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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주 Aug 30. 2024

포카치아빵을 카푸치노에 찍어 먹는 아침

이탈리아  북부 제노아 여행의 시작

나는 택시기사님과 예약해 놓은 숙소 주소에 도착한 것이 맞는지 확인, 또 확인한 후 택시에서 내린다.  유럽의 올록볼록한 보도블록 위에서 여행가방을 끌기 시작하자, 가방 바퀴가 '우당탕 우당탕' 요란한 소리를 낸다. 새로운 곳에 당도한 흥분, 약속한 숙소를 제대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불안함이 오묘하게 섞이면서 기분 좋은 긴장감이 인다.


다행히 약속한 대로 지시사항을 따르니 열쇠함이 열리고 무리 없이 육중한 집 대문이 열린다. 예약된 숙소는 3층에 위치해 있다. 4인 가족이 여행 트렁크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니 내부가 꽉 들어찬다. 혹시 무게 제한에라도 걸릴까 저절로 숨을 참는다. 그런다고 무게가 덜 나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9호.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이트에서 보고 또 봐서 눈에 익숙한 광경이 펼쳐진다. 방 두 개에 거실이 달린 조금 큰 스튜디오다. 층고가 높아 평수에 비해 개방감이 좋다. 대충 짐들을 정리하고 발코니 창문을 연다.

발코니 밖에 줄을 메어 주렁주렁 걸어놓은 빨랫감들이 보인다. 집 창문을 마주한 데다가 매번 속옷, 겉옷 걸어 말리는 이웃사촌끼리는 앞집 숟가락 개수도 알만큼 친한 사이가 되려나 싶다. 홍콩 고층 아파트 외벽, 주렁주렁 걸려있던 빨래들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어디 가나 사람 사는 모습은 다 거기서 거기다 싶다.


다음 날 아침,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맡으러 내 발코니 창문을 활짝 열었다. 앞 건물 여인이 담배하나를 물고 자신의 발코니에서 신나게 전화 수다 중이다. 내 얼굴을 보더니 한 손을 들고는 '봉쥬르노' 인사를 건넨다. 낯선 이를 불편해할 법도 한데, 요란하지 않게 하지만 따뜻하게 눈인사를 건네고는 하던 통화를 이어간다. 나도 빙긋 웃음으로 인사를 전하며 전날 걸어 놓았던 손빨래 몇 가지를 거둬들인다. 그냥 현지인과 간단한 아침 인사를 나눴을 뿐인데, 벌써 이 새로운 세상에 스며든 기분이다.

 

이곳은 이탈리아 북부 제노아(Genoa). 열흘간의 이탈리아 여행이 시작되는 곳이다. 지중해 무역으로 번성했던 역사를 가진 도시로, 이탈리아에서 여섯 번째로 큰 도시다. 올리브와 치즈 산지이면서 바질을 넣어 만든 페스토(Pesto)로 유명하다.


현지인들은 아침 식사로 포카치아(Foccachia)라 불리는 납작한 빵을 카푸치노에 찍어 먹는다고 한다.


포카치아 빵 재료는 원래는 물, 밀가루, 이스트 그리고 올리브유가 전부다. 다른 빵들에 비해 빵효모 발효 시간이 짧아, 비교적 쉽게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빵에 속한다. 다른 버터를 넣지 않지만 제법 많은 양의 올리브유를 넣어 반죽하고 굽기 때문에 그 맛과 향이 일품이다. 하지만 기름지고 열량이 높기도 하다. 그런데 그 빵을 아침 커피에 찍어 먹는다고 하니 '어우 그 기름맛 커피를 어쩌려고' 싶다.


여행은 사람의 마음을 관대하게 한다. 미식으로 유명한 곳,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데는 다 이유가 있으려니 싶다. 식구들을 깨워 첫 아침식사를 하러 숙소 근처 카페를 찾는다.

Cavo Fabbrica Pasticceria. 케이크 전문점이다. 18세기부터 운영된 곳이라며 자랑스럽게 역사를 설명하는 스태프 그리고 고풍스러운 내부 인테리어가 예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볕이 좋은 아침이다 보니 사람들이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다. 듣던대로 카푸치노 한 잔과 납작한 빵 몇 가지를 담은 바구니를 하나씩 앞에 두고 담소 중이다. 어른들이 마실 카푸치노와 딸들이 마실 핫초코, 포카치아는 일반 /올리브/ 양파빵 이렇게 세 종류를 주문한다. 생각보다 큼지막한 빵들이 나와 그 양에 놀랐지만 다들 배고팠는지 우려와는 달리 금세 사라진다.


카푸치노는 평소 즐기던 것보다 우유거품이 더 많고 진하다.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촉촉한 포카치아를 카푸치노 우유거품에 적셔 먹어보니 참 고소하다. 딸이 주문한 핫 초코는 찐득하니 음료라기보다는 푸딩 같다. 하지만 가볍지 않고 은근한 달달함이 아주 매력적이다.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조합의 아침식사를 맛있게 마치면서 느낀다. 이곳은 내가 사는 방식과는 좀 다른 나라인 것 같다. 궁금하다. 그렇게 열흘간의 이탈리아 여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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