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하늘 별자리 여행 4

사수자리(궁수자리)와 남두육성

by 박필우입니다

출처 <a href="https://kr.freepik.com/free-photo/view-of-boat-on-water-at-night_59583062.htm#query=%EB%B0%A4%ED%95%98%EB%8A%98&position=10&from_view=keyword&track=sph">Freepik</a>





영웅들의 스승과 인간의 삶을 관장하는 별자리

태양이 하늘의 별자리 사이를 지나는 길을 황도黃道(ecliptic)라 이르고, 이 황도에 자리한 12개의 별자리를 황도12궁이라 한다고 앞서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이 황도12궁 가운데 아홉 번째 별자리가 바로 사수자리(궁수자리)입니다. 여름날 초저녁이면 남쪽 지평선에 S자 모양으로 이어진 웅장한 곡선의 별들이 나타납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전갈자리인데, 그 옆에서 활을 겨눈 모습을 한 별자리가 사수자리입니다.


사수자리는 머리와 가슴은 사람의 모습이지만 아래는 말의 모습을 한, 켄타우로스족 중의 한 명인 케이론(혹은 키론)입니다. 일반적으로 켄타우로스족은 성질이 거칠고 난폭한 축에 속한다고 하나, 케이론만큼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헤라클레스 아내를 유혹하려다 죽은 네소스도 켄타우로스족입니다) 그는 비록 아들에 의해 쫓겨나긴 했지만, 신들의 제왕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가 아내 레아 몰래 말로 변해서 오케아노스의 딸 필리라를 유혹해 낳은 아들입니다.



궁수자리(사수자리) / 일러스트 서경덕



그렇게 태어난 케이론은 정의를 중요한 가치로 여겼고, 성격도 온화하고 선량해서 주위로부터 존경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특히 음악과 무예, 사냥과 예언 등에 뛰어났던 그는 헤라클레스에게 무예와 음악을 가르치는 등 이아손을 비롯해 황금 양모를 구하기 위해 떠나는 아르고호의 영웅들 등 신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영웅의 스승이기도 했습니다.


케이론은 신의 아들인 만큼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불사不死의 몸이었습니다. 하지만 헤라클레스의 실수로 물뱀 히드라의 독이 묻은 화살에 상처를 입고 말았습니다. 히드라의 독은 그 어떤 약으로도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죽을 수도 없는 케이론은 영원히 고통스러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모습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던 제우스가 케이론으로 하여금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프로메테우스에게 불사의 몸, 영생永生을 양보하고 편안한 죽음을 선택하도록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케이론은 하늘에 올라가 활을 잡은 모습의 별자리가 되었습니다.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의 제자인 이아손이 헤라클레스 등 여러 영웅들과 함께 콜키스로 황금 양모를 찾아 떠날 때였습니다. 이들을 안전하게 인도할 목적으로 스스로 하늘에 올라 활을 잡은 모습으로 별자리가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아예 처음부터 이들을 인도할 목적으로 하늘로 올라가 별자리가 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사실 케이론이 헤라클레스, 이아손, 아스클레피오스(뱀주인자리) 등 뭇 영웅의 스승인 까닭이어서인지 그에 대해 별다른 신화는 전해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가 없었다면 영웅도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니, 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 별자리에 한국과 중국에서 매우 신성시 여기는 별자리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해가 떨어지고 남쪽 하늘 사수자리 가운데에 작은 북두칠성처럼 생긴 여섯 개의 별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이를 ‘두수斗宿’라고 하는데 이는 하늘사당이라는 뜻입니다. 또한 작은 북두칠성을 닮았다고 해서 ‘남두육성’이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이 북두칠성을 죽음을 관장하는 별로 여긴 것에 반해, 이 여섯 개의 별을 북두칠성과 반대의 뜻으로 남두육성이라 이름하고, 삶과 장수를 관장하는 별로 여겼습니다. 우연하게도 프로메테우스에게 생명을 양보한 케이론과 삶을 관장하는 남두육성이 같은 별자리에서 묘한 대조를 이룹니다.


이 별은 이항복, 김시습, 정지상의 시에도 등장하는가 하면, 고소설 《임호은전林虎隱傳》(작자미상)에서는 인간 세상에 태어나 난세를 헤쳐 간다는 영웅의 이야기로 담겨 있습니다. 백사 이항복은 임진왜란 당시 동래부사 송상현의 충절에 비유하였습니다. 이렇게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 삶과 영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별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케이론과 아킬레우스 / 나폴리 국립고고학박물관

덧붙이면,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죄로 제우스의 노여움을 받은 프로메테우스는 코카서스의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고통을 받습니다. 이때 헤라클레스 도움으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케이론에 의해 영생을 부여받는 극적인 드라마틱한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인간 문화에 공헌했던 그에게 신화를 창조한 인간에 의해 보상이 주어졌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무릇 스승은 그 제자들이 뛰어남으로써 빛나는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따라서 보이지 않은 손처럼 묵묵히 제자들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상징성의 스승상이라 할 것입니다. 그래선지 유럽에서는 ‘케이론’을 지혜의 상징으로 여기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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