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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혜 Feb 29. 2024

양귀비

한약과 역사(4), 세계사와 한약

* 본 글에 쓰인 이미지는 모두 AI 생성 이미지로 만들어졌습니다.


 누군가 당신에게 인류에 큰 영향을 끼친 식물을 뽑으라 하면 무엇을 뽑을 건가요? 벼? 밀? 감자? 독특한 답을 내놓는 것을 좋아하는 필자라면, '양귀비'를 뽑을 것 같습니다. 쉬이 떠올릴만한 대답은 아니나 의료적인 측면에서도, 세계사 측면에서도 이것이 틀린 답변은 아닙니다.

 어릴 적 중국 미인 4명 중 한 명인 양귀비의 이름을 가져다 쓴 꽃이라 굉장히 아름답게 생겼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기대에 들뜬 채 인터넷으로 양귀비를 검색해 보고는 굉장히 당황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아름답지 않은데 왜 양귀비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의아했었죠. 마약에 대해 알고 난 뒤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양귀비는 앵속, 아편꽃이라고도 합니다. 익지 않은 열매에 상처를 내어 받아낸 유즙을 건조한 것이 아편입니다. 성분으로는 모르핀, 파파베린, 코데인 등이 있으며 중추신경 계통에 작용합니다. 아편을 담배와 함께 피면 마취 상태에 빠져 몽롱함을 느끼고 중독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아편의 특성으로 발생한 것이 '아편전쟁'입니다. 19세기 영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었습니다. 무역으로 인한 손실을 해결할 방책을 궁리하던 영국은 중국에 아편을 밀수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중국에서는 아편에 중독된 사람들이 점점 늘어갔고 18세기말 약 1,000 상자에 불과했던 중국의 아편 수입량은 19세기에 들어서 1만 상자, 아편전쟁 직전에는 4만 상자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사태를 해결하고자 중국은 광저우에 있는 영국인들로부터 아편을 빼앗아 불태웠고 이 일을 빌미로 1840년 영국은 중국(청나라)을 공격했습니다. 이는 영국에게 유리한 불평등 조약인 난징 조약 체결로 이어졌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합성의약품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약품을 개발하는 연구원들은 어떻게 합성의약품을 만들어내는 것일까요? '이런 화학식의 물질을 만들어볼까? 어딘가에 효과가 있겠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하여 연금술사처럼 뿅 하고 만들어내는 것일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선도 화합물(leading compound)'이라 하여 우선 천연에서 추출/분리되고, 이 선도 화합물이 구조상 지식 및 약리 작용에 관한 지식을 연구자에게 제공합니다. 아편에서 진통 효과가 있는 모르핀을 선도 화합물로 하여 나온 물질이 '덱스트로메토르판(dextromethorphan)'입니다. 이것은 뇌의 기침 중추에 작용하여 기침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보통 거담제나 코감기약과 복합되어 감기약으로 쓰입니다.


 지금까지 필자가 인류사에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식물인 양귀비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양귀비는 꽃봉오리도, 익지 않은 열매도 독특하게 생겼습니다. 참 여러 방면에서 재미있는 식물인 것 같습니다.


<참고문헌>

천연물화학(천연물화학 편찬위원회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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