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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오리나무

3월 마지막 눈에 가지가 꺾인, 소주잔에서 자라는 나의 물오리나무를 위해

by 구자훈

늦은 3月 대설에

가지가 부러졌어


보라 수꽃, 붉은 입술 암술이

조용히 말을 걸어와


"누구든, 우리를 봐줘"


꺾인 꿈일지라도

꾸지 말라는 건 아니지

꿈은 자유야

무엇으로든 자랄 수 있거든


검은 땅을 차마 못 잊는 너는

소주잔 물속에서 기어이 자라나

흰 도화지에 시들지 않는 꿈을 그려


마음에 뭍은 꽃가루가

마침내,

암술 깊이 씨방을 만나는 꿈


"누구라도, 쉬어가 줘"


나는 꿈꾸는 오리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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