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아끼고 세탁기도 오래 쓰는 꿀팁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이사를 오고나서 세탁기를 새로 사야 했다. 전주인이 놓고 간 세탁기로 수건을 빨아보니 검은색 김 같은 불순물이 계속 묻어 나왔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나온 온갖 세탁기 청소꿀팁을 따라 해 봤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깔끔히 포기하고 미국 최대 전자제품 소매업체인 베스트 바이(Best buy)에서 LG세탁기를 주문했다.
참고로, 베스트 바이에서 가전제품을 구입한 이유 중 하나는 배달 인력이 설치까지 해주고 헌 제품을 수거해 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서비스가 제공되는지 확인하고 물건을 사야 한다. 한국과 달리 배달도 느리다. 미국에서 살면서 집안 가전제품이 고장이 나면 이래저래 참 골치가 아프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세탁기가 도착한 날. 설치 기사 두 명이 와서 세탁기를 셋업해주며 우리에게 말했다.
너희 집 세탁기가 왜 그렇게 됐는지 알아? 전 주인이 세제를 너무 많이 써서 그래. 세제 매뉴얼 봐봐. 생각보다 얼마나 적게 쓰라고 나와 있는지 알면 놀랄걸?
이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세탁기를 보고 설치해 보았겠는가. 기사님들이 가기 전에 우리에게 꼭 지키라고 신신당부하던 팁들은 다음과 같다.
보통 가정집에서는 가격대비 저렴한 대용량 세제를 많이 살 것이다. 세제에는 아래와 같이 세제를 따를 수 있는 세제 컵이 딸려 나오고, 대용량의 세제인 경우 컵의 크기가 꽤 크다. 묵직한 양의 빨래를 할 때 얼마만큼의 세제를 넣는가? 혹시 "빨래가 많으니 한 컵 가득 넣어야지"라고 생각하는가?
세제 뒷면에는 빨래 양에 맞춰 적절한 세제 양을 알려주는 그림/문구가 있다. 세제컵이 크다면, 컵의 최대 1/2만 채워 세탁기에 넣어도 충분하다는 걸 알 수 있다.
Tide 브랜드경우, 아래 사진을 보면 드럼 세탁기가 반 정도 채워졌을 때 (medium load)에는 세제컵의 눈금 1까지만 세제를 채우면 된다고 나와 있다. 이는 세제 컵의 약 1/5 정도의 밖에 안된다. 드럼 세탁기가 75% 채워졌을 때 (large load)에는 세제컵의 눈금 3, 즉 세제 컵의 1/2 정도의 양만 채우면 된다고 나온다.
세제 정량 외에도, 집에 있는 세탁기가 고효율 (High Efficiency, HE) 세탁기라고 명시되어 있으면, 고효율 세탁기 전용 세제를 사용해야 한다.
설치 기사님이 알려준 두 번째 팁. 바로 가루와 캡슐 세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보통 외출복을 빨 때, 옷감을 보호하기 위해 뜨거운 물보다는 찬물에 빨래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가루나 캡슐 세제는 물에 잘 녹지 않는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요즘에는 빨래할 때 그렇게 많은 양의 세제가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캡슐하나에 들어있는 세제의 양이 정량을 넘을 수 있고, 이렇게 되면 결국 세탁기 내부에 세제 잔여물이 남아 세탁기에서 냄새가 나는 원인이 된다.
캡슐 세제를 넣을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는 세탁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세탁기 문을 닫아두면 깔끔해 보이지만, 사실 이는 드럼세탁기 고무패킹에 곰팡이가 생기는 지름길이다. 통돌이 세탁기든 드럼 세탁기든, 사용 후에는 항상 문을 열어두는 것이 좋다.
또한, 한 달에 한번 정도 세탁기 기능 중 하나인 '통세척'을 해주면 세탁기 내부를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다. 설치 기사님 왈, 이때 세탁조클리너를 따로 쓸 필요가 없다고 했다.
정량의 알맞은 세제를 사용하면, 2인가구의 경우 수없이 빨래를 해도 대용량 세제가 잘 줄어들지 않는다고 느낄 것이다. 결국 올바른 세탁기 사용법을 유지하면 세탁기를 오래 쓰는 것 뿐만 아니라, 세제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