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스러지는 순간

by 삐아노



커튼을 걷자 보이는

일렁이는 야자수잎과

하얀 뭉게구름 사이로

쉴새없이 쏟아지는 황금색 햇빛.


어딘가 나른한 아침.

잠을 깨러 물 한 잔을 마신다.

목을 타고 흐르는 맑음은 여청하고도 산뜻하다.


유리에 맺힌 물방울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컵을 이리저리 기울여가며 햇빛에 비춰본다.

머금어진 물방울이 투명하게 빛난다.


문득 당신이 떠오른다.

어느덧 테이블에 얹은 손바닥이 따스해지고

입가에 미소가 고요히 번진다.


부서지는 햇볕이 스며든 호수 같은 당신.

그런 당신에게 스러지는 순간

나는 찬란하게 웃는다.




Sun in the Afternoon (Wilhelmsbad) (1913)


이전 16화4분 50초의 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