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친구에게 연애 얘기를 못 하겠는 순간

질투와 미안함이 동시에 드는 감정들

by 김형건

그 친구에게 가장 먼저 말하고 싶었다. 너무 좋았고, 설렜고, 그 사람이 내게 했던 말들을 누군가와 나눈 이 밤을 가장 먼저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잠시 망설였다.

“지금은 말하지 말자.”

“괜히 상처가 될 수도 있으니까.”


이상했다. 가장 가까운 친구인데, 왜 나는 그 사람에게 이 말을 숨기고 싶어진 걸까?




기쁨을 감출 때, 마음은 복잡해진다

우리는 기쁜 일을 나누고 싶어 한다. 사람은 나눔을 통해 감정을 확인하고, 타인의 축하를 통해 감정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그 나눔이 죄책감처럼 느껴진다. 가령,


친구가 연애로 힘들어할 때

연애 얘기를 꺼내면 대화가 늘 단답으로 끝날 때

내 행복이 누군가의 외로움 위에 세워진 것처럼 느껴질 때


나는 말할 수 없게 된다. 내가 지금 행복하다는 말조차 누군가에게는 상처일까봐.


기쁨과 미안함이 동시에 드는 감정의 풍경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이 단순한 한 문장 안에 너무 많은 감정이 얽힌다. 말하고 싶은 설렘, 조심스러운 눈치, 혼자만 앞서가는 것 같은 미안함, 혹시 나를 비교하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


그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면, 우리는 말을 삼킨다. 말하지 않는 쪽이 덜 복잡할 것 같아서. 그리고 그렇게 또, 우정 안에서 작은 거리 하나가 생긴다.


우정은 왜 기쁨보다 슬픔에 더 관대할까

슬플 때는 괜찮다. 아프다고 말할 수 있고, 외롭다고 털어놓을 수 있다. 친구는 그런 감정에 익숙하다. 위로하고, 같이 욕해주고, 함께 앉아주는 기술을 터득해왔다.


그러나 기쁠 때는 다르다. 특히 그 기쁨이 친구가 아직 갖지 못한 것이라면, 축하 대신 비교, 공감 대신 거리감이 생긴다.


기쁨을 나누고 싶은데, 그것이 타인의 결핍을 더 선명하게 만들 것 같을 때, 우리는 침묵한다.


비교감정은 나쁜 감정이 아니다

친구의 행복 앞에서 질투를 느낄 수 있다. 기쁨과 동시에 “왜 나는 아직…”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건 나쁜 감정이 아니다. 그건 인간적인 감정이다.


우정이란 서로의 삶을 비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비교했을 때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공동의 노력이다.


“그 친구는 괜찮을까?”

“혹시 나를 멀리하지 않을까?”

“이제는 내가 먼저 연락하기 어렵지 않을까?”


이 질문들에 대해 혼자서 해답을 내려야 하는 순간, 우정은 조심스러워지고, 말하지 않음의 기술이 감정의 방어선이 된다.


말하지 않으면 멀어지고, 말하면 어긋날까봐 무서운 사이

가장 외로운 지점은 이곳이다. 말하면 상처가 될까봐 말하지 못하고, 말하지 않으니 감정이 멀어지는 것 같은 그 거리. 그래서 우리는 묻는다.


“말하지 않아도, 우린 여전히 친구일까?”


그리고 그 질문은 늘 “왜 나는 이 사람에게 지금 이렇게 어렵지?”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사랑보다 더 오래 가는 감정은, 어쩌면 우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정은 늘 당연한 게 아니다. 우정도 감정이고, 감정은 돌보지 않으면 금이 간다.




우정의 공감이란, 같은 감정이 아니라 다른 감정의 인정이다

기쁘다고 말할 수 있는 사이, 그 기쁨이 나의 상처를 건드릴 수 있다는 걸 서로 아는 사이, 그래도 응원할 수 있는 관계. 그게 건강한 우정이다. 공감이란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감정을 자기 안에 받아들일 여백을 확보하는 일이다.


지금 나는 외롭지만, 너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

지금 너는 빛나고 있지만, 나의 그림자를 조심스럽게 살핀다.


그 균형 속에서, 우정은 슬픔보다 더 어려운 기쁨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친구에게 연애 얘기를 꺼낼 수 없을 때,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침묵은 보호지만, 지나치면 단절이 된다. 내가 조심한다고 해도, 상대가 나를 계속 멀게 느낀다면 우정은 언젠가 어긋난다. 그래서 우리는 묻고, 기다리고,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한다.


“혹시 불편하진 않았어?”

“요즘 네 얘기 내가 너무 못 들은 것 같아.”


이 말 한 줄이, 나의 기쁨과 너의 감정 사이에 다리를 놓아준다.


우정은 ‘기뻐할 수 있는 사이’일 때 더 깊어진다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관계는 더 귀하다. 그 친구에게 조심스러워지는 건, 사실은 그만큼 그 사람을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다.


'나는 그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그 마음만으로도 우리의 관계는 여전히 단단하다. 언젠가, 그 친구도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도 이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그때 웃으며 말해줄 수 있기를, “이제 너 차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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