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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끄적 Sep 19. 2023

전화 공포증, 극복할 수 있으려나

직장 생활의 적, 전화 공포증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전화가 두렵다.

직장에서도, 개인의 영역에서도 전화를 선호하지 않는다.

이따금 나는 걸려오는 전화를 조심스럽게 덮어두고 약간의 정적이 흐른 후 휴대폰을 집어 든다.


전화했었네? 무슨 일이야?


자연스럽게 카카오톡을 켜 나의 영역으로 그들을 초대한다.

책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으나 나는 어쩌면 텍스트 친화적인 인간인가 보다.

전화의 어떤 점이 나를 전화 공포증으로 이끌었을까 문득 생각해 보려고 한다.




수정의 유무

음성은 텍스트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고뇌의 시간을 적게 가진다.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상대와 나의 화음은 작은 실수 하나만으로도 쉽게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번 뱉은 말은 돌이킬 수 없기에 작은 실수는 크나큰 불협화음으로 들려오곤 한다.

매 한마디마다 신중함을 요하는 통화는 나를 예민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감정 선의 유무

텍스트의 경우 얼추 정해진 형식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형태 안에서 이뤄지는 것들은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

그에 반해 음성은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그중 가장 큰 변수는 바로 감정일 것이다.

억양과 톤에서 느껴지는 상대방의 감정은 나와의 대화에서 그들이 어떤 것을 느끼고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전해준다. 텍스트의 오해를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매우 좋은 커뮤니케이션 도구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긴장감의 기폭제이자 나의 생각을 백지장으로 만드는 무기일 것이다.

논리 정연하게 정리한 대본도 감정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다.




통화의 시발점을 알리는 수화음 시간은 나를 가장 떨리게 하는 순간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서론, 본론, 결론을 정리하며 온갖 변수에 대응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남들에겐 가벼운 통화 하나를 마치고 나면 나의 등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있다.

젖은 옷도, 이런 나 자신에게도 불쾌하다.


전화 공포증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결코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인간은 사회의 동물이고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말이다.

회사 생활과 원활한 나의 인간관계를 위해서라도 전화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한다.





짧은 수화음이 울리고 누군가 받았다.

마음속으로 3초를 세며 외친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OOO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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