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_젓가락

by 김형건

띵동, 야식의 도착을 알리는 반가운 소리

바스락거리는 포장지를 풀며

매번 두 개씩 동반하는 젓가락 중 하나를

대수롭지 않게 선반 위에 던져놓는다


스르륵, 툭

무심코 쌓아온 젓가락 탑이 무너졌다

'벌써 이만큼이나 쌓인 건가’


저 쌓인 젓가락의 수만큼

체중계 위 숫자도 늘어났고

삶의 무게도 그만큼 무거워졌다


그리고 그만큼

통장의 잔고는 가벼워지고

세상과의 연결은 점점 멀어져 간다




배달 앱을 열어 주문 내역을 확인할 때마다, 스크롤을 내리는 손끝이 멈칫합니다. 한참을 내려도 끝나지 않는 목록, 그리고 쌓여 있는 젓가락들. 가벼운 마음으로 던져 놓았을 뿐인데, 어느새 높아진 젓가락 탑이 묵직하게 현실을 떠올리게 합니다. 줄였다고 믿었던 야식의 횟수는 실은 그렇지 않았고, 쌓여 있는 흔적들은 조용히 그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야식은 단순한 식사가 아닙니다. 늦은 밤까지 이어진 작업의 흔적이며, 다음 날 비어 있는 일정의 그림자입니다. 자기 관리가 소홀해진 날에는 사람들과의 만남도 자연스레 줄어들고, 불규칙한 생활이 불면과 고독을 키워갑니다. 식탁 위 펼쳐진 음식은 작은 위로가 되지만, 그것이 쌓일수록 나를 둘러싼 삶의 무게도 늘어갑니다. 늘어나는 것은 젓가락과 영수증, 줄어드는 것은 잔고와 관계망. 그렇게 조용한 단절이 이어집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익숙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혼자 음식을 먹는 일, 대화를 피하는 일, 누군가를 만나러 나서는 대신 방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 처음에는 단순한 선택이었지만, 점점 습관이 되고 결국 삶의 방식이 되어갑니다. 어느 순간, 세상과 연결된 마지막 고리가 야식 배달 메시지뿐인 날도 생깁니다.


젓가락들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습니다.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내 몸은, 내 생활은 변합니다. 체중계 위 숫자는 늘어나고, 통장의 잔고는 줄어들고, 인간관계는 희미해집니다. 무심코 쌓아둔 젓가락이 많아질수록, 내 일상 속에서 소홀해진 것들의 무게도 함께 실감하게 됩니다.


이 글에서 '젓가락'은 단순한 식기를 넘어, 쌓여가는 습관과 그 속에서 느껴지는 고립의 상징이 됩니다. 우리는 각자의 일상에 바빠지면서 점점 고립됩니다.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노력이며, 그 노력을 게을리할 때 관계는 점점 희미해집니다. 젓가락이 무심코 쌓여가듯, 소홀한 선택들이 반복되면 결국 삶의 패턴이 됩니다.


젓가락 탑이 무너지는 순간, 나는 그제야 깨닫습니다. 쌓아 온 것들이 나를 얼마나 무겁게 만들었는지를. 단순히 젓가락뿐만이 아닙니다. 그동안 무심코 반복해온 습관들, 소홀히 했던 관계들, 그리고 방치해 온 내 자신까지. 마치 무너진 젓가락 더미처럼, 이 모든 것들이 쌓이고 또 쌓여 어느 순간 한계를 드러냅니다.


윤태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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