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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주 Sep 06. 2024

이탈리아 파스타, 이래서 맛있구나.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음식 노하우는 바로 정성들인 손맛.

아마도 전 세계인들이 호불호 없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은 바로 이탈리아 음식일 테다.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값을 치르고 즐길 수 있을 만큼 경제적이며, 영양 또한 한 그릇에 충분하다. 음식이 품을 수 있는 이  모든 가치를 담아내기란 쉽지 않지만, 이탈리아 음식은 그 어려운 일을 해낸다. 피자, 파스타가 대표적이다.


나는 음식에 관한 자부심도, 할 이야기도 많은 이탈리아로 여름휴가를 떠난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 살고 있는 영국에서 떠나오는 단 두 시간의 비행 중에도 고민이다.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본고장 음식을 꼭 첫 식사로 먹어보고 싶다. 숙소에 여행짐만 얼른 풀어놓고 맛집을 찾아 나선다.


지역 젤라토 전문점. 각각의 젤라토가 깔끔하게 뚜껑 달린 진열장에 보관되어있어 보기 좋다 @세반하별


주변 지역을 검색해서 가장 음식점이 많은 골목을 찾는다. 아이들은 젤라토를 제일 먼저 먹고 싶다고 한다. 간판에 연식이 있어 보이는 집을 고른다. 내가 사는 영국의 아이스크림은 유지방 비율이 높은데 반해, 이곳 젤라토는 과즙향이 풍부하고 가벼운 상큼함이 있다. 더운 날씨에 안성맞춤이다. 먹는 동안 가게 주인에게 맛집을 물어보니, 길 맞은편 음식점을 콕 집어 추천한다. 오래 영업한 식당일 뿐만 아니라 파스타 면이 좋다 한다.


마침 첫 기착지인 이탈리아 제노아는 허브의 한 종류인 바질로 만든 페스토(Basil Pesto)가 유명하다. 그래서 첫 식사는 바질 페스토를 소스로 한 파스타, 트로피알 페스토(Tropie al Pesto)를 주문했다


시작부터 재미있다. 우선 식당 앉아 주문을 마치면 식전 빵이 준비되는데, 그 옆에 올리브오일과 발사믹식초를 따로 주지 않는다. 이탈리아인들은 올리브오일의 향과 발사믹 식초에 톡 쏘는 맛이 혀 끝의 미각을 방해해 본 식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신 어느 식당에 가든지 파마산 치즈 가루는 항상 추가로 서빙한다. 치즈맛이 곧 이탈리아 파스타 음식의 화룡점정! 인 것이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정말 파스타면에 페스토소스를 묻혀 딱 그렇게 내 식탁에 당도했다. 그 흔한 바질 이파리 하나 얹어 내지 않은 호기로움에 '오~ 맛에 정말 자신 있나 본데' 싶다. 무엇이든 재료에 자신이 있으면 변주가 필요 없는 법이다.  

온전히 바질 페스토와 수제 파스타로 맛을 낸 이탈리아 제노아의 페스토 파스타 @세반하별


우선 파스타면이 특이하다. 트로피(Tropie)라고 불리는 이 파스타면은 반죽을 아주 작은 조각으로 나눠 손끝으로 슬쩍 밀어 만든 면이다. 만들기 쉬우나 손이 많이 가는 반면 크기가 작아 금방 익힐 수 있을 듯 싶다.


페스토(Pesto)는 지역 특산물인 바질잎에 잣이나 호두, 소금을 넣고 거기에 풍미를 더할 파마산 치즈와 함께 분쇄기로 간다. 곱게 가는 중간중간 신선한 올리브오일을 첨가해서 부드럽게 갈리도록 돕는다.


수제 파스타는 소금 넣은 물을 팔팔 끓이다가 불을 중불로 줄인 후 면을 삶는다. 삼분의 이 정도 익었다 싶으면 면을 건져낸다. 살짝 심지가 살아있는 알단테 상태일 때 면을 꺼내야 푹 퍼짐이 없다. 미리 준비해 둔 페스토 소스에 버무리기만 하면 끝. 취향에 따라 파마산 치즈를 더 추가해서 즐기면 된다.  


받아 든 파스타의 양이 제법 많다. 짐작하건대 이 한 그릇에 함유된 탄수화물, 불포화 지방산의 양이 만만치 않다. 주위를 돌아보면 많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날씬한 편이다. 평소에 비교적 체격이 큰 영국 사람들에 익숙해진 내 눈높이로 봐서 일수도 있다. 더운 기후 때문일까 생각이 미치기도 한다.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색다른 맛에 흠뻑 젖어본다.


파스타 생면을 만들어 파는 가계 @세반하별

첫 한 끼를 먹어 보고 나니 왜 이탈리아 음식이 사랑을 받는지 알 것 같다. 결국 단순한 레시피와 함께 신선한 재료와 정성이다. 둘러보니 면을 직접 뽑는 모습을 식당 전면에 놓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해 놓은 음식점들이 제법 많다. 수제 파스타면에 대한 자부심이다.  


파스타면만 만들어 파는 가게도 있다. 조금 가격을 더 지불하고서라도 만들어진 건면보다는 손수 만든 생면을 즐기는 것은 북부 이탈리아인들의 특징이라고도 한다.


면을 직접 뽑으려면 반죽을 하고 휴지하는 루틴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하고, 또 그 면을 뽑아 삶는 과정은 웬만한 끈기와 시간을 두지 않고서는 해내기 어렵다. 이런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고 손맛과 정성을 음식 한 접시에 담는다.


델리지오사(Deliziosa~). 맛있어요. 하루 종일 면을 뽑고 있는 여인에게 엄지 척 올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니 빙긋이 웃음으로 답한다.  


이번 이탈리아 미식 여행의 시작이 좋다.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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