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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sa Jun 09. 2024

한국으로 가고 싶다

토요 브런치 파티



“어서 와! 내가 깻잎장아찌 샌드위치 만들어 왔어!”

“와~ 깻잎장아찌 샌드위치!? 얼른 보여주세요! 그거 무슨 맛일까!?”

“커피부터 시키자! 오늘은 세트로 커피도 내가 살게!”     


성당 인연으로 만나는 몇 분과의 토요일 브런치는 2200 S 10th St, 별다방 아지트!

매일의 쳇바퀴가 기계처럼 정확하게 돌아가는 단조로운 이곳의 하루 또 하루!

나의 한주 최대 럭셔리 사치는 토요일 브런치 커피를 이곳에서 누리는 것!     


깔끔한 아침 햇살이 푸른 하늘에 다이아몬드로 부서지는 11시! 토요일!

야외 파라솔 아래 자리를 잡은 글로벌 또순양 써니 사모님의 왕 특기는 분위기 메이커!

우리들의 우아한 토요 브런치 파티를 위한 테이블 위 하얀 레이스 세팅 완료!   

  

늘 미리 와계시던 천사 K사모님이 시무룩, 오늘은 슬로우 등장이시다.

“친한 친구가 어제 먼 길을 떠났다 하네..... 나오려는데 막 전화가 왔어.

 이제 한국 가면 누구 만나지,... ... ... ”     


마음을 추스르지 못한 K사모님은 그분과의 추억을 꺼내시기 시작했다.

“이팔청춘시절 그 친구와 밤낮 붙어 다녔어. 어느 날 길거리 천막에 불쑥 들어가 막 물었지.”

“저희 인생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어떤 남자를 만나야 좋아요?”

“결혼하면 잘 살 수 있을까요? 이혼하는 팔자는 아닌가요? 남편복은 있나요?” 

    

“돋보기 위로 눈을 치켜뜨며 당돌했던 우리를 훑어보시던 그 할아버지는 이러시는 거야”

“자네는 천성이 노력파니 집에만 있지 말고 일을 해, 열심히 하면 밥은 먹고 잘 살겠네”

“그런데 아가씨는, 멀리 바다를 건너야 겄어! 태어난 나라를 떠나야 운명을 바뀌겠구먼”    

 

“그 할아버지 말마따나 친구는 맨땅을 쪼듯 근면성실을 이마에 붙이고 정년퇴직까지 잘 먹고 잘 살았어.     나는 할아버지가 내게 한 그 말이 계속 남아 씨가 되더라,....!”     


아시아계 전체 이민자 중 8%, 200만을 훌쩍 넘긴 한국인 대부분의 이민이유 조사결과는 나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자식교육이 선택 1위! 내가 아는 그들도 한국 대기업 간부 자리를 버리고, 밤낮이 바뀐 새벽 도넛을 굽고, 세탁물을 나르며 이곳 사람들이 꺼리는 몸으로 때우는 일부터 시작하신 분들이다. 이도시에서 저도시로 독하고도 끈질기게 가장 빠른 성장을 한 이민 1세대의 고난과 투지로 이어진 사람들이다.

  

달라진 한국의 위상, 선진화, 복지정책에 대해 이곳에서 고국을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엔 이제, 아메리칸드림은 눈물로 빚어진 이민역사박물관의 골동품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길 없는 길을 터고 닦아, 나무를 심고 물을 준 반백으로 휘어져버린 그들의 세월이 없었다면, 한국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었을까?


K사모님의 45년 주요 장면들이 이어지고, 커피는 식어간다.

오늘 브런치 파티 분위기는 급 진지하다.

매년 한국 갈 때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친구를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슬픔 때문이리라.

태어난 곳을 버리고 가장 멀리 바다를 건너와 운명을 바꾼 K사모님은,... 끝내 눈물을 쏟으셨다.

사소한 걱정이나 고민거리마저도 쉽게 말할 내편이 없었던 서러운 시간들,

들어주고 맞장구만 쳐주어도 숨이 트여 살겠다는 이들은, 결국 오늘은 함께 울고 말았다.   

  

식은 커피잔을 들며 먹먹한 하늘 낯선 공기를 마신다.

뭉게구름 사이 낭만적 풍경 속 그림 한 폭처럼 서있는 가로수를 본다.

이곳이 타국임을 확실히 알려주는 높은 깃대처럼 어딜 가나 줄지어 서있는 저것!

바람 세게 부는 날은 몸서리를 치듯 헤드뱅잉을 하며 저항하던 모습!

숨길 곳이라곤 어디에도 없는 바닥부터 목까지 다 드러내어 놓고 서있는 맨몸!

접목도 연리지도 가지조차도 없이 오로지 홀로 서서 살아남아야 하는 저 나무!    

 

숲도 그늘도 없다. 새도 즐거이 찾아오지 않는다. 

다가갈 수 없는 거리 각각 홀로 서 있는 야자수는 타국의 모든 '이방인' 이다.

‘뜨거운 태양 때문에 총을 쏘았다’는 뫼르소의 냉소가 언뜻언뜻 섞이는 얼굴을 가진 사람들.     


‘우린 얼굴이 다릅니다. 해 먹는 것도 사는 거도 다릅니다. 생각도 말도 그리움도 달라요.

결코, 섞이지 못하는 아웃사이더이지요. 결국, 한국 사람 한국 얼굴입니다’     


우리가 이름 붙인 토요 브런치 파티의 칼칼하고 매운 특별 메뉴는, 매주 달라지는 한국말로 털어놓는 말못했던 진짜 삶 이야기다. 수십 년을 묵힌 것부터 어제오늘 사소함까지 매콤 담백 고국의 맛이다.    

 

최선을 다해 키워낸 자식들은 자신들의 길로 뿔뿔이 떠났다.

오롯이 둘만 남은 부부라는 자리도 어느새 숭덩숭덩 빈자리가 되어간다.

들어주고 맞장구치고 손잡아주고 같이 울고 웃어주는 공감뿐,

우리 중 누구도 서로의 빈방마다 가득 찬 그리움을 메워 줄 수 없다. 

    

‘ 내가 눈을 뜬 이 순간이 한국이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음식, 한국말, 한국냄새, 한국 분위기,...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     


이들 중 누군가는 깊이깊이,.. ..   가슴 저 바닥 깊이 꼬옥 묻어놓고 산다.

하고 싶지만 쉽게 할 수 없는 말, 하고 싶지만 쉽게 나오지 않는 말.     


한국으로 가고 싶다,... ... ... ... ... 





                                                       - 한국으로 가고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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