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직업을 찾는 중입니다.

- 나의 직업은 아직 미정입니다.

by 나영온

[ 1편 ] 나의 첫 직업은 ‘아르바이트생’이었다.

— 살기 위해 일하는 법을 먼저 배웠다


아르바이트가 가능해진 나이, 열여덟.
누가 시켜서가 아니었다.
그냥 당연하다는 듯,

나는 일을 찾았고 곧 시작했다.


학교가 끝나면

평일 오후 6시부터 밤 11시까지.
편의점에서 계산을 하고,

손님을 응대하고,

매장을 정리하고,

창고를 정리했다.
그 시간에 벌어지는 모든 일은,

그 안에 있는 동안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그때의 ‘아르바이트생’이었던 나는

결코 가볍게 일하지 않았다.


내 용돈은 내가 벌어야 했고,

‘집안 사정’이라는 말은

어른들이 설명해 주지 않아도
몸이 먼저 이해하고 있었다.

주말이면 패스트푸드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햄버거를 만들고, 트레이를 닦고,

사람들이 남기고 간 흔적을 치우는 일.
주중과 주말의 경계는 중요하지 않았다.
일할 수 있는 날은 모두 일했다.


canva에서 가져온 이미지


나는 그렇게 열여덟에서 스무 살까지,

졸업할 때까지 늘 일하고 있는 아이였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힘듦보다 사람들의 얼굴이다.

바쁜 시간에 짜증을 내던 손님,

괜히 말을 걸어오던 단골,
퇴근 시간에 맞춰

늘 같은 표정으로 들어오던 회사원들.

나는 그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말의 톤,

얼굴의 온도,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를 말해 주는 표정들.


그땐 몰랐다.
그게 관찰인지,

감정 노동인지,

아니면 사람을 살피는 습관이었는지.

다만 일을 잘하려면

사람을 잘 알아야 한다고

막연히 생각했을 뿐이다.

졸업을 앞두고 사람들은 물었다.
재수를 할 거냐고,

아니면 바로 사회생활을 할 거냐고.

하지만 나에겐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재수를 하고 싶다면

그 비용부터 내가 벌어야 했고,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 앞에서

조언을 해 주거나 함께 고민해 줄

어른도 곁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먼저 사회로 나가는 쪽’을 택했다.


지금 돌아보면

이건 단순한 직업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선택이었다면 선택이었겠지만,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된 건 훨씬 나중의 일이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법을 연습하고 있었던 것 같다.





# 지금과 그때 사이

그때는 일하고 싶다고 마음먹으면

어디든 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

편의점도, 패스트푸드점도 늘 사람이 필요했고,

경험이 없어도
“일단 해보자”는 말이 먼저였다.

지금은 일하고 싶어도

자리가 없다는 말을 더 자주 듣는다.

있다 해도 조건을 먼저 따지게 되고,

도전하기 전에 망설임이 앞선다.

실패가 경험이 되기보다

상처가 되는 시대라서일까.
일을 시작하는 마음조차 조심스러워졌다.

나는 그때의 환경이

더 좋았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일을 통해 배우고,
부딪히며 쌓이는 경험의 기회가
지금은 조금 더 멀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경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쌓이면 결국 사람을 만든다.

그때의 알바들이

단순한 생계가 아니라

나를 사람 쪽으로

조금씩 밀어주고 있었다는 걸.

나는 꿈보다 먼저,
사람들 사이에서 버티는 법을 배웠다



✍️ 다음 편으로 이어지는 숨결

그때의 나는
미래를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하루를 버티는 일이

선택보다 먼저였으니까.

재수냐,
사회생활이냐는 질문조차
나에게는
사치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꿈을 잠시 미뤄두고
사회로 먼저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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