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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땐 뇌과학

by 연금술사 수안

요즘 밀땡에서 듣고 있는 책은 '우울할 땐 뇌과학'이다. 물론 난 이 책을 종이책으로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웬일인지 잘 안 읽혀서 책장을 장식하고 있었는데 또 들으면 재미있어서 난생처음 책을 듣고 있다.


'우울할 땐 뇌과학'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우울로 가는 하강나선을 쉽게 탄다고

나는 우울증으로 쉽게 갈 수 있는 뇌회로를 가지고 있다.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부분도 있고 유년기 겪었던 트라우마도 한몫을 했다.


내가 우울 기질이 있다는 걸 얘기했을 때 30년 된 친구도 놀라며

"네가?"

라고 말했을 정도로 또 잘 티가 안 나기는 하지만 여하튼 그렇다.


이런 내가 왜 사람들을 잘 속일 수 있었는지 생각해 보면

나는 순간적으로는 상승나선을 잘 타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저자처럼

나는 '무기력하지만 놀 수 있어.'가 장착되어 있는 것 같다.

놀고 싶으면 무기력한 게 아니라고?

맞다. 그러나 그건 심각한 우울증일 때이고(나도 우울증을 의심할 만한 상황을 몇 번 겪기도 했지만) 여기서 말하는 건 평소의 내가 쉽게 우울증이 될 수 있는 뇌회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인 점은 상승나선을 탈 수 있는 행동들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있어서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고 잘 살아남았던 것 같다.


그중 특히 노는 걸 좋아하는 나는

놀 때는 또 어찌나 잘 웃는지

약속 전까지도 '나가기 싫어(집 밖은 위험하니까?), 어떻게 하면 약속을 취소할 수 있을까? 진짜 귀찮다. 그냥 침대가 되고 싶어. 일어날 수 없어. 모든 게 잘 못 되어 가고 있어. 나는 혼자야.'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막상 사람들을 만나면 잘 웃고 떠들며 논다. 특히 작년 대학원 졸업 여행 후 만들어진 모임에서 '맛있는 술'을 접하고 운동으로 '춤'을 배우며 '음주가무'에 빠져든 이후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책을 듣다 보니 우울증에 쉽게 빠지는 뇌회로를 가지고 있어도 이렇게 상승나선을 탈 수 있는 나만의 루틴 몇 개만 있으면

기질을 극복하고 잘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고무적이 되었다.


말하자면 나는 자주 잔기침을 하지만 컨디션을 잘 관리해서 폐렴에 걸리는 일은 없이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아직 책을 듣는 중이라 상승나선을 타고 있는 나의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해야겠다.


어제 주중엔 매일 발행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얼핏 했다. 그런 걸 결심하면 또 인생이 고단해지고 나를 자책하게 되니 결심 같은 건 아니다. 며칠이 될진 모르겠지만 그냥 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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