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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박성민 Feb 12. 2024

장담하지 말고, 자신하지 말고

어른들이 하신 말씀이 옳았다.

혈뇨가 있다고 하여 대학병원을 계속 다녀도 원인을 찾지 못하였다.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에너지는 에너지대로 여러 차례 소모하고

마침 인생 최대의 가라앉은 컨디션 난조에 겸사겸사 

오진일 수 있어 두 번째 대학병원을 두드렸다. 

혈뇨의 원인을 또 못 찾고 산부인과 협진을 의뢰하였더니

호르몬제를 한달치 처방해 준다. 

바삐 사느라 갱년기가 온 줄도 몰랐다.

한 달간 효과가 반짝하였고, 병원에서는 효과가 좋다며 네달치 처방을 또 주었다.

덜컥 겁이 났다. 나의 힘이 아닌, 약에 의존하고 사는 삶이 싫어서였다.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노화를 받아들이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그렇게 40대 후반을 넘기고 반백이 넘어 열심히 살아 온 내게 비싼 선물을 주고 싶어졌다.

정밀검사가 포함된 고비용의 건강검진을 신청했다.

검사 결과를 전해 받는 날, 의사는 나의 체중에 비해 성인병 지표가 하나도 없다며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한다.

궁금했던 혈뇨 검사 결과를 물어보니 ‘혈뇨는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그 전에 혈뇨가 있었는데 원인을 못 찾았었다고 하니 지금은 없다고 한다.

신기하다. 원인을 찾지 못했던 혈뇨가 있었다 없어진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간의 경과나 이유를 떠나 현재 혈뇨가 없다는 결과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비타민 D의 현저한 부족과 대장에 선종이 하나 있어 간단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햇빛을 안보고 밤낮 없이 컴퓨터만 보고 있으니 비타민 D의 부족은 이해하지만, 선종 수술은 뜻밖의 결과였다.      


돌도 씹어 삼킬 수 있다고 장담하는 내가 

바빠서 잠자면서 꿈을 꿀 새도 없다고 하며 건강에 자신 있는 내게도

수술을 받을 일이 생긴 것이다. 

이래서 어른들이 건강은 자신하지 말라고 했었던가.

삭신이 쑤신다고 하던 어른들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헤아리지 못했던 나는

어느새 예전 어른들의 나이가 되어

간혹 몸의 근육과 뼈마디가 쑤신다는 뜻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영양제는 절대 안먹을 거라 다짐하던 영양제도 비타민 1개에서 마그네슘까지 2개로 늘어났다.

이래서 건강은 장담하지 말고, 자신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나 보다.

간단한 수술이라고 했지만 내게 긴장과 걱정이 엄습했고, 다행히 수술은 잘 되었다고 했다.

마취가 깨는 중에 나의 염려와 달리 병원 관계자들은 ‘정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죽느냐 사느냐 갈림길인지 아닌지 감도 모르는 수술을 한 후였는데 일상이 된 수술 회복실은 

그저 지나가는 환자 한 명의 병원 공장 같았다. 인생의 끝이 이런 느낌일까.

병원의 반복된 일상으로 환자의 심적 고통은 저 멀리에 가 있었다. 

존중과 배려가 아쉬웠지만, 인생은 이렇게 챗바퀴처럼 돌아간다. 


처진 볼살이나 주름, 눈의 결막이 문제가 아니다.

얼마전 건강검진에서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경고 상태니 운동을 열심히 하라고 한다.

어른들이 하신 말씀이 옳았다. 건강은 장담하지도, 자신하지도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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