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늘은 "음악은 천재들만 해야 하는가?"
란 주제로 연주자만 양성하는 대학 시스템, 다른 길은 모른 채 로또 당첨급 한 길로만 향하게 하는 분위기, 엘리트주의 등을 거론하며 우리 음악가들이 나아가야 할 길,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나의 생각을 이야기해보려 했다.
최근에 "침묵의 서"라는 책을 읽었는데
"침묵보다 나은 쓸거리가 있을 때만 글을 써라",
"먼저 입을 닫고 생각을 정리한 후에 써라."라는 말이 머리를 강타했다.
지금 나는 무엇을 쓰고 있는 것인가-
내가 이 글을 써도 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달까.
이것저것 나의 생각을 썼지만
아무래도 그 글은 언젠가의 기회로 미루고-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나의 미래 꿈에 대해 써보려 한다.
나의 꿈, 목표.
1.
가장 먼저 내 곡들로만 이루어진 콘서트를 여는 것이
첫 번째 꿈이다.
오롯이 내가 만들고, 내가 설명하고, 내가 연주하는 그런 연주회.
사람들의 반응도 정말 궁금하다.
지금은 가족들의 평을 받는데
내가 생각한 느낌과 전혀 다를 때가 많아서 놀랍다.
예를 들면 나는 동양 판타지풍을 생각하고 지었는데
남편은 유럽 귀족이 생각난단다. 으잉?
또 난 단순하다 생각했는데 어렵게 들린다는 평이나
난 쓰면서 와 이거 대박 나는 거 아냐 하며 되게 좋았는데 인기가 없거나
슬픈 걸 썼는데 지루하다는 등-
가족의 생각만 들었을 뿐인데
다 다른 평인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난 아직 부족하다.
얼마나 해야 충만하다고 느껴질지는 사실 미지수지만
나는 엄연히 작곡 비전공자다.
작곡 전공자분들은 클래스가 다르다.
물론 비전공자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이렇게 써선 안되는데 자신 있게 쓴다던지(?)
이 자신감이 때론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하니까.
그럼에도 공부는 언제나 더 필요하다.
직감뿐 아니라 그 무언가가 더.
2.
파나마에서 지내는 4년 동안 50곡을 쓰기로 다짐하고 왔다.
현재 1년 8개월째인데 24곡을 발매했다.
목표 달성이 얼추 가능할 것 같다.
물론 곡의 개수가 중요한 건 아니라지만
다작은 필요하다. 무척.
1, 2집은 피아노 위주였는데
3집부터는 다양한 악기를 쓰면서
점차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결국은 오케스트라 곡을 다룰 수 있게 되는 게 목표.
3.
이쯤에서 밝혀보려 한다.
나의 새로운 꿈은 바로...!
애니메이션 음악 감독이다.
영화 음악 감독이 아닌
특별히 애니 음악 감독이 되고픈 이유는
내가 가장 좋아했던 영화의 장르가 애니였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스텔라, 캐리비안의 해적 등
대가 of 대가, 천재 of 천재느님의 영화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진짜 벅차올라서
나도 이런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지만-
가장 먼저 애니에 도전해보고 싶다.
덧붙여
게임음악도 해보고 싶다.
게임에 삽입되는 음악은 진짜 좋은 게 많다.
심즈 도입 로딩 부분 음악 들을 때마다 미쳤다,
파랜드택틱스 음악 들을 때마다 와 버블시대 음악 미쳤다 란 생각이 절로 든다.
물론 우리나라 게임 음악의 탑, 테일즈위버도 그렇고.
요새는 애니의 한 장면에 싱크에 맞추어 어울리는 음악을 만드는 연습을 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클립을 찾고 음소거를 한 뒤,
(음악이 잘 기억 안 나는 장면을 선정하는 게 베스트다.)
장면의 분위기, 미묘한 감정 변화, 캐릭터의 움직임 등에 따라 음악을 만든다.
무엇보다 싱크 맞추는 게 정말 노동이다.
가장 힘들고 지루한 작업.
내가 아직 기술적인 요령을 잘 모르는 걸 수도 있겠다.
나중에 곡을 다 만들고 들어보면
원곡과 전혀 다른 음악이란 점이 참 신기하다.
아까 낮에 내가 좋아하는 영화의 음악을 작곡가이자 연주자 본인이 라이브로 연주하는 영상을 보았다.
그것이 나의 꿈의 결정체가 아닌가 싶었다.
나의 외길 음악 인생.
1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음악과 함께 울고 웃던 삶.
다음 주에 마지막 에필로그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