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간단한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원에서 시키는 만큼의 양을 혼자서 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이 되면 학원 전문용어로 양치기가 필요하다.
고등학교 내신을 그 아이가 그 과목을 얼마나 잘하는지 측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천만의 말씀
잘하는 건 기본이고 아이가 얼마나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큰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수 감각이 뛰어나고 문제 집착력이 있어 중학교까지만 해도 학교 내신도 곧잘 해내서 나를 방심케 했다.
그래서 중3에서 고1로 넘어가던 그 중요한 겨울방학에 원래 다니던 일주일에 3번 한 번에 2시간인 수학학원 외에 다른 학원에는 보내지 않았고
대망의 첫 중간고사 수학 시험을 치르고 온 큰아이에게 “시험 잘 봤니?” 질문하니
아이는 멋쩍게 웃으며 “엄마, 문제를 다 못 풀었어.”라고 대답했다.
아이도 굉장히 놀란 듯했다.
“모르는 문제가 있었니?”
“아니 계산이 너무 복잡하고 지저분해서 풀다 보니 시간이 부족했어.”
고등학교 수학의 내신이란 문제를 풀 수 있는 건 기본이다.
거기에 더해 '문제를 보고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문제를 푸는 것만으로는 학교 내신에서 변별력을 가릴 수 없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육부 방침에 따라 수업한 내용에서 문제를 내고 있기 때문에 수업 중 학생에게 제시되었던 유인물에 의존한 변형 문제들이 출제되고 이런 경우 운 나쁘게 만점자가 1 등급컷의 아이들보다 많아지면 1등급 없이 모든 아이들이 2등급부터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어서 선생님들은 어떤 식으로든 변별력을 가릴 수 있게 문제를 출제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문제의 계산이 너무 까다로워 문제를 보고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풀 수 없다면 시간 안에 문제를 다 풀 수 없는 구조의 시험 문제들이 출제되었던 것이다.
자 이제 구조를 파악했으니 답은 결정되었다.
아이 수학학원의 선택 기준은 이제 바뀌었다.
학원의 기준은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내신 문제 유형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가?
아이가 얼마나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어낼 수 있게 연습시킬 수 있는가?
동네에서 가장 큰 대형수학학원을 알아보고 바로 등록했다.
시험 전 학교에서 나온 유인물부터 예상 기출문제까지 기본적으로 3번 이상 풀리는 시스템이었다.
그 시스템 안에 들어간 아이는 죽을상이 되어 재미없다 를 반복했지만 기말고사 때 무리 없이 점수를 올려 중간고사의 실수를 만회하고 2등급을 2학기에는 1등급을 받았다.
그때 깨달은 건 그 과목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아니라
문제를 보는 순간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양치기가 고등학교에서는 필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이래서 안 된다고 탓할 필요가 없다.
현실이 그런데 그런 걸 탓해서 무엇하겠는가?
이민을 결심한 게 아니라면 내 아이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서 고등학생이 되면 중학교 때까지와 달리 나는 되도록 국영수과 모든 과목의 학원에 다닐 것을 권한다.
명심할 것. 이때의 금전 문제를 위해서라도 어린 시절 지나친 사교육은 금물이다.
어린 시절 사교육은 대부분 그 결과가 바로 아이 인생의 중요한 문제로 연결되는 게 아니지만 이때는 아이의 내신성적이 바로 대학입학과 직결되니 실탄은 이때 사용해야 하니까.
고등학생이 학원에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명확한데
중하위권 학생이라면 부족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
상위권 학생이라면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반복 학습을 위해서이다.
가끔 강박적인 성향이 강한 완벽주의 성향의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이 어렵고 지겨운 일을 혼자서 해내
찬사 어린 박수갈채를 받지만
우리 모두 알다시피 내 아이가 그런 아이가 아닐 확률이 90%를 넘고
이 또한 행운이라 받아들일 수도.
조금은 여유 있는 아이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도 있으니까.
물론 이런 기계적인 교육이 아이들을 망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공부를 하는 것은 하기 싫은 것을 참고 해내는 힘을 키운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잘하는 아이들은 알고 있는 지식을 반복해서 푸는 걸 지루해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지루한 교육을 시키면 아이들은 창의성이 없어질까?
물론 그 교육을 받을 때는 얼핏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때가 되면 그 아이들은 그들이 습득한 기술로 자신들의 창의성을 더욱 발달시킬 수 있다.
반복을 통한 암기는 창의력이라는 목걸이를 만들기 위한 개별적인 보석들이고
보석이 없이 만든 목걸이는 초라하다.
암기 교육이 아이들의 창의성을 망친다는 건 공부를 제대로 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암기는 모든 공부의 완성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소위 말하는 공부 머리는 아쉽지만
성실하고 꾸준함을 재능으로 가진 평범한 아이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하는 점은 아이들의 성향이 다르고 이런 억압적인 양치기 시스템이나 반복학습이 맞지 않는 아이들도 분명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아이들에게는 그 아이가 가진 다름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