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사실은 살고 싶었다

by 이자영

사실은 살고 싶었다.


작년 봄, 대학 시절 좋아했던 교수님을 뵈러 학교에 간 적이 있다. 교수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자영아, 너는 살고 싶은 거 아닐까? 삶에 대한 미련이 뚝뚝 떨어진다.” 그 당시에는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너무 우울해서 죽고 싶다는 얘기를 하는 중이었는데, 왜 이렇게 말씀하시지?


지금은 그 말씀이 조금 이해가 간다. 교수님의 눈에는 삶에 대한 미련이 잔뜩 있는 한 청년이 보였을 것이다. 말로는 죽고 싶을 만큼 힘들다고 하면서, 이 세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 또한 보셨을 것이다. 나는 사실 그 누구보다 살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너무 잘 살고 싶어서 죽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 이렇게는 살기 싫다고, 삶을 이어나갈 거라면 제발 잘 살게 해달라고.


내 고통을 마음껏 인정하고, 그 고통을 기반으로 성장하게 해달라고. 그리고 종내 삶을 택하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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