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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업가 정담 Nov 25. 2024

일 잘하는 직원 vs. 말 잘 듣는 직원

From Desk to Dream #7

당신이 대표고 직원을 채용해야 한다면 일 잘하는 사람을 채용할 것인가, 아니면 말 잘 듣는 사람을 채용할 것인가? 


우리는 지금까지 인생 첫 사업을 성공적으로 론칭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나 대신 일을 해줄 멤버들을 구성하는 것이다. 인사가 만사지만 좋은 직원을 채용하는 것은 사업에서 가장 도전적인 일 중 하나다. 


제목의 효율성을 위해 '말 잘 듣는 직원'이라고 했으나 부연설명하면 회사와 일치되어 회사일을 내 일 같이 일하는 사람을 뜻한다. 당연히 일도 잘하고 모든 일을 내 일 같이 하는 사람을 뽑으면 좋겠지만, 이전 글 <당신이 최초의 직원을 채용할 때 받을 충격>에서 이야기했듯이 그런 사람이 파릇파릇한 초기 내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직원을 채용하고 같이 일을 해 보면 알 것이다. 정말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친다는 사실을. 학력도 경력도 좋아서 뽑았는데 막상 일을 시작하니 열심히 하는지 믿음이 안 가는 경우가 있다. 아니면 정말 회사일을 내 일같이 일하는 사람인데 그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도 있다. 


그럼 우리는 과연 어떤 사람을 채용해야 할 것인가? 그 답은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에 있다. 

 



우리는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여 가족 포함 다섯 명이 안 되는 조직이라고 가정하자. 이때는 사업 시작 후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는데 밀려드는 일로 손을 덜기 위해서 사람을 채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뚜렷한 보직이 있다기보다는 서로 이런저런 일들을 두루두루 하게 된다. 


이렇게 시작하는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간의 '신뢰'다. 지금은 사업모델을 시장에 잘 출시하여 어떻게든 굴려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전문성을 논할 때가 아니다. 그리고 누군가 전문성이 있어도 그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가 여의치 않다. 


일 잘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당연 최고고, 일을 잘하지만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최악이다! (source: Kanban Zone)


네 명이서 식당을 오픈했다면 아무리 뛰어난 재무분석가와 마케터가 있어도, 손님들이 밀려들면 그냥 주방 가서 음식 갖다 날라야 한다는 얘기다. 이 시기 전문성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감을 가지고 내 일 외에도 조직 전체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이다.


정말 초기 기업에서는 창업자의 마인드와 역량이 조직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 각자가 책임감과 리더십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직원들도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공동창업자 2인 외에 순서대로 고객응대, 마케터, 인테리어 설계, 웹디자이너를 채용했다. 하지만 고객전화가 오면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전화를 받았다. 그게 회사에 중요한 일인 걸 다들 알았고 그럼 나 자신한테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첫 사업에서 채용을 시작하는 단계라면 믿을 수 있는 사람, 회사일을 내 일같이 할 사람을 뽑는 게 맞다. 




그럼 일 잘하는 사람을 뽑는 건 언제인가? 


회사에 팀 구분이 되고 업무 분장이 서서히 일어날 때쯤엔 신뢰를 기반으로 한 끈끈한 인재들뿐 아니라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 필요해진다. 사람수로 치면 대략 30명 정도쯤 될 때 아닐까 싶다. 이 정도로 사업을 키웠다면 당신은 이미 충분히 성공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큰 목표를 갖고 있다면 그 목표를 이뤄줄 뛰어난 사람들이 또 필요해진다. 기존에 든든한 원년멤버들과 기반을 잘 닦아 놓았다면 이제 새로운 성장 국면으로 사업을 이끌어줄 사람들이 들어와 줄 타이밍이다. 


인재들의 시선으로 보아도 매출이 잘 나오고 어느 정도 체계가 잡혀 돌아가는 사업이라면 관심이 생길 수 있다. 이들은 대체로 리스크관리를 매우 잘하기 때문에 미래가 불확실한 상태의 회사에는 오고 싶어 하지 않는다. 커리어에 올리는 모든 회사들이 남들이 알아봐 줄 정도가 되어야 향후 이직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구직자들에게 작은 기업은 후순위일 수밖에 없다(출처: 대한상공회의소)


나도 처음부터 좋은 사람을 선택하진 못 했다. 오로지 일 잘하는 인재를 뽑고 싶은 욕심이 계속 있었다 보니 사람을 뽑을 때 신뢰할 만한가의 기준보다 경력이 좋은가의 기준으로만 바라봤었다. 그래서 <쿠데타: 대표님은 가만히 계세요>에서 밝힌 것처럼 내부 정치질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모두가 다 훌륭한 사람들이겠지만) 탁월한 실력자들은 20명대에서 30명대로 넘어갈 때쯤 자연스럽게 우리 회사에 조인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절대 일 잘하는 사람들로만 내 사업이 잘 될 수는 없다. 


어려울 때 내 일처럼 함께 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명문대학 출신에 쟁쟁한 경력으로 구성된 사람들이 공동창업자로 모여서 사업을 해도 종종 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은 가장 어렵고, 또 가장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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