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시어머니는 나의 친정 아빠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늘 대놓고(?) 강조 또 강조하시는 말씀이 있다.
“ 며느리가 즈그 아빠 닮아서 등치가 크고마.”
이 얘기를 친정 아빠 앞에서 수십번을 얘기하신다.
참고로 친정 아빠는 키도 작으시고, 정상 체중이시다.
“ 등치가 겁나 좋소. 며느리가 아빠 닮았고만. 등치가 겁나 큰게 딱 즈그 아빠여.”
친정 아빠는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하시니 점점 불편하신 듯 했지만, 별 말씀은 안 하셨다.
“ 아! 엄마! 그만 좀 얘기해! 같은 말을 몇번이나 하는 거여!”
장인어른의 눈치를 살피던 남편이 나이스하게 중재해준다.
어느날 우리 가족은 시댁에서 간만에 주말을 보내게 되었다.
마트에서 고기도 사고, 치킨도 포장해와서 어머니와 아이들, 그리고 남편과 즐거운 식사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네가 느그 아빠 닮아서 등치가 그리 좋은거드만.”
“ 저희 아빠가 겉으로는 덩치가 좋으신데, 사실 몇달 전에도 3번째 암 재발이 되어서 수술도 받으셨어요… 몸도 안 좋은데 담배를 끊지 못하시고, 계속 담배를 태우시니 너무 걱정이에요..”
“ 느그 아빠는 담배 좀 태워도 돼야. 등치가 그리 좋응께.”
이건 아니다 싶었다.
“ 그래요? 그럼 남편도 담배 많이 펴야겠네요. 이번에 건강검진 할 때 비만으로 나왔던데. 자기야~ 덩치가 많이 좋아졌으니 담배 많이 많이 펴~”
“ 오메! 안돼야! 울 아들은 그런 거 피면 안돼야!”
저희 아빤 되구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