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밖은 위험해
누구나 그렇지만 부모가 되는 것은 처음이다. 사전 지식 없이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전해 들은 막연한 지식이 전부인 나는 하나하나 조심스러워진다. 찾아보면 이곳저곳에서 수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고, 열심히 찾아봤다. 웹상에서 세상의 전문가라는 사람들과 아빠, 엄마, 선배들의 조언을 쉽게 접할 수 있었고 비슷하지만 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 다른 경험을 했을 테니까.
그 막연한 지식은 두려움과 긴장을 만들어 낸다. 나는 차가 없어서 쏘카로 경차를 대여하여 아내와 아기의 퇴원길을 나섰다. 이제 간호사 선생님들의 도움과 조언이 없는 상태가 시작된다.
햇볕이 너무 뜨겁지 않나? 미세먼지는 어떻지? 지금 자는 건가? 숨은 쉬는 건가?
아내와 아기를 태우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나의 걱정은 더욱 가속된다.
너무 빠른가? 너무 늦게 가다가 다른 차가 경적을 울리면 어쩌지? 그 경적 소리에 아기가 깨면 어쩌지? 자고 있는 건 맞겠지? 너무 더운가? 너무 추운가? 저 차 너무 가까이 붙지 않았음? 브레이크를 너무 세게 밟았나? 맞은편 차가 음주운전이면 어쩌지? 중앙선을 넘어서 우리 차에 박치기하지 않겠지? 경차 말고 SUV로 대여할걸 그랬나? 아, 한문철tv를 너무 많이 봤다.
예약한 산후조리원 주차장에 무사히 주차를 하고 시동을 끈 뒤에야 끝도 없는 생각의 외줄 타기를 마칠 수 있었다. 지쳤다. 고작 15분 남짓 운전한 것으로 온몸에 힘이 풀려 버렸다. 당시 코로나의 여파로 아내는 입소 전에 PCR 검사를 받아야 했다.
"아기 잘 안고 있어"
"허?"
그렇다. 생각과 걱정의 외줄 타기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아내는 PCR 검사를 위해서 혼자서 병원에 가야 했고, 차에는 나와 아기만 남겨져 있었다. 심지어 내가 안고 있어야 한다. 아내가 일러준 자세를 유지하며 아기를 받아 들었다. 왼팔 팔꿈치 부근에 놓여 있는 작은 머리. 오른쪽 이두에 얹혀 있는 몸은 새하얀 싸개로 둘둘 말려 있다.
째깍째깍 소리가 난다. 시계도 없는데 말이지. 이 작은 공간 안에서 아내가 만들어준 자세를 조금도 바꾸지 않고 아내를 기다린다. 전혀 무겁지 않지만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다. 너무 더운가? 에어컨을 켤까? 에어컨을 가동하려면 시동을 켜야 하는데? 숨은 쉬고 있나? 코 밑에 손가락을 갖다 대볼까? 자세가 불편하지 않나? 혹시 깨면 어쩌지? 어떻게 달래면 되지? 결국 나는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아내만 기다렸다.
30분 남짓의 시간이 흐르고 아내는 음성 결과를 가지고 돌아왔다. 나는 나의 구세주에게 무사히 아기를 인도하고 팔다리의 근육을 풀었다. 왜 다리까지 긴장하고 있었을까.
산후조리원 퇴소 후에도 긴장은 계속된다. 아기를 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좋다. 그러다 고개를 돌리면 내 딸에게 위해를 가할지도 모르는 물건을 투성이다. 칼이나 가위를 비롯하여 테이블 모서리, 방문, 서랍, 미세먼지, 형광등, 방바닥에 떨어져 있는 머리카락, 각종 전자기기의 전자파, 창밖 소음. 전부.
그중에 제일 위험한 건 아빠, 나다.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가 혹시라도 아기 위로 넘어지면? 내 팔 하나만 닿아도 치명상이다. 안고 있다가 떨어뜨리면? 나의 두툼한 손이 아기를 만져서 피부병이라도 생기면? 손톱의 거스름이 저 매끈한 피부에 생채기라도 내면? 어디서 위험한 병균이라도 가져오면? 그렇게 쓸데없는 걱정을 하면서 어정쩡하게 아기를 안고 있는 나를 볼 때마다 아내는 이렇게 얘기했다.
"여보가 안을 때 편하지 않으면, 아기도 편하지 않데."
혼란. 충격. 공포. 내 딸이 편하지 않데. 나는 더욱더 편해지지 않게 되어서 아기를 안는 것을 최소화하게 되었다. 편해질 날이 올까? 싶었지만. 하게 된다. 할 수밖에 없더라. 내가 안 하면 아내가 편하지 않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