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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내리는창가 Aug 18. 2023

아름다움을 향한 최고의 찬사 키르큐펠

떠나볼까요, 아이슬란드? - 여행 8일 차

딘얀디폭포 주차장 옆에는 피크닉 탁자가 몇 개 놓여 있다. 혼자 외딴곳에 떨어져 있다 보니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설치해 놓은 듯했다. 우리도 거기서 빵과 치즈 과일 등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다음 목적지인 키르큐펠로 출발했다. 

딘얀디에서 키류큐펠로 가기 위해서는 전날 묵었던 숙소까지 다시 되돌아가야 한다. 대략 세 시간 정도의 거리였으니 전날 숙소가 있었던 마을까지 되돌아오면 이미 시간은 오후 서너 시가 되어 있다. 그곳에서 키르큐펠까지는 여전히 먼 거리이다. 또다시 운전 지옥에 빠져들어야 한다. 여행 5일 차부터 시작된 장거리 운전은 8일 차에 이르러서는 정점에 다다르는데 일장일단이 있다. 단점은 명확하다. 일단 피곤하다. 415km, 389km, 429km, 591km. 5일 차부터 하루 이동거리이다. 여행의 피로감이 누적되기 시작할 시점부터 저 정도 거리를 매일 이동한다는 것은 체력적으로 상당히 고된 일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시간에 쫓겨 한 곳에서 느긋한 여유를 즐기기 힘들다. 급하게 보고 전투적으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장점도 분명 존재한다. 일단 이름난 관광명소를 빼놓지 않고 다 보게 된다는 것이다. 여길 언제 또 와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 어쨌든 직접 두 눈에 담아 보았다는 건 아주 중요한 포인트이다. 또 다른 장점은 여정이 주는 즐거움이다. 흔히들 노르웨이 여행의 7할은 길 위에 있다고 말하는데, 아이슬란드 역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길옆으로 펼쳐지는 광활한 자연은 그것 만으로도 아주 훌륭한 여행의 과정이다. 이날 길 위의 풍경 중 가장 경이로웠던 건 역시 피오르의 모습이다. 

특히 해안 절벽이 네다섯 개가 포개져 한꺼번에 볼 수 있었던 곳의 풍경은 압권이었다. 피오르 외에 인상 깊었던 풍경은 이끼이다. 키르큐펠로 가기 위해 점점 남쪽으로 내려오다 보니 또 다른 이끼 지형이 나타났는데, 남부에서 보던 이끼와는 사뭇 달라 보였다. 어떻게 다르냐고? 그건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운전을 하는 도중에 본 탓에 자세히 관찰한 건 아니니 뭐라 꼭 집어 말하기가 어렵다. 아무튼 느낌이 다르다. 아이슬란드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그 차이를 자세히 살펴보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길고 긴 이동 끝에 저녁 6시가 넘어 드디어 키르큐펠에 도착했다. 키르큐펠은 내가 아이슬란드 여행을 꿈꿔온 또 다른 이유 중 하나일 정도로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이미지이다. 아이슬란드 홍보책자나 관광 안내판 같은 곳에 배경 사진으로 많이 쓰이는데 이는 아이슬란드 정부에서도 인정한 아이슬란드 대표 경관이라는 뜻일 것이다. 해안가에 우뚝 솟아 있는 산봉우리가 한쪽 방향에서 보면 뾰족한 모양인데 그 산봉우리 앞쪽 들판에는 작은 폭포가 있다. 이 폭포 앞에서 폭포와 산봉우리를 함께 사진 찍는 프레임. 이것이 바로 아이슬란드를 상징하는 이미지이다.

키르큐펠은 따로 수식어가 필요 없을 것 같다. 그 이름 자체로 최고의 찬사이다. 더 이상 무엇을 말하랴, 이곳이 키르큐펠인데. 조화가 정말 절묘하다. 산봉우리만 따로 떼어 놓거나 폭포만 따로 떼어 놓는다면 이 정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을 것이다. 키르큐펠 산봉우리 앞에 가장 적당한 규모와 최적의 위치에 마침 폭포가 있다. 폭포 뒤로는 절묘한 모양의 아름다운 산봉우리가 있다. 서로가 보완을 해주기에 가장 아름다운 조합, 그것이 바로 키르큐펠이다. 조화와 다양성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인식의 밑바탕에는 바로 이런 아이슬란드의 자연이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커플이 내게 와서 키르큐펠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줄 것을 부탁했다. 그런데 자신들과 나의 위치를 딱 지정해서 거기서 찍어달라는 것이다. 찍어주고 보니 별로 예쁘지 않았다. 내가 다시 그들의 위치를 잡아주고 나도 이동해서 최적의 사진을 찍어주었더니 그 사진을 보고 아주 만족해했다. 키르큐펠에서는 역시 조화가 중요하다. 

키르큐펠 인근에 마을이 있지만 숙소는 키르큐펠에서 스나이펠스네스 반도 안쪽으로 한참을 더 들어간 올라프스비크에 예약을 해 두었다. 다음날 스나이펠스네스 반도 이곳저곳을 둘러볼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 숙소는 또다시 우리를 절망하게 만들었다. 이날 묶었던 게스트하우스 역시 부엌이 없었기 때문이다. 낭패였다. 대량으로 구매한 식재료를 고스란히 버리게 될 것도 문제지만 당장 이날 저녁과 다음날 아침 먹을 것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던가. 1층 로비에 커피숍이 있었는데 그곳에 전자레인지와 온수가 나오는 정수기가 있었다. 위치로 보아서는 커피숍 소유인지 투숙객을 위한 웰컴 드링크와 간식용 인지 애매했지만 우리는 우리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기로 했다. 그걸로 겨우 끼니를 해결하긴 했지만 이틀 연속 부엌 없는 게스트하우스라니! 다음에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할 일이 있다면 편의시설을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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