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_전자레인지

by 김형건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넣고

타이머를 2분 30초에 맞춰놓는다

윙윙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2분 30초 뒤면 저 차가웠던 음식은

반드시 따뜻해지리란 너무나 당연한 사실에

나에게도 그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깃든다


우울했던 어제가

오늘은 저 햇살처럼 밝아졌으면 좋겠다


꼬여있던 일이 반나절 뒤엔

마법처럼 풀렸으면 좋겠다


지금 이 답답한 마음이

2분 30초 뒤엔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전자레인지 앞에 서 있을 때마다, 짧은 시간 속에서도 우리는 확신을 얻습니다. 타이머를 맞춰놓고 기다리기만 하면, 차가운 음식은 반드시 따뜻해질 것이라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 그것은 우리 일상의 작은 의식이자, 삶에서 드물게 느껴지는 절대적인 예측 가능성입니다.


이 짧은 순간 동안 저는 때때로 제 마음의 짐을 내려놓습니다. 저 음식을 따뜻하게 데우는 것처럼, 내 마음속 불안과 답답함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가벼워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죠. 우울했던 어제가 오늘은 환한 미소로 바뀌길, 꼬였던 일이 풀리고 다시 활기를 찾길 바라며, 저는 전자레인지의 윙윙거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나 삶은 전자레인지와는 다릅니다. 타이머를 설정해 놓는다고 해서 모든 것이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도 많고,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나타나기도 하죠. 전자레인지는 음식을 데우는 데 성공할 수 있지만, 우리의 고민을 데우거나 녹여내는 데는 무력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전자레인지가 주는 위안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음식을 따뜻하게 만드는 기계가 아닙니다. 그것은 삶 속에서 우리가 종종 간절히 원하지만, 늘 얻을 수 없는 예측 가능성과 안정감을 잠시나마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이 짧은 순간 속에서, 저는 작은 위로를 받습니다. 비록 현실은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할지라도, 우리는 결국 우리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전자레인지의 2분 30초는, 그 과정에서 필요한 잠깐의 쉼과 희망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윤태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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