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왜 그랬을까
일과 육아, 한 가지를 선택하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일하면서 자녀 양육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는데, 크게 했던 후회 한 가지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내가 10년 넘게 다닌 회사는 직원은 천명이 넘었고, 연차가 쌓이고 능력이 있어야 진급하는 보수적인 회사였다. 그 회사에서 일하며 가장 크게 후회했던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육아휴직을 쓰지 않은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사용할 수 있는 1년 중 3개월만 쓴 것에 대해 정말 큰 후회를 했다.
처음 이 회사에 면접 보고 합격했을 때, 내가 취직했다는 것 자체에 감사했다. 신입사원으로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업무 능력도 향상하며 진급도 했다. 많은 직원들이 입사하고 퇴사하는 것을 바라봤고, 그렇게 즐거우면서도 힘든 직장생활이 이어졌다.
나는 원래 좋은 건 좋고 싫은 건 싫은 적극적인 태도와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하던 성격이었다. 하지만 회사 생활이 길어질수록 남의 눈치를 보고 행동을 하는 수동적인 사람으로 변해갔다.
회사에서는 내 생각을 말하기 전 남이 뭐라고 생각할 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말해야 했다. 어디까지 눈치를 봐야 할지 그 적정한 정도를 찾는 게 너무 어려웠다. 이러한 것들은 나의 직장생활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내가 회사에서 남의 눈치를 보는 이유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었기 때문이었다.
직장에서 육아휴직 사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과연 몇이나 육아휴직의 득을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일단 적어도 내가 속했던 회사는 아니었다. 육아휴직은 인사고과에 무조건 영향을 끼쳤고, 이에 대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쟤는 그래도 육아휴직을 사용했잖아 라며 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원의 경우, 아쉬울 때 꼬투리 잡히는 것은 일상이었다.
이런 걸 뻔히 알고 있는데, 누가 육아휴직 사용에 대해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적어도 일에 대해 욕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사용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육아휴직인데 말이다.
어쨌든, 나는 아이의 양육자 부재로 인해 3개월간의 육아휴직을 사용했고, 복직 후 애기 엄마라서 그렇다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았기에 더 열심히 했다. 아이 때문에 야근 못한다는 얘기 안 나오도록 이 악물고 했다. 새벽 4시에 퇴근해서 2시간 자고 출근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연이어 하위 고과를 받았고, 진급 누락이 되었다. 진급 대상인데, 누락의 이유를 물어봤다. 답은 역시나 육아휴직 사용 때문으로 인한 하위 고과였다.
1년 중 고작 3개월 썼을 뿐인데 이렇게 대우받다니 너무 화가 났다. 임산부였을 때도 야근을 했고, 하물며 출산 전날 까지도 출근해서 인수인계를 했을 정도로 일에 대해 욕심이 많았는데 고작 대우가 이렇다니 열심히 일해왔던 모든 순간이 한탄스러웠다.
고작 3개월 썼다고 이렇게 불이익받을 거면, 차라리 1년을 쓰고 불이익받을걸 후회했다. 어차피 회사에서는 내가 3개월을 쓰든 1년을 쓰든 기간이 중요하게 아니었다. 썼냐 안 썼냐가 중요했을 뿐.. 어쨌든 회사는 아무 잘못이 없다 생각할 것이다. 내가 좋아서 헌신했고, 야근했고, 열심히 한 것이라 생각할 테니 말이다.
다 내 잘못이다. 나는 회사생활을 열심히 했으니, 회사에서 보답해 주겠지?라고 기대했다. 기대를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말이다. 나처럼 회사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들은 나처럼 주변의 눈치를 과도하게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회사가 다 그렇진 않으리라.
복직 후 계속되는 하위고과에 나는 결국 이직했고, 현재 다른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다. 이제 몇 개월 뒤면 곧 돌아가야 한다. 두렵고, 겁이 난다. 다시 이전의 눈치 보던 삶으로 돌아갈 것 같아서 말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돈 벌려면 할 수 없다.
어차피 회사 그만두게 될 거, 육아휴직도 쓰고 복직 후 야근도 안 했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아마 계속 다니지 않았을까? 열심히 했는데 회사에 그에 대한 보상이나 인정을 받지 못한 아쉬움이 나를 퇴사하도록 만든 것 같아 아쉽다.
그때의 나로 돌아간다면 회사에 무언가를 바라지 않으리. 또한 받는 만큼 일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