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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a Kim Sep 06. 2023

꿈이 있는 사람들

현실에 만족하고 안주해야 할까, 도전하고 나아가야 할까 고민의 기로에서

내가 30년을 살면서, 어떻게 보면 정말 길다면 긴 세월, 그러나 누구에게는 정말 짧은 시간이지만 내 나름대로 깨달았다고 생각하는 불변의 법칙이 있다. 그 누구도 꿈을 가진 사람들의 성취를 따라갈 수는 없다는 것을.



어린시절, 나는 영재였다. 영유아 때는 지금과는 달리 사교성이 다소 떨어지는 아이였고, 그런 나를 걱정하신 부모님께서는 이것저것 다양한 검사를 데리고 다니셨다. 그 결과 지능지수가 매우 높아 어쩌다보니 영재교육반에 들어가게 되었고, 특히 언어와 수학에 크게 재능을 보였었다. 



흔히 수학에 재능을 가진 사람은 예술감각은 없으며, 예술에 재능을 가진 사람은 수학에 취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 역시도 해당 분야에서 재능을 가진 사람을 보면, 그 상반된 영역의 재능은 0에 수렴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었다. 그러나 나는 신기하게도 수학과 예술쪽에서 모두 두각을 보였으며, 유년시절에서부터 학창시절을 아울러 흔히 말하는 천재의 딜레마에 빠졌다.



정말 당연하게도 공부를 하지 않고 놀러다녔으면서도 항상 최상위권의 성적이었던 내게 당시에는 인생이 매우 쉬워보였고, 또래가 우스워보였다. 그러나 내 이런 자만도 흔히 말하는 '운'이라는 영역 앞에서(어쩌면, 신이 노력하지 않는 나를 벌하기 위해 만들어낸 영역일 수도 있다.) 처참히 무너지고 말았다.



특히 미술을 좋아하던 나는 예술계열 진학을 꿈꿨고, 중, 고등학교부터 입시를 치뤘다. 학급에서, 학원에서 항상 1등을 하던 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인불명의 불합격이라는 오명을 안게 되었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나는 인문계로 진학하여 본격적으로 잘하던 수학 공부를 위주로 인문계 공부를 하게 되었고, 정말 당연하게도 sky가 아니면 가지 않겠다라는 생각으로 학창시절을 보냈다. 물론 이미 실패경험이 생긴 터라, 이 때부터는 공부에 노력도 어느 정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은 내 편이 아니었다. 수능을 망쳐서, 재수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정말 들어가기 싫어하던 정도의 대학을 울며 겨자먹기로 가야만 했다. 물론 이 정도도 어느 시각에서는 명문대로 불리긴 했지만, 나에게는 정말 처참하고 터무니없는 결과라고 생각했다. 



나는 항상 최고여야 했고, 상위권이어야 했으며 잘나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장녀로서 부모님의 기대 또한 큰 것이 한 몫 했지만, 내가 공부를 한 이유는 특별한 꿈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존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는 내가 남들보다 떨어지는 것에 대해 극도로 두려움을 갖고 있어서, 자존심 하나만으로 위치를 지키고자 했던 것이었다. 여태 살아온 것처럼, 대학에서도 당연히 수석을 했었다. 그리고 왠만한 모교 학생들은 대다수가 붙는 대기업들, 나는 또 보기좋게 취업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때부터 나는 나를 내려놓고, 우울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뭘 해도 안되는구나. 왜 나는 항상 상위권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모두 실패의 결과만을 안게 되는지. 정말 크게 좌절하고 괴로웠다. 위에서 언급한 천재의 딜레마와 같은 순간이었다. 나보다 못났었으면서 잘 나가는 사람들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에서, 중소기업에서 패배감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외국계로, 그리고 회사의 헤드 부서인 경영기획팀으로 옮겨감에 따라 다행히 어린시절 엘리트였다라는 것에 대한 명맥을 간신히 갖고 있는 상태로 현재까지 왔다.



사회적 성공에 대해 목마르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 회사업무가 매우 잘 맞으며, 사람들이 좋고 친절하고 내 사소한 업무 성과에도 위에서는 예뻐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최고의 편안함을 누리고 있다. 그렇지만 종종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내가 갖고 있던 재능을 살려서 어떤 도전을 다시 하여 성공과 성취감을 한번이라도 얻어내는 것이 맞을까.



어린시절부터 불과 얼마 전까지 나는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 다양한 재능과 머리를 갖고 성공하지 못하는 것, 희망고문이라는 단어 그 자체가 곧 내 인생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큰 원인은 '꿈'이 없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초등학생 때 이후로 꿈이 없었다. 그저 자존심만 가지고 나는 잘해야해, 쟤보다 잘해야해, 내가 탑이어야해 라는 욕심으로 살아왔다. 현재 주변의 또래들, 친구들을 보면 자신의 영역에서 성공했다라고 보이는 친구들은 주로 '꿈'이 있던 친구들이다. 자존심과 오기로만 똘똘 뭉친 채 성공하지 못하는 나에 대해 비관하고 성취에 대해 집착해온 내게, 꿈을 가지고 달려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큰 자아성찰제가 되었다.



다음 글에서는 이처럼 꿈을 가진 친구가, 내게 얼마나 반성의 자극을 주고 인생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었는 지 써보도록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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