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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즘 Sep 02. 2023

‘사람을 받아들인다’는 것의 의미

       

사람이 먼저일까, 비전이 먼저일까


‘자신이 리더라고 생각하는데 따라오는 사람이 없다면 그것은 산책일 뿐이다.’     

리더십과 관련해서 필자가 좋아하는 격언이다. 리더가 말하는데 사람들이 따르지 않는 이유는 뭘까? 영향력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생각한다. 대의(大義)가 올바르기만 하면 추종자가 생길 거라고. 사람들이 따를 거라고.     

그러나 이것은 큰 착각이다. 사람들은 대의와 비전을 받아들이기 전에 ‘사람’부터 먼저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대의와 비전은 그다음이다. ‘사람 먼저 비전 나중’이다. 사람을 받아들인다면 그가 제시하는 비전은 기꺼이 수용된다. 사람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의 대의와 비전이 얼마나 크고 좋은가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     




벤처투자자들의 투자 기준


벤처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벤처기업에 투자를 할 때 사업계획서 이전에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계획된 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진행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난관을 겪게 되는데 그 난관을 뚫고 해결할 수 있는 의지와 끈기와 맷집이 있는지가 투자의 기준이라는 얘기다. 결국에는 사람에게 달려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요점은 명확해진다. ‘받아들여지는 사람’이 돼야 한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먼저 좋은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은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 받아들여지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간디 ‘비폭력적 시민불족종’이 사람들의 마음에 받아들여진 이유


위대한 영혼이라는 뜻의 ‘마하트마’로 불리는 모한다스 간디가 좋은 예다. 처음에는 그도 그저 그런 사람이었다. 오랜 세월을 아파르트헤이트(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에 의해 억압받고 차별받는 인도인들과 다른 소수민족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투쟁했다. 사람들은 그의 헌신과 희생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를 존경하기 시작했다.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자 그의 비전이었던 ‘비폭력적 시민불족종’이 사람들의 마음에 받아들여졌다. 국민들이 간디라는 사람을 먼저 마음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의 비전을 수용한 것이다.     




아침이슬에 젖은 풀잎처럼 먼저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야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아침이슬에 젖은 풀잎처럼 먼저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야 한다. 가슴을 적시려면 먼저 상대의 마음이 열려야 한다. 마음의 문이 열려야 씨를 뿌리고 물도 줄 수 있을 것 아닌가. 알렉상드르 뒤마(1802~1870)가 쓴 《삼총사》의 주인공 달타냥도 사람들의 마음을 적신 인물이다.     

‘삼총사’는 17세기 프랑스 시골 출신 하급 귀족 달타냥이 세 명의 총사(銃士・총을 쏘는 근위병)인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가 뭉쳐 리슐리외 추기경의 음모에 맞서는 모험이야기다. 달타냥은 삼총사는 물론 자신과 대립하던 리슐리외 추기경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을 수 있었고, 왕 루이 13세에게까지 인정을 받을 수 있었을까.     

달타냥은 출세의 꿈에 부풀어 볼품없는 누런색 조랑말을 타고 파리로 향한다. 총사들의 군대인 총사대에 지원하기 위해서다. 달타냥의 아버지는 총사대의 대장 ‘트레빌’과 아는 사이다. 하지만 상경 첫날 의문의 사나이를 만나 아버지가 써준 소개장을 빼앗긴다. 총사대장 트레빌을 만나지만 소개장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설상가상으로 세 명의 총사와도 사소한 일로 시비가 붙어 결투를 할 처지가 된다. 마침 총사대와는 견원지간인 리슐리외 추기경을 호위하는 근위대가 나타나고, 달타냥은 순발력을 발휘해 삼총사와 힘을 합쳐 근위대 우두머리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이 일을 계기로 달타냥은 삼총사와 끈끈한 우정을 나누게 된다. 프랑스왕 루이 13세와 총사대장 트레빌도 달타냥을 주목하게 된다. 리슐리외 추기경은 달타냥과 계속 대립하지만, 결국 달타냥의 용기와 뛰어난 실력, 지혜에 마음의 문을 열고 총사대의 부관으로 임명하는 사령장을 내리게 된다.     




소통하려는 태도,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


가난한 청년 달타냥의 성공 이야기는 당시 독자들의 모험 욕망을 해소시켜 줌으로써 큰 관심을 받았다. 스물한 살의 달타냥이 리슐리외 추기경으로부터 성실하고 솔직하고 영리한 젊은이로 인정받는 대목은 가슴 뭉클하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감동이 있고 공감하는 마음이 생길 때 마음은 자연스레 열리는 법이다.     

우리네 현실에도 소설처럼 대립과 반목이 있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 극도의 불신사회다. 이중삼중으로 견고하게 닫힌 사람들의 마음 문을 어떻게 열 수 있을까. 강압과 위압으로는 일을 더 그르칠 뿐이다. 부드러워야 한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이 거센 바람이든가 따뜻하게 내려쬐는 햇볕이든가.     

사람에게는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도 중요하고, 해박한 지식, 유창한 언변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모든 능력에 앞서 선행되어야 하는 덕목은 바로 소통하려는 태도다. 아집의 늪에서 헤어나지 않고서야 어떻게 협력의 들판을 달릴 것이며 통섭의 언덕에 오를 수 있겠는가.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듣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진심으로 소통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것 없이는 설득도, 납득도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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