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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좁고, 만날 사람은 많다

by 전준수

세상은 정말 넓을까?

아니면 생각보다 훨씬 좁은 걸까?


최근 들어 묘한 경험들이 이어지고 있다.

2주 전, 세간에 잘 알려진 한 기업의 대표를 만났다.
그 회사에 막 합류한 한 K 본부장을 예전에 멘토링 했었고, 그가 대표에게 나를 소개하며 연결된 자리였다.

회사가 더 성장하면서 미리 고민해야 할 지점들, 조직과 사람, 그리고 문화가 어떻게 맞물려야 하는지에 대해 꽤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며칠 뒤,
평소 교류하던 또 다른 분을 만났는데 마침 그 K 본부장과 한 주 차이로 같은 회사의 또 다른 본부장으로 합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두 명이나 비슷한 시기에, 같은 회사로 옮긴 셈이었다.


비슷한 일은 한 달 전에도 있었다.
올해 상반기 회사를 떠났던 3년 차 직장인을 몇 차례 멘토링했는데, 열정과 역량이 분명한 친구였다. 몇 개월의 준비 끝에 한 대기업 채용팀에 합류했다.

그런데 거의 같은 시기,

트레바리 독서클럽을 통해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또 다른 3년 차 직장인도
그 회사의 최종 오퍼를 앞두고 있었다.


이런 일들이 단순한 우연일까?

살다 보니 점점 분명해지는 게 있다.
내가 계획한 대로 되는 것이 꼭 최선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일은 여전히 흥미롭고, 만남은 기대해볼 만하다.
내가 그리지 못한 더 큰 그림 안에서 각자의 선이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하루하루의 만남은 흩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다.
그 선 위에서 예상하지 못한 기회가 생기고,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자리도 자연스럽게 열린다.


흥미로운 건,
이렇게 이어진 만남들이 결국 각자의 방식으로 이번 청년 멘토링 자리에도 함께하게 됐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멘토로, 누군가는 스탭으로 참여한다.


어쩌면 지금의 나 역시
수많은 우연처럼 보였던 만남과 선택들, 그리고 누군가의 도움과 신뢰 위에 서 있는 것 같다.
멘토라이브러리 클래스에 참여하는 분들이나 청년 멘토링 ‘The Day of Youth 2025’에서
멘토나 스탭으로 함께하는 분들도 대부분 그렇다.


그래서 요즘은 더 조심스럽게 사람을 만나고,한 번의 만남을 가볍게 흘려보내지 않으려 한다.

모든 것을 알 수도, 통제할 수도 없다.
그래서 오늘도 할 수 있는 만큼만, 한 걸음씩 나아간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모르던 일들이 설명되고, 풀리지 않던 문제들이 정리되기도 한다.

일과 관계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세상은 — 여전히 — 기대해볼 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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