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주인 되기
5일간의 그리스 아테네 여행을 마치고, 12월 26일 저녁 6시 30분 몰타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아테네 공항에 도착했다.
매번 이용하는 저가항공이지만, 캐리어를 가져오면 추가 요금이 만만치 않아 늘 백팩 하나로만 다녔다. 겨울이라 옷도 많고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백팩 하나로는 부족하지만, 수차례 고민 끝에 어떻게든 짐을 줄여 배낭 하나로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탑승 전에 찾아왔다. 저가항공을 이용할 때마다 짐 검사에서 가슴이 콩닥거린다.
유럽에 온 초기에 가방이 규정보다 크다는 이유로, 항공료보다 더 많은 벌금을 물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줄을 서 있는데, 내 앞에 서 있던 직원이 다가와 가방을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규정을 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기준에는 살짝 벗어났나 보다. 부랴부랴 옷을 꺼내 입고, 주머니에 소품을 쑤셔 넣어 가방의 부피를 줄였다. 다행히 이대로 통과할 수 있었다.
검사를 마치고, 바람이 부는 활주로를 걸어서 비행기에 올랐다. 양쪽으로 세 자리씩 나뉜 좌석 중 나는 통로 쪽에 앉았고, 옆자리에는 아이와 엄마가 함께 앉았다. 랜덤 좌석이라 창가 자리는 내 차지가 아니었다.
이미 해가 진 저녁. 세찬 빗줄기가 활주로를 때리고 있었다.
이륙을 위해 달리는 비행기에 맞부딪히는 빗방울이 유난히 거세게 느껴졌다.
비행기 속도가 느리다고 생각하던 찰나, 어느새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다. 유럽에 온 이후로 비행기를 자주 타게 되었지만, 이륙과 착륙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특히 밤비행은 바깥을 확인할 수 없어 더 불안하다.
이륙 직후, 비행기는 평소보다 더 심하게 흔들렸다.
‘곧 괜찮아지겠지’ 생각하며 마음을 달래 보았지만, 악천후 속에서 계속 이어지는 요동에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20분쯤 지나자 비행기는 정상 궤도에 올라섰고, 조금씩 안정을 되찾는 듯했다. 그러나 곧 다시 흔들렸고, 승무원은 통로 이동을 제한했다. 화장실에 가려다 멈춘 승객들도 자리에 앉은 채 조용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요즘 들어 난기류로 부상당한 승객들의 뉴스와 국내 지방공항에서 사고 소식을 들었던 터라 불안감이 더 커졌다. 그러나 다행히도 비행기는 점차 안정을 되찾았고, 승객들의 얼굴에도 조금씩 여유가 깃들었다.
그때,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저가항공에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샌드위치와 음료가 제공된 것이다.
대부분의 노선에서 물 한 잔도 유료였던 나의 경험상, 이렇게 작은 샌드위치 하나에도 황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처음 타본 Aegean Air에서 받은 뜻밖의 대접에, 비행기의 흔들림 속에서 무언의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
샌드위치를 먹고 있으니 기장이 착륙 소식을 알렸다.
앞 좌석의 모니터를 보니 어느새 몰타가 가까워졌다.
그리스와 몰타는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였다.
몰타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창밖으로 도심의 불빛이 흐릿하게 보였다.
비행기는 활주로에 무사히 안착했고, 둔탁한 진동과 소음이 점차 사라지며 부드러운 바퀴 굴림으로 공항 건물 앞에 멈춰 섰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몰타의 따뜻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마치 엄마 품처럼 “잘 돌아왔어?” 하고 말해주는 듯했다.
유럽 곳곳을 여행하고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이제 나에게 남은 여행은 많지 않다.
몰타로 돌아왔다는 안도감과 함께, 이곳을 떠날 준비도 조금씩 시작되어야 함을 실감한다.
나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레고 블록처럼, 나의 삶이 딱 들어맞는 원래의 위치에.
이제 그 조각들을 하나씩 찾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