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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주 May 14. 2024

내가 사랑한 화가들

화가의 인생을 알고 보면 새로운 메세지가 보인다.

가끔 미술관에 갑니다. 누군가는 그림의 화풍을 분석하며 즐기기도 하고 다른 누구는 순간의 자기 감상에서 의미를 찾기도 합니다. 그림을 봐도 아무 느낌이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학교 현장 학습에서 주어진 질문에 답 채우기식으로 미술관을 경험했습니다. 이후 개인적으로 자유롭게 방문한 미술관은 그 느낌이 사뭇 달랐습니다. 작품 자체 뿐만 아니라 그날의 조명, 시간, 방문객들의 시선, 소리, 냄새 모든 오감이 만들어내는 '종합적인 감상'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저서 <<내가 사랑한 화가들>2021, 나무의철학 출판>의 작가 정우철님은 전시해설가 입니다. 미술관을 찾는 많은 관객들을 만나는 일을 하는 분이지요. 미술관을 찾는 많은 관객들을 만나는 일을 하는 분이지요. 아마도 어떻게 그림을 즐겨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아보셨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 작가는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그 그림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전합니다. 10명의 각기 다른 시대의 거장들을 소개되어 있습니다. 샤갈, 마티아스, 크린트, 고갱과 같이 널리 알려진 화가들도 있지만, 로트레크, 콜비츠, 뷔페 같은 내게는 이름이 생소한 작가들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 프랑스의 '베르나르 뷔페'(Bernard Buffet)라는 화가에 주목합니다. 예술가들은 무릇 배고프거나 자신만의 세계를 유영하느라 찡그린 얼굴이 많은데, 뷔페는 잘 생긴 외모에 멋진 성을 배경으로 롤스로이스를 타고 있습니다. 생소한 이름에 색다른 작품 분위기가 관심을 갖게 했습니다.

 

프랑스 화가 베르나르 뷔페(Bernard Buffet) by Pintrest

<내가 사랑한 화가들>을 통해 뷔페의 작품을 처음 접했습니다. 그의 화려한 겉 모습과는 다릅니다. 그를 '구상주의(각주 참조) 작가'로 부른다고 합니다. 작품마다 그 대상이 반듯반듯하고 파리를 배경으로 했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색감이 어둡고 건조합니다. 화려한 색감과 생동감을 표현한 다른 프랑스 작품들과는 다릅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뷔페의 작품들이 진정한 시대상을 제대로 반영한 작품이라며 칭송했다고 합니다. 처음 뷔페가 프랑스 미술계에 데뷔하자마자 큰 성공을 거둡니다.


어린 시절의 외로움, 작가로서의 고민, 첫 데뷔에 함께 이룬 미술 세계에서의 큰 성공, 화려한 삶, 아나벨이라는 인생의 여인을 만나고 행복한 시절. 작가의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의 작품집을 들여다보니 그의 인생 희노애락이 더 사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중년 시절에는 뷔페가 선납금을 받고 주문 제작 형식으로 작품활동을 했다며 미술계에서 따돌림을 당합니다. 시대를 풍미했지만 뷔페에 대한 자료가 많이 남아있지 않은 이유인데, 그만이 그런 작품활동을 한 것이 아님에도 많은 질타를 받습니다. 누군가는 프랑스 예술계가 그의 천재성을 질투했다고 말합니다.


작가 뷔페는 "그림은 말할 필요도, 분석할 필요도 없다. 그냥 느낄 뿐이다(Painting... we do not talk about it, we do not analyse it, we feel it.)" 라고 합니다. 시대는 '추상 표현주의(각주 참조)' 작가의 득세였지만 뷔페는 자신의 '구상주의' 화풍을 포기하지 않았고 화풍과 관계없이 '미술이란 결국은 보고 느끼는 것에 다름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인생 후반부 파킨슨병에 걸린 뷔페는 붓을 쥐지 못하는 형벌을 받은 채 21세기를 맞을까 두려워 했었다고 합니다. 마지막 해골을 모티브로 한 시리즈물 24작품을 제작합니다. 1999년 10월 4일, 작업을 마친 뷔페는 작업실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작가 뷔페의 해골 시리즈 Rétrospective

“나는 살기 위해서 그림을 그렸다” 라는 뷔페의 말대로 그는 한 평생 창작열을 불태우며 살아왔습니다. 아내 아나벨은 누구에게도 짐이 되기 싫었던 그의 마지막 선택에 가슴 아파했고 사후 미술계와 관객들이 뷔페의 작품을 사랑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고 합니다. 21세기인 지금도 그의 작품이 회자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녀의 꿈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과연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베르나르 뷔페를 포함 열 명의 작가들은  '내가 몰두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정우철 작가님 말씀대로 작가 개인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보니 같은 작품에서 작가의 심정마저 느껴집니다. 여유로운 주말, 새로운 미술 감상법으로 마음껏 즐겨본 귀한 경험합니다. <내가 사랑한 화가들>이었습니다.


<각주>

* 구상화(Representationalism)는 추상의 반대 개념으로 사용되는 용어. 자연 그대로의 형태를 어느정도 유지한 그림

* 추상표현주의(抽象表現主義, abstract expressionism)는 194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까지 미국의 미술계에서 주목받은 미술의 동향이다. 미국이 처음으로 세계에 영향을 미친 미술 운동에서 뉴욕이 파리 대신 예술의 중심지가 되는 계기가 되었다. 제2차 세계 대전 후의 '차가운 추상'(기하학적 추상주의)에 대한 '뜨거운 추상'(⇒타시슴, 앵포르멜)도 널리 추상표현주의라고 불린다.<Wikipedia 발췌>


* 대문 사진⠀⠀⠀⠀⠀⠀⠀⠀

Bernard Buffet
Femme au verre de vin
1955
Oil on Canvas
130 x 97cm


* 본문의 사진들은 Pintrest site에서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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