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불견 리스트를 작성한다
생활하다 마주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런 행동은 하지 말아야지 할 때가 있다. 이런 행동을 지금은 안 하지만 앞으로도 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에 기록해 두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깜빡깜빡하는 나이가 되었을 때도 이 리스트를 보면 행동을 주의할 것 같아서. 이왕이면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
공적 공간을 사적으로 쓰는 사람
자주 보게 되는 불쾌한 행동은 길에서 핸드폰을 크게 틀어놓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뉴스를 듣는 사람도 있고, 유튜브를 틀어놓는 사람도 있다. 가장 흔한 건 음악 소리였다. 본인이 흥겨우면 다른 사람도 그러리라고 여기는 건지, 자기만 들릴 정도로 틀어놓아도 좋지 않은데 지나쳐도 한참을 들릴 만큼 크게 한 사람들도 있다. 조용한 산에서 그런 사람들은 더 거슬린다. 설령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들린다 해도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더불어서 스피커폰으로 대화하는 사람도 꼴불견이다. 자기 이야기를 다 들려주겠다고 자신이 선택한 것이지만 상대방은 어떨까? 나랑 통화하는 사람이 내 목소리가 다 들리게 하고 공공장소에서 통화하고 있다는 걸 안다면 난 바로 전화를 끊을 것이다. 아주 사적인 것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겠으나 일방적인 건 옳지 않다. 사적인 일은 사적으로 처리하면 좋겠다. 통화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그 사담을 억지로 들어야 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나이가 들면서 청각도 약해져 점점 목소리가 커진다. 내가 잘 안 들리는 것처럼 상대방도 그럴 거라는 배려가 섞이기도 했지만 대화할 때 목소리가 무척 컸던 경험이 종종 있다. 그래서 밖에서 통화할 때는 가능하면 짧게 하는 게 좋다.
나이 많은 게 벼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함부로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영 보기 싫다. 식당이나 가게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막말하거나 야단치고 욕하는 행동은 삼가야겠다. 불쾌한 일을 표현한다고 해도 상대를 존중해서 말하는 게 맞다. 나이가 많다고 다른 사람을 무시할 권리가 있는 건 아니다.
도움받은 일을 당연히 여기는 것도 좋지 않다. 버스나 전철에서 나이 든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게 예의라고 하겠지만 당연한 건 아니다. 어떤 것이든 도움받았으면 감사함을 표현하도록 하자. 감사하다고 말하기가 불편하면 목인사나 미소 같이 몸으로 감사를 표시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나이가 많으면 당연히 대접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도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그렇지 못한 많은 상황에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요즘은 나이 먹은 것을 권위로 여기지 않고 인격과 행동을 더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젊은이이건 노인이건 모두 동등한 사회인으로 생각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면 불만을 키울 일이 없다.
울타리가 자기라고 착각하는 사람
가진 것을 과시하는 사람도 참 볼품없다. 얼마나 내세울 게 없으면 물건을 자랑할까 싶다. 명품을 좋아해서 온통 비싼 물건으로 치장하고 다닐 수는 있다. 그래서 더 멋있어 보인다면 투자한 보람이 있겠는데 그걸 직접 자랑한다면 그 물건의 주인은 너무 보잘것없어 보인다.
사람의 가치는 어느 물건과도 비교될 수 없다. 그런데 고작 물건으로 자기를 포장하고 그걸 자기 모습이라고 한다면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절하시키고 있다.
각자 취향이 있어 돈을 써도 아깝지 않은 부문이 있다. 자기가 벌어서 자기를 위해 쓰는 거고, 거기서 행복을 느낀다면 삶의 기쁨이다. 이왕이면 그 부문이 외적인 것보다 내적인 것을 풍부하게 하는 거면 더 좋겠다.
돈 자랑에는 집 자랑, 살림 자랑, 차 자랑, 땅 자랑, 건물 자랑도 있다. 이보다는 덜 꼴불견이지만 자식 자랑, 남편 자랑을 반복적으로 하는 사람이 있다. 자식의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니라 직함을 부르며, 일부러 사람들 많은 데서 큰 소리로 통화하기도 한다. 자기가 가진 것이나 알아주는 직업을 가진 가족을 자랑하면 자신도 잘난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자신에 대해선 내세울 게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자존감이 없으니 자기를 둘러싼 울타리를 자기 자신과 동일시한다.
꼴불견까지는 아니어도 이런 노인네가 되지 않았으면 싶은 것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람은 아니었으면 한다. 어떤 일이든 혼자 하는 걸 엄두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교육받는 것이나 모임에 참석하는 것, 장 보는 것, 산책하는 것 등 일상적으로 하는 일들인데도 아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나이 먹어갈수록 혼자 지낼 시간이 더 많아질 텐데 혼자서도 재미있게 지낼 자기만의 방법을 찾는 게 필요하다.
분쟁을 조장하는 노인으로 늙고 싶지 않다. 자기편을 만들려고, 다른 사람을 흠잡는 사람이 싫다. 이런 사람은 사람들 관계를 이간질한다. 할 소리와 안 할 소리를 구분하지 못하고, 과장하거나 없었던 일을 만들어서 이야기한다. 소유욕이 강한 사람들이 이러지 않을까 싶다.
각자 꼴불견 리스트를 작성해 보면 좋겠다. 그러면서 자신이 원하는 노인상, 원하지 않는 노인상을 정리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어떻게 나이 들어가야 할지 생각하는 시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