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단어를 노래방에서 처음 들었었다. 누군가 김연자의 '아모르파티'를 열창했고, 가사를 흘려들었던 난 그저 '아모르의 파티 라니 신나는 군.'이라 생각했을 뿐이다.
몇 년 전부터 니체의 책이 서점에 깔리기 시작하기 전까지도 말이다.
'아모르파티'는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운명관을 나타내는 용어로 운명에 대한 사랑이라는 뜻이다. 고통, 상실, 좋고 나쁜 것을 포함하여 자신의 삶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은 운명이며 그리하여 그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 자체로 사랑한다는 뜻이다.
명리를 공부하면서도 나는 인생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다. 사실 운명이 정해져 있다면 명리를 공부할 이유도 없었다. 내가 공부를 한 이유는 단 하나 운명을 훔쳐보아 더 나은 운명을 창조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명리의 가장 큰 목표는 '開運(개운)'이다.
그러나 공부를 계속할수록 나는 운명은 정해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양자중력 이론의 선구자 이자 물리학자인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은 더 깊어졌다.
운명은 정해져 있다. 하나님이 계획하신 모든 순간은 하나님의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명리를 공부하거나 마음공부를 하고 기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이 바로 '아모르파티'이다.
내 모든 순간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우린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그저 그 순간을 받아들이고 그 순간을 사랑하며 살아가면 된다. 데살로니아 전서 5장에는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니라.'라는 구절이 있다. 명리학적으로 보든 종교에 기대어 보든 물리학에 기대어 보든 우리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
그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내 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순간순간을 성실히 즐거운 마음으로 사랑하며 살아내는 것뿐이다.
같은 시간 같은 사건을 겪어도 우린 모두 다른 경험을 한다. 그 이유는 바로 그 사건을 대하는 태도 때문이다.
여행을 가는 것은 정해졌다. 우리 모두 같은 코스를 돌아 같은 것을 먹고 같은 것을 보아도 각자는 다르게 그 순간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렇기에 우리는 더더욱 그 순간을 즐기고 사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