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직업은 아직 미정입니다. [3편]

by 나영온

[3편] 여의도의 화려함 앞에서 느낀 이질감

— 너무 큰 세계에서의 첫 직장


면접은
세 명씩 들어갔다.

임원들 앞에 나란히 앉아
같은 질문을 받거나,
누군가는 다른 질문을 받았다.


그날, 우리는 그 자리에서 바로

누군가는 합격을,
누군가는 불합격을 들었다.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누군가의 평가.
‘이런 게 사회라는 건가?’

너무 빠르고,
너무 분명한 결정이었다.

그렇게 나는 여의도로
출근하게 되었다.




‘대기업 계약직’이라는 이름으로.

노랑색 귀엽고 심플한 네잎클로버 독서 토론 동아리 모집 포스터  (4).png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은 모두 달랐다.
누군가는 일찍 오고,
누군가는 늦게 왔다.

나는 그 시간을 확인하고,
체크하고, 입력했다.


지금처럼 전산화가 완전히 되기 전이라
사람이 직접 입력하고
사람이 다시 확인하던 시절이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우편물을 받기 위해
모든 부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 순간만큼은
회사 전체가 모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곳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은 익숙해진 풍경이지만
그때의 나에겐
모든 것이 낯설었다.

특히 옷차림.


연예인보다 더 화려해 보였던
직원들의 모습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화장을 거의 하지 않던 나에게
그 세계는
더더욱 다른 행성처럼 느껴졌다.

그들이 말하는 퇴근 후의 삶에

나는 끼지 못했다.

옷의 상표도,

바로 옆 백화점에서 사는 화장품의 이름도

모르는 내가 그 세계에서는

너무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업무는 생각보다 단순했지만
그 안의 분위기는 복잡했다.

말투, 표정, 관계,
보이지 않는 규칙들.

그 속에서

나는
조금씩 알게 되었다.

‘아, 이곳은 내 자리가 아니구나.’


노랑색 귀엽고 심플한 네잎클로버 독서 토론 동아리 모집 포스터  (7).png

지금의 말로 하자면
‘직장 내 부적응자’였을지도
모르겠다.

좋게 포장하자면 그렇다.


끼어주지 못해 어울리지 못한 건지,
어울리지 못해 끼지 못한 건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세 달 만에
사직서를 냈다.


그때 직장 상사는 말했다.
그럴 줄 알았다고.
너는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고.

그리고 덧붙였다.
잘 생각했다고.
네가 가고 싶은 곳을
응원하겠다고.


그 말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어디에나
어른은 분명히 있다.

이곳이 내 자리가 아니라는 걸,
나는
비교하지 않고
알아차렸다.



� 지금과 그때 사이

그때의 나는 ‘버티는 것’과 ‘맞는 것’을
구분할 줄 몰랐다.


좋은 직장이면
참아야 하는 줄 알았고,
큰 세계에 들어왔으면
나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말할 수 있다.

어울리지 않는 곳에서 버티는 건
성장이 아니라
소모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그 시절의 사직서를
실패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건
나에게 맞지 않는 세계를
알아차린
첫 번째 선택이었다.




✍️ 다음 편으로 이어지는 숨결

그곳을 떠났다고 해서
바로 내 자리를
찾은 건 아니었다.

화려한 세계를
지나온 뒤,
나는 다시
나에게 맞는 자리를
찾아야 했다.


다음 이야기는
성격을 바꾸면
삶도 달라질 거라
믿었던
한 선택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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