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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주 Sep 10. 2024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 여행지는 옳다.

역사와 인물들이 주는 역동성, 이탈리아 제노아

유럽 도시의 거리들은 그 폭이 좁고 건물 간 간격이 빡빡하게 서 있는 경우가 많다. 보도블록은 울퉁불퉁하고, 대형 브랜드 점포가 아닌 지방 상인들의 조그만 소매점들이 줄지어 서 있다. 길이 좁다 보니 차량통행이 여의치 않고, 그 덕분인지 보행자는 차량에 크게 신경 쓸 필요 없이 편안히 걸어 다닐 수 있다.


이탈리아 북부도시 제노아도 여느 유럽 도시들과 마찬가지다. 길거리를 그냥 돌아다녀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이탈리아 제노아는 탐험가(1451~1506)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이탈리아명 Cristoforo Colombo)가 태어나고 자란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믿고 대서양을 서쪽으로 항해하여 쿠바, 자메이카, 도미니카 및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탐험가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주거건물로 사용되던 터에 있는 그의 생가는 프랑스 폭격(* 하단 각주 참조) 때 대부분 건물이 소실되었지만, 이후 옛 건물의 잔해를 기반으로 다시 건립되어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건물 천장이 낮아서 아담한 키인 내 머리도 쿵 찧을까 조심해야 하고 내부는 좁디 좁았다.  조그만 창문에 의지한 부엌 식탁 자리도 보고, 그가 넓은 바깥세상을 꿈꾸며 사용했을 작은 방도 구경한다.


 좁은 집에서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이탈리아 탐험가 콜럼버스가 성장했다니, 역시 인간의 상상력은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다.  

그 건물 앞쪽에는 커다란 주차장이 있다. 세워져 있는 수많은 자전거와 오토바이는 도시의 좁은 거리들을 이동하기에는 안성맞춤으로 보인다.


다녀 본 유럽 도시들 중에서 유난히 제노아 거리가 깨끗하고 시민의식이 높아 보인다. 열을 맞춰 이륜차로 빼곡히 가득 찬 주차장은 자동차 주차장에 익숙한 나에게 색다른 볼거리다.  
 

지중해를 호령하던 제노아의 기록들을 빼곡히 전시해놓은 해양 박물관에 방문했다. 이탈리아가 그 시대,  어떻게 세계 해상권력을 쥐락펴락 할 수 있었는지, 그 항해의 역사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고난을 겪고 이룩한 역사인지 입체적으로 잘 설명되어 있다. 요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허공에다 손으로 휙휙 넘기면서 역사 기록들을 볼 수도 있고, 3D안경을 쓰고 입체적으로 역사 속 장면에 직접 들어가 볼 수도 있다.


박물관 앞 부둣가에는 2차 대전 당시 사용했던 잠수함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어 있다. 선실 내부의 캄캄한 어두움, 전쟁 당시 하루종일 이어졌을 무전 소리, 답답하고 비좁았을 선원 객실, 그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전쟁을 치러야 했던 많은 젊은이들의 삶은 상상만 해도 힘들고 불안하다.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어 해양권을 제패한 영국 사람인 짝꿍은 영국 해군의 역사를 중간중간 설명해 가면서 이탈리아 잠수정 내부 구경을 하는 내내 신이 났다.  


도시에 볼거리, 먹을거리를 실컷 즐기고 나니 이제는 여름다운 해변이 그립다. 다음 날은 도시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유명한 해변이 있다고 해서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찾아가 본다.  

보카데세(Boccadesse). 이 마을의 만이 형성하는 선이 당나귀의 입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약 1000년경 폭풍우 속에서 바위로 둘러싸인 만에 피신했던 스페인 어부들에 의해 만들어진 마을로 전해진다. 실제로 보카데세는 일하는 어부, 선원, 그리고 작은 상인들이 모여 사는 구불구불한 집들로 이루어진 작은 마을이다.


해변가는 자갈밭이었는데, 처음에 보고는 생각보다 아담하고 붐벼서 사람에 치이다 가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다. 해변 주위에 빼곡히 주점과 음식점들이 모여 있다.


영국섬 옆 대서양 물은 한여름에도 입수하면 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차가운데 이곳 지중해는 따뜻하고 온화하다. 나처럼 손발이 차서 차가운 물을 싫어하는 사람도 마음 놓고 바다에 들어가 더위에 지친 몸을 식힐 수 있다.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피서객들은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었는데, 대부분 일광욕을 즐기거나 책을 읽고 있다.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느긋하고 편안하게 해변을 즐길 수 있었다.  


지루해질 즈음 이탈리아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프릿츠(Spritz)를 한 잔 마시면서 이 아담하지만 아름다운 해변 마을을 눈 속에 담아본다.


어느 호텔의 광고문구처럼 낭만적이고 매력적인 장소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인스타그램에서 숨은 보석 같은 장소로 소개되면서 해당 포스팅만 13만 개가 넘는, 한번쯤 꼭 가볼 만한 해변으로 추천했다고 한다. 파스텔톤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해안을 따라 해송의 향기가 솔솔 나는 것이 그런 추천의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제노아에서의 마지막 날은 이렇게 도시와 해변을  다양하게 맛보는 귀한 날이 되었다. 내일은 북부 롬바르디아 지역, 이탈리아의 두 번째로 큰 도시 밀라노로 향한다.   


 

* 역사상 해상패권을 가진 스페인과 제노아 공화국의 관계는 긴밀했다. 1684년 유럽의 강대국으로 부상한 프랑스가 스페인과의 연결고리인 제노아 공화국을 공격 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폭발물을 투척하는 공격이었고 13,000개가 넘는 캐넌볼이 제노아에 떨어져 지역이 불바다가 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제노아 공화국은 프랑스를 몰아내면서 전쟁에서 승리했던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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