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 곁에서 기준의 자리까지
원장이 되고 나서, 보게 된 세계
— 아이들 곁에서 기준의 자리까지
선생님으로 아이들 곁에 서 있을 때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세계는 분명했다.
교실 안의 하루,
아이들의 얼굴,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
원장이 되고 나서
그 세계는 조용히 넓어졌다.
아이들 뒤에 있는 구조와
선생님들의 하루를 좌우하는 결정들,
그리고 선택이라는 이름의 무게.
원장이 되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분명하지 않았다.
다만 아이들 곁에서
‘이건 조금 다르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하나둘 쌓였을 뿐이다.
아이들이 더 편안히 머물 공간,
선생님들이 숨을 고를 수 있는 하루,
보호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설명과 태도.
그 모든 것이
한 사람의 선택에서 시작된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되었다.
원장이 되고 나서
나는 더 강해진 게 아니라
더 많이 흔들렸다.
결정해야 할 일들은 늘어났고,
그 결정들은
누군가의 하루에 직접 닿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좋은 선택보다
덜 다치게 하는 선택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그 무렵
평가단 위원으로 현장에 나가게 되었다.
평가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평가를 하는 사람의 자리였다.
평가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서류와 시설, 회계 장부까지.
작은 오류 하나가
그동안의 노력을 지워버릴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일을 하며 나는 알게 되었다.
평가는 잘잘못을 가르는 일이 아니라
어디까지 준비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현장에서 먼저 보이는 건
점수가 아니었다.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
선생님을 부르는 말투,
공간을 다루는 손길.
그 모든 것이
서류보다 먼저 눈에 들어왔다.
평가를 마치고 나올 때마다 이 질문이 남았다.
점수가 좋은 어린이집과
아이들이 편안한 어린이집은
정말 같은 모습일까.
그 경험 이후로 나는 평가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
두려워하기보다
이해하려고.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점수를 잘 받고 싶다면,
먼저 점수를 주는 사람이
되어보아야 한다고.
자리가 바뀌면
보이는 세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 지나고 보니 알게 된 것들
책임은 아이들로부터 시작되었고,
선택은 언제나 어른의 몫이었다.
그리고 평가는 아이를 위한 약속을
어른에게 다시 묻는 또 하나의 방식이었다.
✍️ 다음 편으로 이어지는 숨결
기준을 배우고 나서
나는
전혀 다른 나라의 교실에 서 있었다.
다음 편은
해외 홈스테이 운영자이자
한인학교 유치부 교사로 지냈던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그곳에는 매뉴얼보다
사람의 태도가 먼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