기뻐서 그러겠노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습니다. 그러고는 하데스에게 인사를 건네고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얼마를 걸었을까? 오르페우스는 아내가 정말로 자신을 따라오고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뒤를 따르는 발자국 소리도 들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내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험험 헛기침을 하며 자신을 다독였지만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자신을 따라올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쩐지 하데스에게 속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동굴에는 여전히 자신의 발자국 소리만 들릴 뿐 고요하기만 했습니다.
결국 오르페우스는 아내 에우리디케가 변심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심이 들면서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아내 에우리디케가 바로 뒤에 따라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에우리디케가 실망감에 창백해진 얼굴로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습니다.
거문고자리 / 일러스트 서경덕
“어찌? 어찌 이러십니까? 저를 믿지 못하셨나요? 약속을 믿지 못하셨나요?”
이 말을 마치자마자 에우리디케는 다시 지하세계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오르페우스가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자신을 원망하던 에우리디케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라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그는 결국 산과 들을 이리저리 떠돌다 아끼는 하프를 가슴에 안고 깊은 강에 몸을 던졌습니다. 하프는 주인을 떠나 홀로 아름다운 선율을 내면서 둥실둥실 떠돌다 바다까지 흘러갔습니다. 그러자 하프 소리에 매료된 신들의 제왕 제우스가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만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오르페우스 역시 태양의 신 아폴론의 아들이었던지라, 영웅의 영혼만이 마지막으로 머문다는 휴식처이자 낙원인 엘리시온(Elysion)에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입니다. 행복한 결말을 기대했던 사람들에 의해 새로 생겨난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거문고자리는 전갈자리와 더불어 여름의 대표적인 별자리입니다. 헤라클레스와 백조자리, 용자리 사이에 있는 이 별자리의 α별 베가가 바로 우리나라에서 칠월칠석 때 볼 수 있는 직녀별입니다. 베가란 아라비아에서 ‘떨어지는 독수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 별자리를 그렇게 본 것입니다.
직녀별은 하늘에 알알이 박힌 별 중에서 네 번째로 밝은 별이니, 눈여겨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하프를 우리는 왜 거문고자리라고 할까요? 아마도 하프와 비슷한 우리나라 악기를 가져오다 보니 거문고자리가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하데스와 플루토스우리는 어쩌다가 상대의 사랑을 의심할 때가 있습니다. 의심이란 놈은 싹만 트면 물이나 비료를 주지 않아도 저절로 쑥쑥 자란다고 합니다. 하느님조차도 툭하면 “너의 믿음을 증명해 보여라!”고 하시니 인간인 이상 의심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랑에는 믿음이 중요하다는 뜻인지도 모릅니다.
‘사랑한다’라는 말 앞에는 ‘그 어떤 일이 있어도’가 생략되어 있답니다.
초심을 잃지 않기가 쉽지 않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잊지 마세요!
“어떤 일이 있어도 당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