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재수학원에서 만난 인생의 반전

- 인생의 방향을 바꾼 건 선택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by 나영온

재수학원에서 만난 인생의 반전

— 대학을 향해 들어간 곳에서, 인생을 만난 이야기


에어로빅 강사로
몸을 밀어붙이던 시간 뒤에
나는 다시 한 번
큰 조직 안으로 들어갔다.


성격도, 몸도 아닌
구조를 알고 싶어서였다.

대기업이라는 이름 안에서
나는
내 자리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감각을
처음으로 배웠다.


그리고 그때 알았다.


배우고 싶다는 욕망은
사치가 아니라
필요라는 걸.


그 선택의 끝에서

공부를 다시 하겠다고 재수학원에 들어갔다.

목표는 분명했다.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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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곳에서 내가 가장 먼저 마주한 건
문제집도, 강의도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학원에는 나와 비슷한 얼굴들이 있었다.
각자의 사정으로 한 번쯤 돌아온 사람들.

누군가는 늦었고, 누군가는 잠시 멈췄고,
누군가는 방향을 다시 잡고 있었다.

나는 그들 사이에서 유난히 조용한 편이었다.

이미 한 번 사회로 나갔다가

돌아온 사람이라는 사실이
괜히 드러날까 봐 말수를 아꼈다.


하루의 리듬은 단순했다.

아침에 자리에 앉아 강의를 듣고,
문제를 풀고,

저녁이 되면 다시 다음 날을 준비했다.

그 반복 속에서 나는 조금씩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뒤처졌다는 감각도,
앞서 있다는 자만도 없이

그저 지금의 나를 견디는 시간.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람을 만났다.

특별한 말이 오간 건 아니었다.
공부 이야기, 진로 이야기,
아주 평범한 대화였다.

하지만 그 대화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지금의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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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내가 어디서 왔는지보다

지금 무엇을 고민하는지를 더 궁금해했다.

무엇을 잘했는지보다
어디에서 멈췄는지를 가볍게 물었다.

그게 이상하게도 나를 편안하게 했다.


재수학원은 대학을 준비하는 곳이었지만,
나에게는 나를 다시 믿어보는 연습장이었다.

이전의 선택들이 모두 잘못은 아니었다는 것,
돌아왔다고 해서 실패자가 되는 건 아니라는 것.

그 사실을 누군가의 평가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처음으로 알게 됐다.


그때 어렴풋이 느꼈다.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건 항상
직업이나 결정이 아니라,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걸.

그리고 그 만남은 이후의
내 선택들에 조용하지만 분명한
영향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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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그때 사이


그때의 나는 인생을 바꾸는 건
큰 결심이나 대단한 선택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내 방향을 바꾼 건 한 사람과의 관계였다.


지금의 많은 이들도 선택 앞에서
스스로를 책망한다.

왜 더 빨리 결정하지 못했는지,
왜 돌아왔는지.

하지만 돌아오는 시간은

실패가 아니라
관계를 다시 만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때의 나는 재수학원에서
공부보다 먼저 사람을 만났고,
그 만남은 이후의 삶을
조용히 지탱해 주었다.


인생의 방향을 바꾼 건 선택이 아니라,

나를 묻는 사람이었다.






✍️ 다음 편으로 이어지는 숨결


대학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했지만,

그 길의 끝에서
내가
먼저 만나게 된 건
직업보다
앞선
‘선생님’이라는
이름이었다.


다음 이야기는 아이들 곁에서
처음으로 나의 자리를 느꼈던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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