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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덩민작가 Aug 28. 2023

나는 혼자 살기로 했다.

⑩ 내게도 당신은 나쁜사람만은 아니었어요.

"헐 .. 늬 남편 진짜 나쁜사람인지 몰랐어"

오늘 친한언니에게 나의 독립을 고백했더니,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사이의 독립사건(?)을 이야기 했을뿐인데,

갑자기 남편을 나쁜사람으로 생각하더라.

그런데 남편은 22년 사는동안 계속 나쁜사람은 아니었다.


그언니는 내게 무어라무어라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고,

나는 어떤 생각이 나서 창밖의 강가에 시선이 머물렀다.

순간 멍 해졌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꽤나 충격적인 현실이다.


나랑 친한사람들은 내 남편을 나쁘게 생각할거고,

남편의 지인들은 나를 나쁘게 생각하겠구나?






남편은 주변에 정말 잘하는 소위 "댕댕이"같은 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젊을때는 사람들을 너무 좋아해서 이용도 많이 당하고,

상처도 자주, 많이 받았던 기억이 있다.

본인이 정말 애정하는 사람이라면, 밤낮 시간관계없이 항상 최선을 다했다.

간혹 어떤사람들은 남편의 이런 면을 이용해서 입방아에 오르게 하기도 하고,

어떤사람들은 이런면을 가진 남편을 정말 마음으로 좋아해주기도 했다.


우리가 부부로 살아온 세월이 긴만큼 

우린 지인들도 겹치는 사람이 많은편이었다.

부부모임도 있고, 취미생활도 부부가 함께 해온게 있으니까.

어쩌면 그들은 우리의 이런 선택을 어떻게 생각해줄까?

갑자기 걱정들이 몰려왔다.



내가 생각하는 남편은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선하고, 착하고, 사람좋고,어떤면에서는 참 꼼꼼하고, 세세하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으로썬 정말 좋은사람이다.

그러나 내가 그를 놓은 이유는 "남편"으로써는 이제 그만하고 싶었던 마음뿐이었다.

누가 뭐래도 아이들의 아빠임에는 틀림없는, 변화없는 현실이고,

우리 가족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내 남편역할만 그만해달라는 말이다.






22년의 세월을 가위로 싹둑 잘라낼수는 없었다.

그것은 말도 안되고, 현실 불가능한 일이다.

어쨌든 우리는 함께해온 시간들이 있었고,

어찌보면 불행하고 힘들었던 기억들도 있지만,

한켠에는 행복했던 추억들도 있었으니까.


그당시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좀 덜 힘들었던거 같고.

그당시에는 너무 미웠지만,

지나고 보니 좀 덜 미운거 같고.

세월에 흔적들이 조금씩 지워져 버리고,

기억들은 날아가버리고,

상처들은 조금씩 아물어져 가서 흉터도 남기지 않은 그런저런 상처들도 있고,

그렇다.


나는 남편에게 자꾸 예전의 일들을 가지고 와서 나쁜사람으로 만들고 싶지않다.

나랑 헤어졌다고 나쁜사람을 만들고 싶지도 않다.




당분간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아졌다.





언니는 말했다.

20년 가까이 너를 지켜보았지만, 이런 내색한번 안하다가 너무 갑작스럽다고..


아.

남편도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내가 너무 어떤말도 하지 않고 우리 가족을 여기까지 혼자 끌고만 왔구나.


화가나고,

기분이 언짢고,

힘들고, 아프면 그때마다 이야기 하면 내가 너무 징징이 같아 보일꺼라고 생각했었고,

자존심이 상하다고 생각했었던 나를..

오늘 돌아보게 되었다.

"어린나이에 결혼하면 금방 이혼해버리더라."

이런 썰들도 나는 아닐꺼라고, 절대 이혼안할꺼라며 이를 악물고 버텼었다.

너무 힘들어도,

나는 절대로 실패자가 되지 않을꺼라며 주먹을 불끈 쥐며 툭툭털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했었다.


그게 절대 진정으로 옳은 방법은 아니었다는걸,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어리석게도.






사실 언니와 무슨 대화를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언제나 처럼 내 이야기를 하려고 만났던 자리였지만,

언제나 처럼 나는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고,

언제나 처럼 나는 내 마음의 보따리를 풀어내지 못했다.



내가 무언가 이야기를 하기엔

사람들이 너무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이렇게 글씨로 쓰는게 좋다.






에필로그


사람들의 시선따위는 신경쓰지 않겠노라고 생각했지만,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나를 상상하니 

갑자기 공황장애가 올거 같았다.

그동안의 내 노력들이 산산히 조각나버려서 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주변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사람이라는걸,

이제 더이상 부정하지 않으려고 

노력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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