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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yss Jun 16. 2024

미화 없이 아름다움을 느끼기

치와와 (チワワちゃん, 2019)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쿠키 앤 크레딧>을 구독해 주신 독자분들, 그리고 스쳐지나가며 글을 읽으셨던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오늘의 글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업로드된 날을 보니 5월 중순이더라고요. 앓기만 하느라 한 달이나 시간이 지난 걸 몰랐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용기를 내서 글을 쓰고 있어요. 영화와 글쓰기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고, 그걸 포기하는 것은 조금씩 저를 포기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정말 모든 게 가치를 잃은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인지 제가 어떤 영화를 좋아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더라고요. 전에 좋아했던 영화들이라고 해서 그것들이 다 나에게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어떤 영화를 소개하고 싶은지 많이 망설였어요. 그래도, 저는 아까 용기를 내어 글을 쓰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저에게 용기를 주는 어떤 작품(들?)을 이번 호의 주제로 할까 해요. 


 이번 호의 주제가 될 영화는 니노미야 켄 감독의 <치와와(2019)>입니다. 사실 치와와는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고, 영화 단독으로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원작의 만화와, 해당 만화가의 다른 작품들도 함께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 왓챠와 티빙에서 감상 가능합니다.




영화 <치와와>



 우선 <치와와>는,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내일 없이 사는 청춘들이 얼마간 함께 있었던 한 사람에 대하여 추억하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치와와'라는 젊은 여성이 그 주인공입니다. 조금 당연하게도 치와와는 그 사람의 본명은 아니고 별명입니다. 함께 울고 웃으면서도 친구들은 치와와의 본명조차 알지 못했죠. 본명은 '치와키' 입니다.


늘 하던 대로, 제작진과 영화의 스타일 등에 대해서 살펴볼까요? 아무리 원작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우선 영화화되고 나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더 쉬운 편인데요, 이번 영화는 영화의 정보를 찾기가 유독 어려웠습니다. 역시 원작 만화가 너무 유명하고, 영화가 큰 관심을 받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영화 치와와로 찾더라도, <버버리 힐스 치와와>라는 진짜 강아지 영화가 섞여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어쩔 수 없이 개인적인 감상의 비중이 높을 것 같아요.



각색하면서 달라진 점은, 우선 단편만화가 장편영화로 바뀌면서 없었던 내용들이 많이 추가된 것과, 1994년도를 배경으로 했던 만화가 SNS로 과잉 연결된 현대사회로 바뀌며 강조하고자 하는 면이 조금 달라진 것 정도가 있습니다. 이 각색을 누가 맡았는지 정말 궁금했는데, 정확하게 나오진 않았고 니노미야 켄이 감독과 각본을 맡았다고 알려져 있으니 아마 니노미야 켄이 각색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 각색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그냥 그랬다! 라고 평하고 싶네요. 바꾸어서 나쁜 점과 좋은 점이 두루두루 있었으니까요. 왓챠피디아 상으로는 <치와와>가 첫 각본 작품입니다. 이어서 <헤이세이 마스미 라스트 나잇 피버>, <도쿄불바다> 등의 각본을 맡았고, 방금 언급한 작품들에 추가한 다른 연출작들이 몇 편 더 있습니다. <도쿄불바다>는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되었네요. 저도 그때 시놉시스를 본 기억이 납니다.


필모그래피 상에서 감독을 맡은 영화는 총 11 편으로, 열심히 뒤져 봐도 호평을 받은 작품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11 편의 영화를 꾸준히 자신의 색으로 연출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박수를 쳐 주고 싶어요. 바로 성과가 나오지 않는 일을 붙잡고, 힘들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계속 도전하는 자세는 정말 훌륭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일본어로 서치한 끝에, 제작진에 대한 정보를 조금 더 찾을 수 있었습니다. 촬영은 소마 다이스케가 담당했는데, 같은 원작자의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 <헬터 스켈터> 역시 담당했네요. 미술을 담당한 고이즈미 하카야스 역시 <헬터 스켈터>의 미술도 담당했고요. 어떤 연으로 연결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헬터 스켈터>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굉장히 구하기 어려운 영화였는데, 얼마 전부터 여러 OTT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연기자에 대한 정보는 비교적 찾기 쉬웠습니다. 치와와는 아니지만, 치와와를 회상하며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러 다니는 메인 주인공 미키 역은 카도와키 무기가 맡았습니다. 이 배우는 <그 아이는 귀족(2020)>에서 인상깊게 본 배우인데, 치와와에서 주인공을 맡았었네요. 단정하면서도 뭔가 사연을 가지고 있는 듯하고, 또 불안하면서도 차분해 보이는 인상을 가진 배우입니다. 남자 주연은 나리타 료인데요, 일본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아주 익숙한 얼굴일 수 있습니다. 꽤 다작을 하는 배우이고, 평이 좋은 일본 독립영화들에 꽤 출연했습니다. (<사랑이 뭘까(2018)>가 있습니다.) 무심함과 무신경함 사이를 넘나드는 마스크와 그와 대비되는 강렬한 연기는 정말 인상적입니다. 배우 개인에 대한 감상을 적었을 뿐인데 영화 <치와와>와도 꼭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드네요. 외에도 정말 귀여운 배우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치와와를 맡은 배우는 의외로 작품이 많지 않은데도 <치와와> 안에서 톡톡 튀고 귀여운 인상을 잘 표현했습니다. 물론 그게 너무 톡톡 튀고 귀여운 느낌이라, 원작 팬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느낌도 있어요.




