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한국

향수병

by 삐아노


아직도 몸이 완전히 낫지 않았다.

인생에서 가장 약한 순간을 보내고 있는 기분이다.






파나마에 온 지 어언 2년 반이 되었다.

바꾸어 말하면 한국에 안 간지 2년 반이 되었단 뜻도 된다.


주재원 나오면 처음에는 가기 싫어 울다가 나중에는 돌아가기 싫어서 운다던데, 이 나라에서는 별로 적용이 안 되는 것 같다. 파나마에서 한국으로 귀국하는 주위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 보인다. 실제로 물어보면 한국에 가게 되어 기쁘단다. 남은 사람들은 그들을 하나같이 다 부러워한다. 나 역시도.



파나마에 온 순간이 좋을 때도 많았다.

과거에 사람들 표정, 어투, 뉘앙스에 무척 민감했던 나는 모국어인 한국어를 들었을 때 자동반사적으로 기분이 결정되는 게 무척 싫었다. 그래서 뜻 모를 스페인어를 들으면 답답한 한편, 무슨 말인지 모르니 기분에 별로 영향이 가지 않아 그게 오히려 자유롭게 느껴졌다.


또 외국인, 완전한 이방인으로 지내는 게 고립감도 들지만 한편으론 숨통이 트이기도 했다.



그랬던 나인데 요새는 한국을 매우 가고 싶다.


비행기 티켓 끊어서 그냥 가면 되지 않는가 하기에는 그리 쉽지 않다. 너무나도 긴 비행이 몹시 끔찍했던 기억에 쉬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몸이 안 좋은 지금은 더더욱 용기가 안 난다. 그리고 남편과 밤비를 혼자 두고 몇 달씩 있다 오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다. 지금 생각하면 작년에 한 번쯤은 다녀올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제일 그리운 것은 단언 음식이다.

한인 이민자 수 자체가 몹시 적다 보니 파나마의 한인 식당은 수도 적고 음식 종류도 매우 제한적이며 값이 비싸다. 김밥 한 줄에 만오천 원을 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한국식 식자재 또한 매우 드물다. 샤브용 고기나 대패삼겹살은 구경하기가 몹시 힘들다.

슈퍼에서 파는 한국 제품 역시 종류가 적은 데다가 비싸다. 밀키스 작은 캔 하나에 2.5달러 남짓을 줘야 하며 홈런볼 하나는 3달러에 달한다.



한국에 가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건 외식이다.

점심때 탕수육과 짬뽕, 저녁때 돼지갈비, 다음날 크림 수프에 왕돈까스, 저녁땐 한국식 스파게티 스토리에서 매운 까르보나라를, 그다음 날은 미스터피자와 명동 칼국수를 그리고 다음날엔 즉석떡볶이와 닭갈비를 먹을 테다. 물론 볶음밥은 필수!

아웃백도 가고 싶고 빕스나 애슐리 같은 퓨전 뷔페도 그립다.

나는 한식보다 양식 파였는데, 알고 보니 내가 좋아하던 양식의 상당 부분은 한국식 양식이었다.



뭐니 해도 엄마의 음식이 가장 그립다.

엄마가 손수 빚은 김치만두, 닭 한 마리를 삶아 찹쌀과 함께 푹 끓인 고소한 닭죽, 하나씩 부친 정성 가득 밀전병에 고기와 채소를 넣어 먹는 구절판, 참치를 듬뿍 넣은 매콤한 김치찌개, 짭조름한 불고기, 큰 솥에 담긴 감자볶음, 직접 담근 김치와 신선한 겉절이, 간장에 폭 절여진 따끈한 두부조림, 제삿날이 기다려지는 소고기 뭇국, 일일이 갈아서 정성스레 구워낸 감자전과 김치전, 엄마가 귀찮은 날이면 휘리릭 해주던 참치짜글이와 계란찜도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다.



쓰고 보니 슬퍼진다.

아직도 1년 이상이나 남았다니…

여기서 어떻게 2년 반을 보냈나 스스로 대견한데, 앞으로 더 있어야 한다는 게 애처롭게 느껴지는 밤.



크림소스는 느끼하다. 한국식 매콤 크림소스가 그립다!











토요일 연재
이전 15화파나마의 고급 브랜드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