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소심한 내가 활발함을 택했을 때

-에어로빅 강사가 된 이유

by 나영온

소심한 내가 활발함을 택했을 때

— 에어로빅 강사가 된 이유


나는 원래 활발한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들 앞에 서기보다는

뒤에서
조용히 상황을 살피는 쪽이
훨씬 편한 사람이었다.


여의도의 화려한 건물에서
나오고 난 뒤,
나는 이상한 공허함을 느꼈다.

잘못된 선택을 한 건 아니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사람이
점점 더 작아질 것 같았다.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직업을 바꾸고 싶은 게 아니라,
나 자신을 바꾸고 싶다고.


그래서 나는 내 성격과
정반대에 있는 선택을 했다.


에어로빅 강사.

몸을 쓰는 일,
리듬에 몸을 맡기는 일,
무대에 서는 일.


그 모든 것이 나와는
거리가 먼 세계처럼 느껴졌지만,
그래서 더 해보고 싶었다.


훈련은 생각보다 훨씬 고됐다.

하루 이틀의 열정으로는
버틸 수 없었다.

근육통이 일상이었고,
거울 앞에서 같은 동작을
수십 번씩 반복해야 했다.

몸이 먼저 바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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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가 달라지고,
호흡이 달라지고,
땀을 견디는 법을 배우게 됐다.

1년 가까운 시간 끝에
나는 에어로빅 강사가 되었다.


미에로화이바 컵 대회에서
시범 무대에 서기도 했다.

음악이 흐르고, 박수가 쏟아지고,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였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정말 달라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강사로서 앞에 설수록
내 마음은 자꾸 뒤로 물러났다.


몸은 누구보다 앞에서 움직이고 있었는데,
마음은 계속 사람들 사이를 살피고 있었다.

오늘은

누가 힘들어 보이는지,
누가 박자를 놓치는지,
누가 괜히 주눅 들어 있는지.

그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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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활발해지고 싶었던 이유는
주목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였다는 걸.

에어로빅 강사는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분명히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사람들 앞에 서는 용기와
내 안의 소심함을 동시에
안고 가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무대 위에 서는 사람이라기보다
무대 위의 사람을 바라보는 쪽에
더 가까운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 깨달음은 다음 선택을
조금 더 분명하게 만들었다.


나를 바꾸고 싶었던 선택은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또렷하게
보여주었다.




지금과 그때 사이

그때의 나는 성격을 바꾸면
삶도 달라질 거라 믿었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안다.

사람은 바뀌기보다 드러난다는 걸.

지금의 많은 이들도 여전히
스스로를 바꾸려 애쓴다.


하지만 바꿔야 할 건 성격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대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그때의 나는 몸으로 그 사실을 배웠고,
그 경험은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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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편으로 이어지는 숨결

나는
나를
밀어붙이는 대신
나의 위치를
알고 싶어졌다.


다음 이야기는
조직 안에서
처음으로
나를 자각했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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