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관 장편소설 남극 펭귄 생포작전을 읽고.....
처음 제목과 책 표지를 봤다면 '청소년 대상 소설이라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구나' 생각할 것이다. 며칠 동안 읽고 생각하고, 읽고 또 생각하고를 반복했다. 읽은 시간보다 사고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마지막으로 책을 다 읽은 시점에서는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이게 청소년 소설이라고?.... 우리나라 청소년 수준이 정말 높구나....', "대한민국 만세다!"
나에게는 수준이 높은 책이다. 시간 보내기 재미용으로 봤다가 읽으면 읽을수록 '개인의 고집과 신념이라는 게 과연 변할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현실을 살짝 본 것 같았다. 왜 남극 펭귄 생포 작전이라는 청소년용 장편 소설을 보며 작금 우리나라의 해결할 수 없는, 말로도 쉽게 얘기할 수 없는 현실이 떠오르는지 의문이다.
소설 내용을 간략히 요략 하자면 서칸쿠 공화국 영웅 'K'가 굶주리는 공화국 사람들의 배고픔 해결을 위해 '바탈'이라고 불리는 소년과 나중에 합류하게 된 '샤이마'와 함께 남극에 가서 펭귄을 생포하고 돌아오는 일련의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쉽게 쉽게 풀어져 나갈 것 같은 과정은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의 개입으로 어디로 갈지 몰랐다. 소설의 큰 줄기는 흔들리는 것이 없었지만 뻔한 클리세가 없었다는 점, 처음 느꼈던 것과는 다른 반전의 묘가 있었다는 점, 이 소설이 왜 경기문화재단에 경기예술지원사업으로 선정될 수밖에 없었음을 충분히 보여줬다. 나에게는 예전 어렸을 때 읽었던 '노인과 바다'를 떠올렸다. 결말 부분에 조금 더 K와 샤이마의 해결점이 있었거나 암시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개인적 감정과 노인과 바다에 '아름다운 뼈'라는 결말을 이끄는 장치가 있었는데, 이 책도 그런 장치가 있어 아프(?)면서 좋았다.
이 소설 전에 나는 허관작가의 글을 여러 번 아니 수십 번 읽었다. 예전부터 느꼈던 작가의 깊이 있는 사고와 문체 그리고 사물을 바라보는 독창적인 눈과 날카로움은 소설을 통해서 한번 더 깊고 진하게 다가온다. 읽을 때마다 나를 간질간질하게 하는 무엇(?)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게 좋았다. 잘 쓰인 훌륭한 글은 잘 읽힐 뿐만 아니라 독자에게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그렇다면 훌륭하다. 역시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님을 오늘 또 확실히 알게 되었다. 요즘 글 서평을 여기저기 쓰고 다니는데 '내가 글의 서평을 쓸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든다. 그런 문제는 차차하고, 일단 지금 나의 감정을, 느낌을 말과 글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청소년이라면 아니 성인이라면, 더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 꼭 읽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