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저의 음악 인생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저에게는
실패의 역사가 새겨진 순간들이 많았기에
쓰기 망설여졌던 때가 많았습니다.
이것도 써? 말아? 고민하다가
결국 쓴 적도 있고 쓰지 않은 적도 있지요.
그럼에도
최대한 솔직하게 드러내려고 용기를 냈습니다.
지나간 세월 동안 정말로
열심히 해왔고 또 하고 있기에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음악은 제게 큰 고통과 두려움을 줬지만
동시에 살아갈 이유도 안겨주었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지요?
세상의 모든 것들은 전부 다 모순적인 것 같아요.
물론 나쁜 의미가 아닙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어떤 것이든 다양한 면모를 갖고 있지요.
흑과 백으로 완전히 나뉜 게 아닌, 섞여있는 것.
음악은 제게 그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그 외에도
배우고 느꼈던 게 정말 많습니다.
이 세상 쉬운 것이 없구나, 대단한 천재들은 정말 많구나, 나는 한참 멀었구나, 더 노력해야겠다 와 같은 가르침을 아프게 배우기도 했고요.
한편, 다른 가르침도 있었어요. 아주 큰 거요.
저는 싫증을 잘 내는 편인데 유일하게
음악만큼은 계속하고 있어요.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음악은 저에게 언제나 깨달음을 주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는
바로 유레카! 를 외칠 때가 아닌가 싶어요.
뭔가 알아냈을 때, 해결했을 때, 풀어냈을 때의 그 쾌감.
언제나 음악은 그 짜릿한 자기 효능감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음악은
제 인생 스승입니다.
지난번에 제 꿈에 대해서 이야기했었지요.
첫 번째 꿈이 조만간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파리에서 제 첫 자작곡 연주회를 열게 되었어요.
갑자기 웬 파리!?
그러게 말입니다.
인생은 도무지 알 수 없나 봅니다.
아주 작은 연주공간이고
관객도 얼마나 올지 몰라요.
프랑스에 아는 사람은 당연하게도
한 명도 없거든요.
어쩌면
우리 남편 한 명뿐일 수도 있겠지요.
(남편을 위한 콘서트도 의미 있고 좋습니다. 하하)
그래도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프랑스어라곤 봉쥬르 밖에 모르는데
리플릿도 만들었고 연주 때
곡소개도 프랑스어로 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최선을 다해야죠.
연습도 재개했답니다.
연주용 연습은 평소와 다르게 합니다.
한 음, 한 음씩 각도와 무게를 생각하며
정말 한 음 한 음 성심껏 해요.
피아노 한 곡에 도대체 몇 음이나 있을까요?
수백 개 있겠지요.
그 음들 하나하나를 빚고 또 빚습니다.
아무리 떨리고 긴장되어도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견고한 기반을 쌓는 거예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아주 피로합니다.
평소에는 저도 편하게 칩니다. 감정 위주의 연습이 많아요.
근데 감정만 표현하면 실전에서 다 무너져요.
너무 떨려서 근육이 수축되고
손은 무게 없이 날아다니니 음은 빠지고 빈소리가 나며 리듬도 망가집니다.
테크닉적인 바탕을 탄탄하게 해야
비로소
인테리어를 할 수 있거든요.
곡은 총 20곡을 연주합니다.
앙코르는 클래식곡을 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제 고질병인 무대공포증 당연히 아직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걸 감당할 만큼 철저히 연습하려고요.
그리고
저를 믿어보려고요.
결국 제가 제일 잘하는 건 피아노더라고요.
내가 제일 잘하는 거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야
자신 있게 되뇌어봅니다.
지금까지 <음악 외길 인생>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