만화 <치와와>와 오카자키 쿄코

아까부터 '원작자'라고만 칭하며, 만화를 그린 그 원작자가 누구인지 말씀드리지 않았는데요. 이미 아는 분들이 많으실 작가 오카자키 쿄코입니다. 최근에도 여러 작품들이 정식 발매된 것으로 알아요. 시모키타자와 출신이라는데, 제가 누군가에게 얼핏 전해듣기로 시모키타자와는 예전에는 정말 더러운 도시였다고 하는데(이건 제 의견이 아닙니다), 몇 년 전 방문했을 때 저는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고 오히려 재미있는 곳이었거든요. 애니메이션 <봇치 더 락>의 주 무대도 시모키타자와죠? 최근에는 키치조지와 함께 '뜨는 동네'라고 불리는 것도 같습니다. 그냥 제가 보기엔 그래 보였어요.







아무튼, 오카자키 쿄코의 주 활동기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즈음입니다. 당시의 일본 사회, 정확하게는 중심부와 조금 떨어져 있는 어두운 청춘들을 그만의 색과 연출로 담아냈다고 평가받습니다. 작품들로는 <핑크>, <치와와(쨩)>, <리버스 엣지>, <헬터 스켈터>, <지오라마 보이 파노라마 걸> 등이 있습니다. 


일본의 만화는 설명할 필요가 없이 유명한데, 분야가 유명하다는 것은 분명 그 분야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이점입니다. 만화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도 아주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로 갈라지고, 취향에 들어맞는 작가와 작품을 발견할 확률이 높아지니까요. 제가 오카자키 쿄코를 발견한 것처럼요. (제 글을 뒤져 보면 다른 작품들을 살짝 발견하실 수도 있어요)






작품이 많기도 하고, 어디까지나 이건 영화 글이기에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저는 그의 작품들을 보며...... 좋다는 느낌을 넘어서, 힘과 용기를 받았습니다. 그의 작품들에는 제 또래의(사실은 저보다 어리지만)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상실 때문에, 욕망 때문에, 애정 때문에, 그리고 그밖의 여러 이유들로요. 그들 중 대개는 고통을 회피합니다. 치와와도, 치와와에 나오는 인물들도 그렇습니다. 모든 걸 잊어버릴 하룻밤을 간절히 원합니다. 그런 순간을 경험했던, 또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의 작품에 간절히 이끌리는 것이 아닐까요?






나가며 


영화 얘기가 너무 부족했네요. 개인적으로 영화 <치와와>를 보며 좋았던 것 중에 하나는 삽입곡입니다. 밴드 Have a nice day!의 '우리들의 시대'를 아직도 종종 듣습니다. 


https://youtu.be/mNqXh927GJY?si=DA755skcMN279X9M


(아래부터는 스포일러입니다.)








 아까 감독이 각색한 부분 중에 좋은 곳도 있고 나쁜 곳도 있다고 말씀드렸죠? 제가 좋아하는 각색은 영화의 결말부입니다. 다같이 치와와를 추모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미키는 차와 나란히, 씩씩하게 달려나가며 힘껏 손을 흔드는 치와와를 봅니다. 한심하게 매일매일 겨우 하루 반짝이겠다고 살던 나날과 영원히 사라진 동행인, 단지 그것으로 가라앉을 수 있던 치와와를 감독은 살려냅니다. 그 몸짓과 생생한 미소는 저에게는 이렇게 들렸습니다. 그렇게 다 덮어 두고 몸부림치던 날들도 헛되지 않았어. 그때도 지금도 우리는 달려가고 있어. 그런 너를 응원하고 있어. 


작가 자신도 이런 말을 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사람은 많은 것을 무서워하고, 더는 무서워하지 않기 위해서 이 만화들을 그렸다고요. 살아가면서 무서움을 아예 없앨 수는 없겠죠. 그래도 저는 아직까지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게 옆에서 함께 달려 주는 사람이 있다면 무서움을 꾹 참고 계속 달려 볼 수도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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